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올해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자랑을 하고 있는 섬이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당국자들의 꼼수가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정 여부가 뭐 그리 중요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소박한 여행을 시작했다.
결혼기념 여행으로 아내와 모처럼 제주도를 찾았다.
어제(12월 29일) 11시 30분쯤, 대구공항을 이륙 40분간 하늘에 머물다가
제주공항에 금방 내려 렌터카를 빌려 타고 3박 4일의 여행을 시작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자차 보험 60,000원을 지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점심식사부터 했다. 고등어조림으로!
제주시에 있는 맛의 명가 '제주 고등어쌈밥' 식당을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고등어쌈밥의 맛은 지금껏 먹어본 고등어 요리 중 최고였다.
식당 가 바다의 전경도 좋다. 해변 흑모래 위에 쉬고 있는 철새들이 눈에 띈다.
하귀 - 애월 해안도로 어느 지점엔가에서 발견한 제주올렛길 표시가 반갑다.
이번 여행 중에 걸어보기로 한 코스는 1코스, 6코스, 7코스다. 여기는 몇 코스지?
제주도 인근엔 조기가 많이 잡히는가 보다.
한림포구에 누런 빛을 띠는 황조기를 한창 수확하고 있는 장면인데,
그물에 걸린 조기를 노래부르며 털어내는 공동작업이 인상적이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비양도를 배경으로 한 컷 찍었는데.
둘이 찍는 장면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찍어야 되니 약간은 겸언쩍다.
월령리 선인장마을, 길 주변 대부분이 선인장으로 가득했다.
자생지인지 아니면 수익사업을 위해 의도적으로 재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차귀도'란 섬이 지도에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섬에 딸린 작은 섬들이 제주에는 제법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초기 신석기 유적이라고 표시한 안내판이 돌창 모양의 기둥으로 서 있다. 한림읍 고산리에 있다.
모슬포를 거쳐 하모, 송악산, 사계해안도로로 이어지는 풍광은 탁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서 좋다.
주변이 모슬포 비행장이 있던 자리다. 저 멀리 산방산이 우뜩하다. 종상화산의 모습 그대로, 맞나?
산방산 턱아래 위치한 레이지 박스 커피숍, 아내는 '시사 IN'이란 잡지에 소개된
유명한 커피집이라면서 잠깐 들러 한잔 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첫날 여행의 마지막은 찻집에서 정리하기로 하고, 용머리해안 쪽을 바라보면서
찻집의 넓은 창가를 차지하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찻집 주인은 서울서 살다가
이곳 제주에 내려와 정착했다고 하는데 친절했다. 잡지 얘기를 하니 더 반가워한다.
3박 4일간 우리가 묵어야 할 숙소는 법환마을에 있는 화이트캐슬 민박집이었다.
3층으로 된 하양건물이고, 리모델링 인테리어 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집이었다.
주인 아저씨의 친절함과 숙소 앞으로 펼쳐지는 전망은 금상첨화였다.
짐을 풀고 나서 저녁 식사는 가까이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비쌌다.
오늘은 올렛길을 걷기로 했다. 오전에 6코스, 오후엔 7코스를 걷는데 힘들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중요한 지점만이라도 잠시잠시 걸어보는 것으로 했다.
오전 6코스는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걷는 코스인데, 일단 쇠소깍으로 가기 위해
서귀포여고 정문 앞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쇠소깍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학교 정문 앞에 걸린 플래카드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버스를 타고 쇠소깍 입구에 내리니 눈덮인 한라산 봉우리가 자태를 드러낸다.
쇠소깍으로 가는 길, 올렛길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가 투자한 경비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쇠소깍, 계곡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보이는 풍광이다.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인데, 제주말로는 '테우'라고 하지 아마?
아침 식사를 한 식당의 마당의 모습이다. 음식맛이 구수했고, 식당 옆은 밀감농장이라서 그런지
이 집 주인은 음식 만드랴, 밀감 주문 받아 판매하랴 바쁜 모습이었다.
아침 식사 후 천천히 올레 6코스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쇠소깍 옆에 있는 하효항은 한창 공사중이었다. 날씨가 쾌청하다.
우리나라에서 야자수 숲을 볼 수 있는 것은 제주도 뿐이다. 남국의 이미지 그대로다.
