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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의 무섬마을을 아시나요?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11. 6. 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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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에서 30리 길에 위치한 '무섬마을(수도리전통마을)'에 모처럼 들렀다.

외씨버선 길을 걷고 귀가하면서 봉화의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가 영주의 무섬마을로 방향을 튼 것이다.

지난 겨울 구제역 때문에 무섬마을에 들르지 못한 한(?)도 있고 해서 가 보기로 한 것이다.

 

무섬마을에 거의 다 온 지점,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인데 하상침식이 심한 것 같다.

4대강 사업으로 본류가 깊어지면서 본류로 흘러드는 지류의 유속이 빨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기는 하상침식이 아닌가 의심된다. 환경단체의 보고에 의하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데......

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일사천리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계속되고 있겠지?

 

 

영주의 무섬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예천의 회룡포와 함께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휘돌아 흐르는 동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3대 '물도리동'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만 더 확보된다면 좋을 텐데, 이미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지고 있다.

얼마 전 개업했다는 향토음식 전문점 '골동반'은 우리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예약 손님만 받기로 되어 있으니 다리 건너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 보란다.

 

불이 켜져 있는 지점이 음식점 '골동반'이고, 여기는 '골동반'에서 소개해 준 식당인데

내성천의 모래가 눈에 한가득 들어와 앉는다. 강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물이 적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내성천 옆의 음식점 상호가 예사롭지 않다. '꽃은 피고 물은 흐르네'

 

막걸리를 한 되 시켜 게걸스레 맛을 보는데, 역쉬~~~ 막걸리가 최고여~~~

 

청국장을 시켜 저녁을 먹었는데 주인(전제두, 55세)이 직접 날라다 준다.

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지 신선의 풍모를 그대로 닮았다는 느낌이다,

조금 전까지 원두막에서 친구들과 함께 기타를 치면서 잔잔한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다. 주인일 줄이야!

손님을 위해서 직접 라이브 공연을 하기도 한단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내 정서에 딱이다.

1970,80년대의 젊은 시절에 즐겨 부르고 듣던 음악이 스피커에 흐른다.

 

식당 분위기에 취해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무섬마을로 돌아가 민박집을 구하니

오늘은 서울에서 단체로 내려온 손님들이 다 차지해서 한 군데도 없단다.

'집으로 갈까? 아니면 식사했던 식당도 민박을 한다고 하니 거기서 잘까?'

다시 찾아 오기가 쉽지 않으니 여기까지 온 김에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마을을 둘러보고 귀가하는 게 좋겠다 결론을 냈다.

어둠이 깔린 무섬마을은 더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아서 내성천을 가로지른

외나무다리를 잠시 올라 걸어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꽃은 피고 물은 흐르고' 식당에 다시 돌아와 민박할 의사를 표하면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숙소 옆 원두막에 한 상을 차려주고,

새벽에 추울지 모른다면서 아궁이에 나무를 넣어서 불을 지피려고 한다.

"더우면 곤란합니다.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하니 오히려 미안해 한다.

주인이 직접 만든 손두부는 입맛을 돋구었고, 서비스로 제공한 참외와 사과가

주인의 정성만큼이나 맛이 있었다. 주인 아저씨 고향은 강원도 정선이란다.

황토집 짓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이 주로 산에 살아서 그들과 가끔 만나

서로 집짓는 품앗이를 하면서 사는데, 내일은 단양으로 가기로 되어 있단다.

막걸리 한잔 하면서 얘기나 좀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엊저녁 과음 탓에

미안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면서 점잖게 거절을 한다.

미안해 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막걸리를 한 잔씩 서로 권하고 다음에 한잔 하자 했다.

 

술향기 가득한 원두막의 지붕인데, 아저씨가 직접 지은 것이란다.

 

어둠에 갇혀 풍류를 한참 즐기다가

숙소로 들어가니 그 안에도 손님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서 좋다.

따스한 요와 충분한 이불, 창호의 커텐, 커텐 걸이, 목욕 시설 등이

다 맘에 들었다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아내도 흡족한 듯, 미소를 잔뜩 머금고 있다. 이런 나들이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욕심도 욕심도 왜 그리 많은지 모른다. 우리처럼 여유있게 한가롭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뜯겨나간 검은 목판 위에 붙여놓은 화선지 위엔 아저씨가 직접 그리고 쓴 글귀가 보이는데.....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식당 주변을 둘러보니 온갖 꽃들이 기지개를 편다.

