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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여행 3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6. 5. 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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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고성의 밤은 객잔에 머무는 우리들을 잘 품어주었다. 자고 나니 전날의 여행 피로도 확 풀린 느낌이다. 순균과 나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숙소를 조용히 빠져나왔다. 신새벽 고성의 거리는 참으로 한산했다. 이번엔 공원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길다란 호수를 품고 있는 건강주제 공원이다. 
 

공원안내도에 나타난 것처럼 호수를 따라 길게 난 길을 걷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공원의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켰다. 간혹 적당한 속도로 뛰어다니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꼼짝않고 앉아있는 사람도 보았는데 세월을 낚아내는 강태공의 모습이었다. 건져올린 고기야 크든 작든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바퀴 돌고 나니 제법 아침운동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흰털의 야크 두 마리, 저렇게 큰 형상물로 만들어 놓은 이유가 뭘까? 샹그릴라에서 야크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삶의 중심이자 생존의 상징이라고 했다.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야크는 주민들에게 옷이 되어줄 털과 가죽, 에너지가 되어줄 고기와 젖을 제공한다. 또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믿음직한 이동 수단이며, 그들의 종교와 문화 속에 자리잡은 신성한 존재이기도 하다.
 

극원, 즉 극장이다. 현지의 풍부한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예술의 전당인 것이다. 전통 티베트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것 같다. 그 앞으로 엄청난 크기의 광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건물의 안과 밖에서 대규모 공연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극원 광장 끄트머리에는 전통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 조각물이 세워져 있다. 살아움직이는 듯한 실물 크기의 조각 예술품이었다. 어느 누구의 소행인지 모르겠으나 한 인물의 얼굴에 노란 페인트를 뿌려놓았다.
 

우리들 숙소는 횡단보도 건너 출입금지 구역 50미터 지점쯤에 위치해 있다. 어느 새 햇빛이 골목까지 비추고 있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우리 일행이 이틀간 머물렀던 숙소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은 남겨야 될 것 같아서 동기회장 순균을 모델로 한 장 찍는다.
 

이 숙소에서 일하는 두세 명의 여종업원들은 숙박객들의 짐을 차가 있는 데까지 날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샹그릴라 고성 내부로는 차들의 출입이 불가능해서 이틀 전 투숙할 때 트렁크를 끌고와야 했는데, 호텔 여직원 3명이 접근해 오더니 짐을 뺏다시피해서 숙소의 2층 방앞에까지 올려다 놓았는데 그녀들의 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체크아웃 하는 날, 히잡을 쓴 여인네들은 그 서비스에 순순히 응했지만 우리들은 정중하게 사양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에 감동하면서 직접 끌고 나왔다. 이틀간 그녀들이 보여 준 친절에 감사하며 인사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나도 숙소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곧 리장 고성을 향해서 출발 준비를 했다.
 

샹그릴라에서 리장 방향으로 100킬로미터 내려오다가 백수대란 곳에 들렀다. 중국 윈난성 티칭 티베트족 자치주 샹그릴라 하바설산 기슭에 위치한 자연 경관이다. 백수대라는 이름은 '흰물이 흐르는 테라스'라는 뜻으로 석회암 성분이 함유된 온천수가 오랜 세월 동안 흐르며 침전되어 만들어진 독특한 카르스트 지형인 것이다.
 

나시족은 이곳을 동바교의 발원지이자 신성한 장소로 여긴다고 했다. 그런 것으로 봐서 백수대야말로 동바교 신앙에서 매우 중요한 성지라는 결론이다.
 

마치 하얀 계단식 논이나 얼어붙은 폭포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햇빛을 받으면 에머럴드 빛 등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물이 고여 있어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백수대를 보았으니 이젠 호도협에서 가까운 객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진행되는 차마고도 트레킹을 준비해야 한다. 옥룡설산과 하바설산 사이에 있는 진사강의 흐름과 맞은편 설산의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 티벳의 마방들이 이곳 윈난성까지 오가면서 겪어야 했던 고단한 삶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보기 위해 먼거리를 마다않고 오지 않았던가!
 