제지기오름(해발 94.5미터)에서 내려다 본 '보목 포구'
제지기 오름에서 내려다 본 또 다른 풍경,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듯하다.
노란 유채꽃이 바닷가에 외로이 펴 있어서 측은한 마음으로 다가가 담아 본다.
섶섬이 보이는 구두미 포구
올레 6코스는 해안가를 따라 자연스레 형성된 숲속을 한참 동안 지나야 되는 곳이 있다.
좁은 길이지만 여행객을 맘 편하게 만들어주는 아기자기한 길이라서 매력적이다.
제주대 연수원 옆에는 '백록정'이라는 국궁 연습장이 있다. 과녁 3개!!!
궁사의 시위를 떠난 화살이 바다 위를 날아 과녁에 꽂히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검은여'라고 이름 붙은 곳이다. 왜 '검은여'라고 했을까? '여'가 뭐지?
검은여를 지나면서는 다시 한라산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제주 KAL호텔 옆을 지나
'ㄷ'자형으로 걸어서 다시 해안에 이르게 되는데 그 끝이 소정방폭포다.
높이가 3,4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폭포지만 물맞사지 장소로는 딱이다.
소정방폭포 주변엔 '주상절리'가 잘 발달해 있는 것 같다.
소정방폭포 부근에 있는 제주올레사무실, 잠시 들르니 차 한잔 하고 가라며 친절을 베푼다.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정방폭포의 위용은 보기보다 대단하다.
정방폭포 바로 옆 바위에 새겨진 인식하기 어려운 글자들, '서불과차'라고 쓰여있다는데 도저히 읽을 수 없다. 남해 상주리 석각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겨 2010년 지자체에서 새긴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인터넷 자료를 잠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가로 50㎝, 세로 100㎝. 이 글자는 전자(篆字)도 예자(隸字)도 아닌 일종의 화상문자(畵像文字)이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 진(秦)의 시황제(始皇帝)가 보낸 서불(徐市)이라는 사람이 동정녀(童貞女) 500명을 거느리고 삼신산(三神山)에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왔다가 이곳에 새겨놓고 간 동양 최고의 화상문자라고 한다. 정인보(鄭寅普)는 이 글자는 서불이 새긴 것이 아니고 훈민정음 이전의 한국 고대문자로서 그 뜻은 '사냥하러 이곳으로 물을 건너와 기를 꽂다'라고 해석했다
이중섭 미술관 앞에 있는 기념석조물과 '소의 말' 시비,
인터넷을 검색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놓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중섭 화가의 작품의 특징 중 전통과 모더니티란 아마도 소재나, 표현기법, 그 결과에서 느껴지는 전통적 요소와 마찬가지 표현기법이나 소재, 제목 등에서 느껴지는 모더니티 일텐데 그 외에도 작가의 개인적인 희망이나, 민족에 관련된 표현들도 포함될 것이다.
먼저 '민족화가'로서 이중섭은 합당한 바, 그 이유는 그 소재면 에서는 소와 게, 닭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과 우리의 풍경을 선택했으며, 꾸준하게 우리미감과 우리 기법, 우리의 분위기를 담아 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화가 이중섭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조형적 특징을 계승(〈투계〉,〈환희〉)했으며, 우리 나라 전통예술인 서예의 필체를 연구했음이 역력하다 -〈달과 까마귀〉에서 까마귀를 그려낸 표현은 서예의 비백과 같고, 두개의 작품 각〈흰소〉에서는 서예를 하듯 소를 그려내는 그의 필력에 놀랄 수밖에 없고, 추사체의 필 획을 보는 듯하다.
〈해와 아이들〉에선 분청사기의 상감기법을 단아하게 그 외형을 본떠 계승한 흔적이 보이며,〈손〉에서는 전통 종교라 불릴 수 있는 불교의 냄새마저 풍기고 있고,〈달밤〉으로는 전통적으로 쓰이던 우리의 소재인 달을 우리네 미감으로 그 표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그와는 반대로 화가 이중섭의 작품이 품고있는 근대적 성격을 살펴보면 〈파란게와 어린이〉에서는 게를 연출함에 있어 초현실주의적 연출을 그림 전체에서의 거칠게 표현한 우리의 미감에 융화시키려는 노력이 보이고,〈돌아오지 않는 강〉등 당시 마를린몬느가 출현한 영화의 제목을 빌려쓰기도 하였으며, 작품의 재료(유화 등) 역시 근대적인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독창적인 표현기법으로 연필구사법이나 은지에 그린 그림 등을 들 수 있다.