하얀 초롱꽃이 매력을 발산하며 줄기에 매달려 날 은근히 날 유혹하는 듯 했다.

 

꽃이름이 궁금해서 물었는데, 수염을 쓰다듬던 주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가르쳐 준다. '기린초'라고

 

이꽃의 이름도 가르쳐준다. '달개비'라고!

 

봉화 지역에서는 가로수로 사용되고 있는 산딸나무인데, 이곳 식당 옆에 자생하고 있다.

 

엊저녁 주인이 기타를 치면서 손님들에게 서비스 해 주던 곳, 원두막 안의 탁상용 자연석이 맘에 든다.

 

식당의 바깥 전경, 황토집 벽은 나무토막을 넣어서 채웠고, 넓은 창문 아래엔

옹기도 넣어서 한껏 멋을 살렸고, 그 안에는 조명시설을 은근히 또 만들어 놓았다.

벽쪽에 기대선 나무 조각품들은 집주인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너와집 형태의 지붕 위에 간판('꽃은 피고 물은 흐르고')이 길게 세워져 있다. 

 

아침 일찍 민박집을 나와 주인과 이별을 하고, 맨 먼저 무섬마을의 명소인 '외나무다리'를 찾았다.

 

큰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이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마을 출입이 가능했다지만

지금은 실용성보다는 전시용으로 관광용으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고 해야 하리라.

 

무섬마을 맞은 편 쪽이 더 수심이 깊기에 그 쪽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수심이라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다 혹 실수로 빠져도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라서 위험한 곳은 전혀 없다.

우리 나라 어디에도 이런 외나무 다리가 있을까 생각하니

한번 왕복하는 것으로는 섭섭해서 서너 번 정도 왕복했다.

이젠 뛰어도 될 정도로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외나무 다리가 있음을 가리키는 이정표인지 아니면 특별 제작한 솟대인지, 강렬한 인상!

 

양귀비꽃인 것 같은데.....

 

지붕 끝의 이엉이 말려들어 집안으로 들어가 있는 듯하다. 일명 '까치구멍집'이다.

 

땔감으로 쌓아놓은 장작들이 눈에 인상적이었던지 아내는 이 장면을 왜 안 찍냐며 투정을 부렸다.

 

반남박씨와 선성 김씨 두 성씨 집성촌을 이루어 오순도순 살고 있는 마을,

 그 '무섬마을'에 와서 아내와 함께 강둑을 거닐다가 마을의 고샅길을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니

전통마을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이런 데서 며칠간 푹 쉬면 좋을텐데.....'

 할머니 한 분(84세)은 집 뒤란의 밭고랑에 앉아 심어 놓은 검은깨의 싹들을 살피고 있다.

나의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 어디서 왔냐며 먼저 말을 거는 할머니, 아주 건강해 보인다.

담장 한 쪽에 땅콩도 심었고, 들깨도 심어 놓으셨다. 이랑에 비닐을 덮고 일정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심어놓은 검은깨는 할머니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꼼꼼한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이 마을엔 40여 가구 정도가 있는데 그 중에 20여 가구가 실제로 살고 있고,

나머지는 간혹 고향집을 찾아와 쉬고 가는 정도이고, 평소엔 비어 있다고 한다.

200년 이상된 기와집들이 여러 가구 있지만 갑술년에 있었던 홍수로

많은 가옥들이 떠내려갔다고 했고, 강둑이 구축된 것은 그 이후였다고 한다.

 

  감자꽃이 한창 필 때인가 보다. 마을 주변 여기저기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밭에서 직접 캐어 가마솥에 삶아 준 감자맛을 잊을 수 없다.

당원을 녹여 넣어 단맛이 물씬 나게 만든 뜨거운 감자,

가마솥 바닥에 달라붙은 탄감자는 최고의 특별한 맛 아니었던가!

    

  먹이 찾는 두루미, 어디서 날아온 두루미일까? 모내기를 끝낸 논바닥엔 무슨 먹이가 있을까?

인간과 자연, 모든 생명체들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이 세상에 아무쪼록 평화가 가득하고

모두가 잘 사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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