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보는 아래의 사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북한강변을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새벽 5시 30분이면 으레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두 시간 남짓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했지만
강촌의 풍광을 마음과 사진 속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에 잠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어둑한 거실에서 무엇을 찾다가 머리 높이에 매달려있는 전구갓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 전구갓 하나가 흔들거리며 깨졌다. 나의 실수였다.(나중에 3만원 배상)
개망초의 푸르름과 소리쟁이의 때이른 늙음이 대조되는 모습이라서 한 장면 담아 보았다.
물안개가 수증기처럼 피어나고 있는 북한강의 수심은 참으로 얕았고,
크고 작은 자갈돌들이 온몸을 기대어 물안팎에서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흙이 묻거나 이끼 낀 돌 위로 걸어가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접근성이 좋아서 그나마 애착이 갔다.
강가에 서면 4대강의 망령이 떠올라 우울해지는데 이곳은 그래도 자연그대로라서 참 좋다.
누가 물수제비를 잘 뜨는가를 내기하며 놀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한참을 물가에 서 있었다.
노란 달맞이꽃도 이제 맘껏 키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망초와 키를 다투고 있다.
새소리가 요란하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이름모를 새들이 풀위를 어지러이 날면서 지저귀는데
풀숲 주변에 깃들어 살면서 먹이 사냥에 한창 바쁜 시간이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두루미 한 마리 물가에 서서 물속을 뚤어지게 바라보고, 청둥오리 두세 마리 자맥질하다가
나의 인기척에 놀랐는지 강 저편으로 푸드득푸드득 날아가 버린다. '아, 사진이나 찍어둘 걸.'
전깃줄 위에서 가마귀 대여섯 마리도 날 향해서 울어대는데 뭔가를 요구하는 것같다.
날 보고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오면서 까아악까아악 울어대니 말이다.
'저 녀석들이 날 알아보는 걸까? 갑자기 누워서 죽은 체하고 있으면 녀석들의 반응은?'
몸집이 작은 새들도 저마다의 구역을 민첩하게 날아다니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 맞는지 모르겠다. 시어머니의 저주가 담긴 풀이름이라서
듣기에 따라서는 여성들의 기분이 영 좋지 않을 듯하다. 가시가 잔뜩 있는 풀로
밑을 씻는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은 시어머니의 질투와 저주를 며느리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화살나무
개망초
소리쟁이
누드베키아
항상 몸을 굽혀 낮은 자세로 사는 것은 두 소나무만의 사는 법이라고 해석해 둘까?
사람들이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진대, 이렇게 정교하게 풀잎을 꼬아 연결해 놓은 것은
어떤 놈일까? 추측컨대, 어느 이름모를 풀벌레의 종족본능의 욕구가 작용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
키가 삐죽 큰 엉겅퀴 하나가 무심코 지나가려는 나에게 관심을 요구하고 있는 듯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역시, 보는 사람들에 대한 겸손한 인사로 해석할까?
콘도 옆의 수영장 시설, 어른의 경우 12,000원의 사용료를 내도록 되어 있다.
엊저녁에 본 숙소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불빛이 없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산책길에 만난 빨간 투명의 산딸기, 하나를 따서 입에 넣어 보니, 시큼한 맛이 꽤 자극적이다.
한바퀴를 휘익 돌고 숙소 가까이 돌아왔으나 아직도 7시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자고 있을 것만 같은 샘터님들을 생각하면 초인종을 눌러 잠을 깨우기가 미안하다.
15층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골프 치는 사람들이 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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