전통적 측면과 모더니티 측면만을 고집하다보면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이중섭이란 작가가 작품에서 전통과 모더니티만을 얘기하려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작품〈섶섬이 보이는 풍경〉이나〈서귀포의 환상〉등에서는 그가 안도할 수 있었던 공간인 제주도를 표현한 것이며, 소재 '소' 는 우리민족이 겪어야 했던 현실이나, 작가 자신의 심정, 고향의 감회 등을, '닭'으로는 자신이 키우고 즐겨 먹었던 동물로서 자신이 익숙한 부분이나,〈부부〉에서는 '교미'를 표현함으로 '사랑의 언어'로써 표현하기도 한다.
작품〈구상네 가족〉에서는 헤어져 있는 자신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친구인 구상의 가족을 그림으로서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소년〉이나〈세 사람〉으로는 식민지 우리 민중이 내면을 표현했고 〈부부〉-1954 는 남북한의 문제를 그렸다고 작가가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이렇게 화가 이중섭은 전통을, 모더니티를, 자신의 개인적 얘기를, 그리고 민족의 얘기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이중섭의 작품은 낡은 판자 집안에 누워 담배를 피며 창조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이중섭 미술관 전망대에서 보이는 섶섬, 이중섭은 여기 어드메쯤에서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란 제목의 그림을 그린 바 있는데 그가 살던 집 앞의
팽나무 두 그루 사이로 보이는 풍경을 그린 것 같다.
이중섭이 살았던 집, 그의 흔적이라도 찾아볼 요량으로 마당을 한참 거닐어 보았다.
이중섭은 제주에서 그의 아내 마사코와 1년을 살았는데,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한다.
이중섭의 집 가까이에 부지를 확보, 미술관을 세워놓고, 그의 대표작을 비롯해서
박수근, 김환기 등 유명화가의 작품을 전시해 놓고 있다.
외돌개, 우뚝 솟은 선돌을 일컫는 말이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이 범섬이다.
해안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돔베낭길에서 바라본 풍경
서건도(썩은섬)
강정마을로 들어가기 직전, 한라산 쪽을 바라본 풍경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안 풍경과 구럼비를 빼앗길 수는 없다며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마을의 평화를 깨뜨릴 수는 없다며 반대하는 주민과,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해서
경제적 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주민들이 서로 엄청나게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쪽 주민들은 강정코사마트를 이용하고 찬성쪽 주민들은 나들가게만을 이용한단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단적인 갈등을 보이고 있으나 나들가게는 손님이 별로 없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곳에는 담을 높이 쌓아놓고 그 주변에 경찰 병력을 배치,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접근할 수 없다. 강정포구쪽 방파제 위에서 멀리 바라만 볼 수 있을 뿐,
문정현 신부님이 얼마 전 방송 인터뷰에 나와서 흥분하며 얘기한 것을 되짚어 보았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발해서 목숨 걸고 싸우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 투쟁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싸움임을 난 알고 있다.
강정마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월평마을로 향하다가 다시 강정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갈대 너머로 범섬, 문섬, 섶섬 등이 보인다. 일몰 순간에 보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강정 포구에서 본 일몰 장면이다. 내일은 여행 일정상 일몰을 볼 수 없을 것 같고,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마지막 일몰인 만큼 한참 동안 바라본다.
여행을 늘 함께하는 아내가 몸이 좀 안 좋은지 이제 돌아가잔다.
'어, 근데 말하는 목소리가 심하게 변했네? 감기가 심해진 것임에 틀림없다.'
겨울의 제주도 바닷 바람은 매서웠다. 아내의 몸살끼와 기침이 걱정이다.
강정마을을 벗어나 그 이웃마을인 법환마을의 한 포구로 들어가
길라잡이 책에 소개된 '막숙올레횟집'을 찾아갔다.
머리가 약간 벗어진 아저씨와 안동에서 시집온 미모의 아지메가
맛있는 식사와 요리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다.
저녁 식사 메뉴로 갈치조림을 시켜 먹었는데 대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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