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역에서 일행들을 만나 촬영장소인 추풍령중학교로 갔다.
'추풍령'이란 제목의 독립영화 몇 장면을 찍기 위해서다.
연극은 그래도 대학시절부터 관계해 왔지만 영화는 생전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며칠 전, 7년 후배님의 노인 배역 제안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 선뜻 응한 결과다.
오늘, 그 촬영 첫날이어서 수업을 마치자마자 분장 전문가한테 의뢰해서
60대 노인으로 분장까지 하고, 아내와 함께 추풍령 촬영장에 간 것이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지연(계명대 연극과) 양과 그의 친구, 최감독의 제자 두 명,
나의 코디네이터인 마누라까지 합쳐 7명이 촬영팀(배우, 스텝)을 구성한 셈이다.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인가 분장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노인역인 만큼 적당히 늙어보여야 하거늘,
살이 통통해서 늙은티가 잘 나지 않는다. 이것 참 낭패로다.
내일은 최감독이 직접 아들역을 맡아 노인역을 맡은 나와 함께 같이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도 있다.
부자간의 모습이 서로 갈등이 깊어져서 싸우는 장면이긴 한데, 현실에서 거의 싸워본 적이 없는
내가 과연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지..... 근데, 내가 더 젊어 보인다? 정말 큰일이다.^^
감독이 '스탠바이-액션' 하면, 배우들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대사를 하는 장면!
장면이 많아서 그때 그때 필요한 대사만을 유효적절하게 구사하면 된다는 점에서
연극보다 대사 부담은 좀 적다고 할 수 있으나, 극의 흐름을 놓쳐선 안되기에
장면을 여러 번 찍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최홍일 감독의 머리 속에는 전체의 장면이 그려져 있을 것이다.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는 감독이자 카메라맨,
또 때에 따라서는 배우의 역할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단다.
북치고 장구치고 바쁘디 바쁜 작업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 같다.
발령받아 가는 학교마다 '영화제작반' 동아리를 만들어
소품을 만들어 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베테랑 소리를 들을 만하다.
올해는 잠시나마 영화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나한테 준 셈이니 고맙다.
짤막한 영화지만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추풍령 중학교 교정에서 연출되는데,
촬영 전에 대사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장면이다.
감독은 대사의 분위기와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지연과 할아버지가 저 숲속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마지막인가 본데,
위를 찍는 감독의 카메라가 가슴까지 내려오면
그 옆을 지나 계속 손녀와 다정하게 걸어가면 된다. 오래도록.....
*** 내일은 순서를 바꿔, 시골집 장면을 찍기로 되어 있다.
오후 2시 30분에 만난다. 또 분장을 하고 가야겠지?
내일도 오늘 입은 의상을 입고 하라는데, 잘못 선택한 느낌이 있다.
아버지께서 선뜻 빌려주었던 모시적삼과 모시바지가 더 좋았을 걸.
그러면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더 살릴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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