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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여행(법성포 주변)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12. 8. 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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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위해 법성포의 ‘일번지’ 식당에 들어갔는데, 제일 싼 메뉴가 굴비정식 2인분 60,000원짜리다.

놀랐다. 그 다음 비싼 것이 80,000원, 그 다음이 100,000원!! 아무리 굴비가 귀하기로서니 서민들에게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다고 다시 나갈 수도 없고. 제일 싼 것으로 주문했다.

 

종업원으로 일하는 여인에게 영광 주변의 지리에 대해서 물으니, 잘 알아듣지를 못한다.

생김새로 보아 동남아 지역에서 온 여인인 듯했다. 외국인을 고용한 주인으로서는

비교적 값싼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얻을 수 있어 좋고, 고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에

불원천리 타국에 와서 험한 일 마다않고 돈을 벌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 달에 월급은 어느 정도나 받을까 궁금해진다. 근데 은근히 값비싼 음식을 맛보라고 권하는 것으로 보아,

탐욕스런 주인으로부터 그렇게 권해 보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을까 의심을 하게 된다.

 

음식점 방의 장식품들, 다른 방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굴비 네 마리, 굴비찌개, 게장, 가오리찜, 가자미 구이 등의 반찬이 눈에 띈다. 그러나

종업원이 갖다 놓은 반찬그릇의 배치가 전체적으로 엉성하다. 제일 싼 음식이라 그런가?

굴비찌개는 너무 짜서 몇 술 뜨다가 포기하고, 게장도 맛보니 그렇고.....

비싼 돈 주고 대접조차 제대로 못 받는 느낌이 들어 주인장이 누구인지 원망스러웠다.

화장실 가느라 잠시 나와서 식당을 둘러보니 규모가 엄청 큰 음식점인데

손님은 그래도 많이 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성포 주변에 숙소를 잡아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산책 삼아

백수해안도로를 돌아보기로 했다. 법성포에서 노을전망대까지 차를 몰고 길을 나섰는데,

 아무도 없는 빈길은 마치 나를 위한 전용도로처럼 느껴졌고 호젓하기 그지없다.

 

법성포의 맞은 편 지점에서 본 갯벌. 깊은 고랑은 물이 차고 빠질 때 자연스레 생긴 것인데

고랑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잔잔히 들리고 있었다. 구멍이 조그맣게 뚫린 곳은

게들이 숨어있는 공간이다. 뻘흙을 뛰어다니면서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짱뚱어도 보인다.

옆으로 기어다니는 게는 지천으로 많으니 갯벌이야말로 생명의 보고임을 새삼 알겠다.

 

 

해당화가 길가에 줄지어 피어 있고, 일출과 함께 법성포의 아침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백수해안도로는 노을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라서 '노을길'이란 이름이 붙은 것 같다.

노을길에서 아침 햇살을 강렬하게 맞이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고, '총각 선생님'이란

이미자의 노래 첫 단어가 '해당화'라서 해당화가 어떤 꽃인가 했는데, 꽃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30대 중반을 넘어 우연히 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붉은 열매도 아침햇살에 눈에 확 들어온다.

 

여기가 바로 작가 천승세의 희곡에 자주 등장하는 칠산바다다. 법성포의 영광굴비가 유명하게 된 것도

이 칠산바다가 품고 있는 조기들이 많이 잡히게 되면서일 것이다. 많이 잡힐 때는 집집의 견공들도

굴비를 즐겨 드셨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일곱개의 자그마한 섬, 칠산도가 저 멀리 있을 것이고

좀더 가면 낙월도, 송이도, 안마도가 위치해 있을 것인데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스라하다.

 

가까이 위치해 있어서 제법 크게 보이는 돔배섬이 그저 만만하다. 헤엄쳐서도 갈 수 있겠다.^^

 

 

 

다시 숙소 가까이 돌아와 뻘 위에 정박 중인 배들의 모습을 본다. 해가 많이 솟아 오른 시간이다.

 

법성포의 하늘은 맑디 맑다. 비온 뒤인지라 습도는 매우 높고, 햇볕이 뜨거우니,

오늘의 무더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과연 송이도에 가서 돌아다닐 수 있을까?

 

 

 

송이도(松耳島)로 가는 선착장이 있는 곳이 계마항이다. 가까이 가마미 해수욕장이 있고.....

 

이 배가 송이도, 안마도로 가는 배인데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선착장 매표소는 문이 잠겨있고, 9시 출발 예정으로 알고 왔지만 출발할 기미가 안 보인다.

주변에 젊은 친구 두 명이 있어서 물어보니, 10시 30분은 돼서야 출발한다고 한다.

물때에 맞춰서 가다 보면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보다.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 섬으로 간다는 것이 왠지 어설프다.

주변에 아침 식사를 할만 한 곳이 있는가 싶어 둘러보니......

 

가마미 해수욕장 입구다. 식당에 들어가니 아침식사가 안 된단다. 컵라면이라도 끓여 먹어?

 

물이 빠져나간 가마미 해수욕장 전경

 

가마미 해수욕장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 유명한 영광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저 방파제 너머가 원전 앞바다라는 것 같은데, 지척에 있는 이곳이 해수욕장 입지조건이 될까?

원전의 발전기를 식힌 냉각수가 흘러나와 앞바다의 온도를 1, 2도 높일 것이니

이 바다의 생태계는 어떤 형태로든 오염되어 있을 것이 뻔한데 말이다.

 

결국 우리는 송이도(松耳島) 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작열하는 태양을 감당하기 어렵고, 영광 원전의 을씨년스러움이

더 이상 송이도를 향한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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