진사강[金沙江]은 두 설산 사이에 깊은 협곡을 만들면서 수백 수천 년을 흐르고 있다. 강물의 많고 적음이야 수시로 변하는 것이겠지만 본질적으로 낮은 곳을 향하여 끊임없이 흐르는 유장함은 끝간 데를 모른다. 중국대륙을 가로질러 6천 킬로미터 이상을 흘러흘러 상하이란 곳에 이르러서 동중국해에 합류한다. 황하문명과 함께 중국 문명을 지탱해 온 또 하나의 기둥 역할, 오늘날 중국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그 이정표가 화려하다 못해 무겁게 느껴진다. 여기서부터 경사도가 매우 심한 꾸불꾸불한 길을 차로 계속 올라가면 우리가 묵게 될 차마객잔에 도달한다. 해발 2500미터 지점에 있는 숙소이다. 중간에 멈출 수도 없이 급한 경사를 올라야 하는 위험천만하고 구절양장의 길, 사진 한장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자신의 몸을 추스리기 바빴던 거다.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는데 운전기사는 이 정도는 식은죽 먹기란 듯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아, 근데 이게 웬일인가. 예상했던 허름한 숙소가 아니었다. 무거운 짐을 말에 싣고 오가는 마방들이 쉬어가는 오지마을의 숙소라기에는 격에 맞지 않았다. 마방들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는데 더 바래서 무엇하랴만 차마고도에 왔다는 감격만큼이나 실망이 큰 것은 나만의 예민함일까? 우리가 묵을 객잔은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신차마객잔'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차마객잔은 이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저 승용차 옆으로 보이는 세 개의 방과 2층, 3층에 각각 하나씩 모두 다섯 개의 방이 우리 일행이 묵을 방으로 배정되었다.
 

방에 들어가 보니 그 어떤 숙소의 방보다도 깔끔하고 쾌적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그러려니 했지만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다.
 

여장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숙소 반대쪽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산의 윤곽이 분명하진 않으나 그 설산의 위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상에, 이런 곳에 풀빌라도 있다니! 풀빌라를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일까? 아니면 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까? 10년 전 이곳을 찾았던 유단장의 말에 의하면 없던 건물이 너무 많이 생겨서 상전벽해가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변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단다. 언제부턴가 윈난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관계당국의 관광개발정책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녁 식사 시간, 오골계 닭백숙의 깊은 맛과 김치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한국 식당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차마객잔을 찾는 관광객들이 대체로 한국인임을 증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닌게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숙박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우리 팀 10명과 대구의 KJ여행사 손님 30여 명이 그것을 증명한다. 
 

저녁식사 후 시시각각 변하는 일몰의 하늘빛을 관찰하기 위해 객잔 마당에 섰다. 모처럼의 집단 대화가 가능했다.

오늘 하루의 끝!!
 

다음날 아침이다. 옥룡설산을 비추는 일출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옥룡설산 위 구름을 비추는 아침햇살이 강렬하다. 잠시 후면 걷히게 될 새벽의 고요가 아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곳이 바로 차마객잔임을 증명해 준다. 낙서의 반은 한글인 것 같다. 이곳을 다녀간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멋진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두 젊은 남녀, 사이좋은 부부가 탁자 좌우에 앉아서 앙증맞게 사진을 찍어야 어울리는 공간일 것 같다. 정태가 일찍 일어나 이곳에 와 있지만 혼자라서 그 역시 그 공간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부인과 함께 있다면 당장이라도 멋진 사진을 찍어주었을 텐데 다소 아쉽다.  
 

저렇게 정태는 혼자다. 당장이라도 부인을 모셔오면 좋겠다만..... 이 사진도 찍지 않으려고 했다. 부스스한 얼굴이라면서.
 

누구는 잘 생겨서 찍냐? 세수도 아직 안 했고 머리가 단정하지 않아도 이렇게 여유있게 보내는 순간의 포착에 의미를 부여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 저 뒤의 하바설산에도 햇빛이 보인다.
 

구름 사이로 드러낸 옥룡설산, 뾰족뾰족한 봉우리가 경쟁하듯 날카롭게 솟아있어 톱니와 상어의 이빨이 연상딘다.
 

조금 전에 보이지 않던 설산의 왼쪽 봉우리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시각각 보여주는 구름의 조화가 재미있다. 
 

