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09. 12. 20. 09:26

본문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학교에 가서 몇몇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가,나,다, 군별로 대학에 원서를 내야하는 우리 아이들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의 노심초사는 또 어떻고?

 

우리반 아이들 가운데는

수능 이후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입시 상담을 해야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닌 듯하다.

박민혜 양은 요즘 휴대폰 만드는 공장 라인에서

시급 4,000원. 잔업은 시급 6,000원짜리 일을 한다.

8시간은 4,000원을 받고 4시간은 6,000원을 받고 일한다.

일당 56,000원짜리 일인 셈인데 며칠간 매달리다가

어제 토요일 잠시 짬내서 입시상담하러 온 것이다.

경북대 한문학과에 수시 응시를 했다가 떨어졌고,

정시엔 경북대는 도저히 안 되고,

충남대 한문학과라도 꼭 들어가고 싶은데,

안정권은 아니라 하니 어느새 풀이 푹 죽어 있다.

쌍꺼플 수술을 해서 그런지 더욱 퀭해 보이는 두 눈이다.

별 말없이 자꾸 내쉬는 한숨이 애처롭기만 하다. 

"민혜야, 가군에는 안동대 한문학과를 지원해라.

거기는 확실한 합격이 보장된다. 국립대이고....."

"부모님이 거기는 가지 말라던데요."

"나군에는 충남대 한문학과로 소신 지원을 해.

내신이 문제이긴 해도 합격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야. 알았제?"

".............."

"다군에는 경상대(국립) 한문학과나

계명대 한문교육과로 내면 실패는 없어.

부모님을 잘 설득해서 그렇게 내는 게 좋을 거야."

"..............."

 

민혜양은 한자능력 1급 소지자로서 미래의 한문학자이다.

본인은 한문 공부에 대한 의지도 있고 한문학과만을 고집하지만

부모님의 적극적인 응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인천대 경제학과(야), 무역학과(야)는 어때요?"

"국립대이고 야간이라서 다소 낮으나 내신 적용하면 어려워.

그리고 한문학과에 갈 놈이 뜬금없이 경제학과?'

수능 점수 때문에 뜻을 포기하고 그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오늘 오후에 만날 애진이, 혜민이 또 영주, 수빈

그들이 일차적으로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

여러 자료를 동원해서 합격 가능성 여부를 알려줘야만 한다.

영주와 수빈이도 대학 등록금 벌기 위해 알바 중이란다.

공장의 라인에 서서 무슨 조립일을 한단다. 둘 다 효녀다.

특히 수빈이는 이-마트에서 계산요원으로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알바를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할 것이다.

그 큰눈을 굴리면서 제법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말이다.

지난 입시 상담 때는 도저히 시간이 안나서 약속을 못 지켰고,

2차 상담 때 뵙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사실상 불가능,

오늘 반드시 상담을 해야만 한다.

 

녀석들이 버는 돈이야 얼마 되지 않지만,

그런 알바를 통해서 힘든 일을 해 봄으로써

많은 것을 스스로 느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로 소중한 것이 뭔지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를 알아냈다면

저들의 알바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노둣돌임을 확신한다.

민혜의 퀭한 두 눈이 자꾸 떠오른다.

 

 

'오늘 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출발, 그리고 공부  (0) 2010.02.24
새벽이 좋은 것은  (0) 2009.12.23
오늘은 분당으로 갑니다.  (0) 2009.12.13
오늘은 부산으로 가야합니다.  (0) 2009.12.12
[스크랩] 주말 보고  (0) 2009.12.0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