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에서 제일 지대가 높은 곳이 바로 옥녀봉(일명, 강경산)이다. 이곳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보면 강경읍 일대가 훤하게 보이고 금강의 흐름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
강경에 올 때마다 제일 먼저 오르는 곳이 바로 이 옥녀봉이다. 이번이 세 번째다.
강경은 전라북도와 맞닿은 충남의 최남단에 위치한 곳으로서 남다른 역사와 애환을 지닌 고장이다.
너른 평야를 가르면서 부여에서 흘러내린 금강이 논산천과 강경천을 품고 군산까지 흘러가고 있다.
제일 오른쪽에 앉은 어른께서 옥녀봉까지 뛰어 올라 우리를 발견하고,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경상도에서 왔다고 하니, 논산에서 평생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강경의 유래를 설명해 주겠다고 하신다. 본인은 논산 제1경 관촉사가 있는 은진에 사는데, 은진초등학교를 나왔고 동창들 세 명이 오랜만에 옥녀봉에 오르게 되었노라고 하신다.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씀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해박한 지식과 경험에 그저 입을 내두를 정도였다. 전직 교사쯤으로 여겨졌다. 초등 동창생께서 '조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다. 외국 여행도 안 가본 것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견문을 넓혔고, 견문이 넓어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헤를 얻을 수 있다는 진리의 말씀까지 하시는 신식 어른이시다. 인생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나 할까. '얽매이지 말고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건강 유지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하셨다. 76세의 고령이심에도 치아도 건강하고 옥녀봉을 쉬지않고 뛰어오를 정도로 아직 젊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논산 8경을 언급하면서 꼭 가 봐야 할 곳을 말씀해 주셨는데, 견훤왕릉과 강경젓갈 전시관에는 꼭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머지는 어느 정도 섭렵했으니...... 강경이 젓갈이 유명하지만 형제상회나 충남상회 만큼 전통이 오랜 곳이 없다면서 젓갈 정식을 맛볼 것을 권하기도 하셨다. 참 친절하신 분이셨다. 지팡이를 짚으신 친구 분께서 "야 이놈아 그만 씨부리고 젊은이들 갈길 가게 해 줘야지" 하며 농을 하셔서 한바탕 웃었다.
76세 어른의 설명에 의하면 봉수대가 있던 장소에 멋진 정자가 하나 있었다고 했다.
아마 정자에 쉬면서 추억에 잠기고 싶어 하셨을 분들인데,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어르신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 늘 그 젊은 마음 잃지 마시고요.'
강경에 오면 으레 들르게 되는 알봉식당, 젓갈 정식을 주문해서 먹는 즐거움이 크다.
젓갈이 밥도둑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 공기밥 두 그릇을 금방 비우고 말았다.
갈치속젓, 명란, 창란, 꼴뚜기젓, 오징어젓, 가리비젓, 조개젓, 아가미젓, 황석어젓,
낙지젓, 토하젓 등, 하나하나 조금씩 맛보는 즐거움은 여기에서만 가능하다.
"강경에서는 재래식 토굴이 아닌 현대화되고 과학적으로 시설된, 약 10~15도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온창고에서 발효시킨다. 발효기간은 대체로 3개월 정도이며, 이 기간은 우리 옛 선조들이 땅에 묻거나
서늘한 곳에서 10일 동안 발효시켜 백일주를 담그던 지혜를 상기하면, 저온에서 100일 동안의 발효기간은
과학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맛과 품질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성수기에 하루 평균 250드럼에서 300드럼씩 거래되고 있으며 또한 무기질과 단백질, 지방, 아미노산 등 풍부한 영양분이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발효 숙성되어 감칠맛이 일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다."(강경전통맛깔젓사업협동조합 홍보물 인용)
76세 어른이 추천한 강경젓갈전시관, 1층과 2층에 걸쳐서 젓갈 관련 홍보물이 전시되고 있었다.
너무 날씨가 더워서 자세히 보는 것은 포기하고 4층 전망대에 올라 강경 주변을 잠시 내려다 보았다.
오늘따라 뭉게구름이 장관이다. 부여쪽에서 흘러내리는 금강의 흐름을 머금고 있어서 한 폭의 그림이다.
전시관에서 눈에 띄는 것이 당시의 오래된 사진이었다. 옥녀봉 주변의 강경의 옛모습과
거리, 당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자료라서 가치가 높다.
천혜의 내륙항으로 일찍부터 수운이 발달하기 시작한 강경포구는 금강하구의 관문으로
서해에서 들어오는 각종 해산물과 교역품들이 이곳에 들어와 전국 각지로 팔려나갔다.
이조 중기 무렵 중국의 무역선이 등장하면서 강경은 서해 최대 수산물 시장으로
발전하였으며 일제시대 때 최고 번성기를 맞게 되었다.(자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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