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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영화 '작은 연못

영화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10. 8.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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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문성근님 모습을 담는 것으로 이 날 촬영을 마쳤습니다.

 

영화는 전쟁의 화마가 닥치지 않은 산골짜기 마을 대문바위 골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을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은 전국노래경연대회에 나가기 위해 노래 연습을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이 왜 노래를 하는지 아니?” “뭔데요?” “그건 바로 서로 싸우지 않기 위해서 노래를 하는 거야.”

그러나 미군 트럭이 학교 앞을 지나가고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나타나면서 마을의 평화가 깨질 조짐이 보입니다.

마을에서는 어른들은 나무그늘 아래서 바둑을 두고 아이들끼리는 다툼도 있고 놀음하는 남편 때문에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등 일상적인 모습이 벌어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북한군이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걱정을 하기 시작하지만 그러면서도 미군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가집니다. “대동아 전쟁 때도 미군들이 일본놈들을 싸그리 때려잡았잖아.”

마을에 들어온 미군은 마을 사람들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명령합니다. 

잠시 피하면 되리라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은 마을 근처 산에 피신하기로 결정합니다.

마을을 떠나면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 대문바위에 인사를 드립니다. 이 마을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 마을에 들어왔다가 감나무가 많은 것을 보고 저것이 뭐냐고 마을 사람에게 물어서 “감이요”라고 대답했더니 신(가미)이라고 하는 줄 알고 감나무들을 뽑아버리려는데 하늘에서 대문바위가 ‘쿵’ 하고 떨어져서 왜군이 놀라 도망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피신한 곳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인들이 떠난 마을의 내에서는 미군이 멱을 감습니다.

그러고 미군은 마을 사람들의 피신처에 찾아와서 완전히 마을을 떠나라고 명령합니다.

피난길에 나선 마을 사람들은 노숙으로 밤을 보내며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북한군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리라고 생각했던 미군은 기대와는 달리 마을 사람들을 수상한 사람들로 취급을 합니다.

철로 길에서 만난 미군들은 마을 사람들의 소지품을 검사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던 미군은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더니 비행기가 나타나자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미군 비행기는 철로 위에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공습을 가합니다.

무방비로 있던 마을 사람들은 폭탄과 총알에 목숨을 잃습니다. 남편이, 부인이, 아버지가, 어머니가, 자식들이, 형제들이 이유도 모르는 채 죽음을 맞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잃고 절규를 하고 아이가 부모를 잃고 웁니다.


공습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쌍굴다리로 피신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We are innocent people’이라고 미군에게 외치지만 쌍굴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미군이 쏜 총탄에 쓰러집니다.

미군은 쌍굴 안으로도 총격을 가하여 살상을 자행합니다. 결국 살기 위해 남자들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밤에 탈출을 시도하여 쌍굴을 빠져나갑니다.

쌍굴 안에서는 새로운 생명도 태어나지만 미군은 쌍굴에서 소리가 나면 총격을 가했기에 우는 아이를 아버지가 직접 죽이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다리 밑은 모래와 자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맨손으로 구멍을 팠습니다. 어떤 사람은 죽은 사람들을 바리케이드처럼 쌓아 그 뒤에 숨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죽은 줄도 모르고 계속 울었습니다. 우는 소리를 듣고 그 아이가 있는 곳을 향해 사격이 가해져 또 많은 사람이 희생을 당하자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개울물에 넣어 질식시켰습니다.” - 노근리 사건’의 생존자 양해찬 씨의 증언

그리고 계속되는 미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마을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납니다.

“소대장은 미친놈(madman)처럼 소리를 질렀습니다. 발포하라. 모두 쏴 죽여라(kill’em all). 저는 총을 겨누고 있던 사람들이 군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거기에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목표물이 뭐든 상관없다. 여덟 살이든 여든 살이든, 맹인이든 불구자든 미친 사람이든 상관없다. 모두에게 총을 쐈습니다.” - 제 7기병연대 참전군인 조지 얼리의 증언




장면이 바뀌어 그해 가을 마을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는 가운데 학살현장에서 죽은 줄 알았던 아이 둘이 마을에 돌아와 어머니와감격의 재회를 합니다.

그리고 석양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앤딩 크레딧 장면에서 아이들이 마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마을 사람들은 박수치며 환호하는 상상의 영상이 보여집니다.

철로에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미군 비행기의 공습은 불가항력적인 재앙으로 다가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는 체 폭격과 총격을 받아 주검으로 변합니다. 맨 손인 그들에게 총을 가진 군인들은 너무나 강력한 존재입니다. 이유없이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너무나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고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총쏘기를 멈추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무고한 사람이라는 말은 대답으로 돌아오는 총성 앞에 공허한 외침에 불과합니다.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쌍굴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 강력한 폭탄과 총알이라는 재앙 앞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노근리 학살사건은 오랜 세월 동안 감춰져 왔습니다. 자신의 가족이, 이웃이 억울하게 학살당했다는 사실마저 미국도 아닌 대한민국의 정권들에 의해 묵살되어 왔습니다. 남북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국방문제에 있어 여전히 외세에 의존하려는 정권들에 의해 진실은 감춰져 왔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학살이 가해진 것입니다. 이 학살 사건을 잊지 말자고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노근리 학살 사건의 배경에는 남과 북의 대립과 외세에 의존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햇볕정책은 그러한 근본적인 원인을 시정하려는 노력이었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의해 과거사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정권이 바뀌면서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 위원회’ 등 진실을 밝히려는 여러 과거사 위원회가 폐지했으며 전쟁불사, 불바다 발언이 튀어나오고 전작권 환수 시기가 연기되는 등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미국에의 의존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권 하에서는 권력은 국민을 죽이는 수단이 됨을 역사는 증명해 왔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권력을 탐하는 정권에 의해 국민의 소리가 얼마나 공허하게 될 수 있는지, 민주주의가 얼마나 후퇴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 들어와서 검찰과 경찰이 권력의 주구가 되어 국민들을 물어뜯는 것을 보며 현실의 권력 앞에 국민은 무력함을 절감했습니다. 이렇게 부당한 권력의 사용은 국민에게 재앙과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이 재앙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천재가 아닙니다.

영화에서 학살 사건 이후에 문씨(문성근)의 아들은 대문바위에 인사를 드리는 것을 거부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대문바위에 비는 행위로서는 대문바위 골의 비극을 막을 수 없었으며 앞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천재가 아닌 인간이 만드는 인재입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국가의 권력이 재앙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올바른 통치자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명심하는 시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라는 명제가 자명한 사실이 되는 정치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몇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같이 웃을 수 있는 마을, 소수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같이 웃을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너희가 아닌 바로 우리가.

 

에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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