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에 전교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새로 부임해 온 몇몇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같은 학교에서 두 번이나 근무한 장 선생과 이번에 또 만났다.
인연이 깊은 사람은 세 번씩이나 같이 근무하게 되는가 보다.
교감 선생님이 김정숙 선생님과 나를 불러 회의실로 가자 한다.
회의에 앞서 인사위원인 우리들에게 다소 늦었지만
그간 교감 선생님에게 위임된 인사작업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어려웠음을 이야기한다.
4명의 부장 선생님을 임용해야 하는데, 원하는 사람은 1명 뿐이라
나머지 3명을 임용하는 데, 그간 잠 못 이루고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많은 선생님들과 접촉하고 설득해서 부장 선생님을 위촉하고
각 학년 담임 선생님들을 드디어 정하고 이제 발표만 남았단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은 모두 19명이고, 그 중에 5명이 국어과다.
나는 3학년 4반 담임을 맡았다. 학생수 41명, 남향의 인문반 교실이다.
담임 학반이 2년은 음지 교실이었고, 2년은 양지 교실이니 공평하다.
학생 수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 참아내야 한다.
1,2학년 담임을 맡고 싶은 욕심이 많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올해도 3학년 담임을 맡아 달라는 학년부장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수능시험에 대비해서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3학년 수업은 정말 피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인데, 또 실패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발표식 수업,
그런 수업을 진행하고 싶은 소박한 생각이 현실에서는 벽으로 작용한다는 사실,
동학년을 같이 했던 모 선생님도 그런 수업을 늘 지향해 왔는데,
현실적으로 수업장면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오히려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입시 위주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다 뺏아간 것 같다.
가뜩이나 해야 할 공부가 많이 있는데, 언제 발표 준비까지 해야 하느냐는
다소 불만 섞인 저들의 반응을 왜 그러냐고 그냥 몰아부칠 수만은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면, 학생들의 그런 '소극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리라.
다만, 교사가 일방적으로 거품 물고 설명해 가는 방식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해결하게 하는 방식을 찾아내야 하리라.
칠판에 분필을 덜 쓰고, 말을 적게 하는 수업을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적극적 수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언어영역의 경우,
지문에 있는 글이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학생들이 그 지문을 읽고 잘 이해했을 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미처 이해되지 않는 글을 학생들에게 시시콜콜히 설명해 봐야
그것은 교사가 푸는 것이지 학생들이 푸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학생들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답을 찾아야 하는 거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는 곁에 있는 교사에게 질문을 해서
의문점을 당장 해결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적어도 교사들에게 질문을 던질 정도의 적극성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주입시켜 주는 교육방식에
너나 할 것 없이 익숙해 있는 경우, 당장의 효과는 좋을지 모르나
자생력이 생기지 않아서 결국 학습효과는 떨어진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나 과외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학교에서의 반복되는 수업에다, 또 강의를 연속해서 듣게만 되는 상황이니,
언제 자기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시간 낭비이고 비효율적인 공부다.
인터넷 강의는 평소에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재수생이나 독학생들이
궁여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서 듣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인터넷 강의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고3의 경우는 더 이상 과외나 인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자기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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