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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형영 35회 공연 '아비'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11. 6. 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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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형영'의 제35회 정기공연, '아비'란 작품을 보았다.

김동기/작, 강순원/연출의 '아비'에는 9명의 배우와 많은 스텝들이 참여했다.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은 이선에 물러서고, 대부분 신입단원들이 주축이 되었다고나 할까?

1992년 극단 창단부터 현재까지 20년째 20번의 연출을 맡은, 극단 고문 강순원 선생의 이력은

어느 누구도 추종을 불허하는데, 이제 그도 나이든 티가 역력했다.

다만 나이(54세)가 아직 젊어서 교감 승진을 못한다는 게 우습다.

일거리 많은 학교 교무부장하랴, 연극 연출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텐데.....

 

매주 수요일 7,8교시는 수업이 없고 자율학습이라

옆반 선생님께 우리반 자습지도를 부탁하고 공연장을 향해 차를 몰았다.

포항 이동고에 근무하고 계신 최희범 고문님과 오후 6시 20분에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공연을 보기로 약속을 해 두었던 것이다.

곳곳에서 비가 흩뿌리는 구미-포항 고속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려 약속장소에 도착

최선배님과 만나 식당으로 이동 중 김시종 선생과 연락이 되어 합석을 했다.

언제 보아도 멋쟁이인 김시종 선생도 이젠

세월을 이기지 못해서인지 턱아래 주름이 선명하다. 

 

최선배님께서 사 주시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박카스 두 박스를 사서 극장 포항아트센터로 갔다.

반가운 얼굴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사를 되뇌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2005년 '이구아나'란 작품에 참가한 이후 오랜 시간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분장을 하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극단의 배우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조연출을 맡은 이동선 선생이 아픈 몸을 이끌고 와서 객석에 앉아 있었다.

배역을 맡아 한 달 정도 연습을 하다가 원인 모를 통증 때문에

중도에 그만둬야 했던 이동선 선생은 지금 몸조차 가눌 수 없을 정도다.

옛날에도 비슷한 통증으로 고생을 했는데, 재발된 것 같단다.

친구의 부인이기도 한 이 선생은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인데

그렇게 아프면 어떡하나? 오늘 아니면 연극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왔단다.

악수하는 것, 카메라 셔터 누르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아픈 상태다.

부디 병의 원인을 찾아내서 치료 잘하고 빨리 회복되길 기도한다.

 

저녁 8시가 약간 지나 음악과 함께 무대가 걷히고 '아비'는 시작되었다.

(작품 내용은 팜플렛의 줄거리를 인용해 본다.)

 [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며 인생을 헛살았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전 재산을 고향에 있는 금강산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3남매는 아버지에게 격렬히 반항하며 유산을 요구하게 되고, 급기야 이들은 어머니를 충동질하여 이혼소송에 이르게 한다.

  결국 어머니와 3남매는 함께 편을 짜고 아버지와 대립을 하게 되고, 아버지는 자신의 건강과 가족간의 사랑보다 유산문제에만 집착하는 자녀들 때문에 건강이 더욱 악화되기에 이른다.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똘똘 뭉쳐 퍼즐 맞추듯 마음이 착착 맞아 들어가는 3남매와 며느리, 무뚝뚝한 아버지의 겉모습에 그의 진심을 알지 못해 커피사건을 계기로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어머니,

  충격으로 쓰러져 임종을 앞둔 아버지에게마저 이들은 유언의 내용을 바꿀 것을 강요하며 녹음기를 들이대는데 아버지는 결정적인 미묘한 한마디를 남긴 채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장례식날, 불효자식들의 곡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유산에의 욕심 때문에, 장례식장을 찾은 금강산대학 이사장과 한바탕의 소란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과 이사장은 함께 아버지의 유언이 담긴 비디오를 청취하게 되는데....

  아버지가 남긴 유언의 내용은.....]

 

70분 정도의 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극의 흐름상, 배우들의 대사 속도가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느슨함보다는 훨씬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의 사투리 대사도 재밌었다.

특히 배우 이정대(아버지 분)와 윤경희(어머니 분)의 연기는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큰 축이었다.

연기에 있어서는 관록이 붙을대로 붙은 이정대 배우는 그의 날렵한 몸매만큼이나

격에 어울리는 익살스런 대사와 자연스런 연기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어머니 역을 주로 맡아온 윤경희씨의 연기는 이제 그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듯했다.

나머지 배우들도 연출의 의도에 맞게 실수 없이 잘 해 준 것으로 판단된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박진영 대표의 연기도 하얀 양복과 백구두에 걸맞는

익살 연기의 단면을 보여주었는데 득의만만하게 퇴장하는 장면에서의 장난끼섞인 몸짓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릴 정도다. 머리도 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올백을 해서 붙였다.^^

단역을 맡아 무대에 처음 선다는 배우 박지효(의사 분)님과 김선정(판사 분) 님에게도

그 첫무대를 마음껏 축하해 주고 싶다. 비록 꽃다발은 전해 드리지 못했으나

극단에 속했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고 앞으로 좋은 활동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뒷풀이에 참가해서 단원들에게 술이라도 한 잔 권했을 텐데.....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비의 유언 담긴 녹화테이프가 공개된다.

왜 전 재산을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고 금강산대학에 기부하는지

사연과 함께 드러나게 되는데 그 자체가 극적 반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머니의 곡소리도 더욱 애절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강순원 고문은 팜플렛의 '연출의 변'에 이렇게 썼다.

['아비'의 사람들은 현대인들의 초상이라는 점에 개인적으로 공감합니다. 즉,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의 유산 앞에 선 자식들의 모습들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중략) 가족, 사랑, 돈, 유산, 아귀다툼.... 죽음  뒤엉킨, 인간적 향기 없는 우리네 세상살이를 무대위에 걸어놓고 마음껏 비아냥해 봅시다. 사람 사는 냄새 나는 우리네 세상을 소망하며.....]

 

강순원 고문의 연출 의도가 잘 살아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극단이 창단된 지 어언 20년, 그간의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음을,

극단을 거쳐간 많은 배우와 스텝들이 그 세월을 추억하면서 모일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미로 돌아왔다.

극단 단원들의 건강과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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