엊저녁에 앉았던 그 자리에 다시 모여 아침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먼저 온 사람이 먼저 음식을 드는 게 아니라 일행 전원이.모여야만 내부 규칙에 따라 식사를 제공했다는 거다. 또 우리가 주문하는 음식이 아니라 아침 식사만큼은 숙소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음식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차마고도를 오가던 마방(馬幇)들의 자취를 따라 걷는 트레킹이 시작되기 전, 영신 22기의 건각들이 현수막을 펼쳐들고 나란히 서서 트레킹의 의미를 새기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의지를 다졌다. 영신 22기 화이팅, 아리아리!!!
 
우선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차마고도에 대한 인터넷 자료를 열거해 보면,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개통된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주요 교역로. 중국과 티베트, 네팔, 인도를 잇는 육상 무역로이기도 하다. 해발 4000m가 넘는 험준한 길과 눈 덮인 5,000m 이상의 설산과 아찔한 협곡을 잇는 이 길을 통해 윈난성의 명물인 차 외에도 성도의 명물인 비단의 수출로였고 말, 소금, 약재, 곡식 등의 다양한 물품의 교역도 이루어졌으며 여러 이민족의 문화와 종교와 지식이 교류되었다. 이 길은 실크로드의 전성기보다 200여 년이나 앞선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존재한 고대의 무역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대에 해당 지역의 원주민들은 이웃한 중국인들과 일용품을 교환한다는 개념만 있었을 뿐 무역을 통해 대규모 수익을 창출한다는 개념까지는 갖추지 못하였다. 이후 중앙아시아 신장 지역을 통한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해당 지역 무역은 중요도가 감소하고 송나라 시점 이후에야 다시 번성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차 재배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고 티베트인들이 말을 수출하고 차를 수입하는 무역을 시작하고 나서야 차마고도 무역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KBS 다큐에서 다룬 쓰촨성 서부의 티베트 마방(상인단)은 고산지역 특산품(송이버섯, 야크버터 등)을 말 등에 싣고 남쪽 윈난성까지 가서 현지에서 팔고, 그 곳에서 고산지대에서 구하기 힘든 여러 생필품을 구입해 다시 티베트로 돌아간다. 이 외에도 티베트 마방들은 남쪽으로는 네팔을 거쳐 인도까지 내려가거나 서쪽으로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가기도 했지만, 이 경로는 중인 국경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으로 제작 당시(2006-7년) 매우 위험했기 때문에 당연히 KBS 다큐에서는 담지 않았다. KBS 다큐에서 다룬 경로는 그나마 중국이 관할하고 있는 영역이라서 치안이 유지되는 곳이었다.
KBS 다큐 제작 당시까지만 해도 티베트의 접근 경로가 거의 차단되어 있어서 현지는 티베트 고유의 풍습을 잘 간직하고 현지인들은 중국어를 거의 하지 않고 티베트어로만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2023년 기준으로 티베트에 여러 도로가 뚫리고 철도가 개통되면서 중국인들이 몰려오면서 중국화가 진행중이며 이렇게 티베트 문화가 사라져가는 모습은 중국 현지에서조차 우려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험한 길을 오가며 상업활동을 하는 마방도 이제 더이상 활동하기 힘들어졌다. KBS 다큐 1부 말미에서도 도로가 건설되고 있는 현장을 마방이 지나가면서 이런 모습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의 최고 책임자 유단장의 멋진 포즈도 내 사진에 담았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 묻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다른 데는 몰라도 내년 2월에 예정인 남미의 안데스 산맥 트레킹만큼은 나도 참가하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고산병 약을 미리 먹어두면 웬만한 고지는 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호도협 나시객잔에서 차마객잔까지,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 중도객잔에서 티나객잔까지 총연장 약 20킬로미터 정도의 트레킹 코스 지도가 보인다. 우리는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을 거쳐 티나객잔까지 트레킹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중도객잔까지 약 2시간을 걷고 그곳에서 1시간 정도의 휴식을 충분하게 취한 다음, 다시 출발해서 티나객잔까지의 2시간 정도의 트레킹이 끝나면 도착 예상 시간이 오후 1시쯤이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점심 시간! 
 

수확을 끝낸 뒤의 옥수수대를 벽에 기대어 놓고 말리고 있는 장면이다. 영락없는 시골풍경이다. 이 가파른 좁은 땅에도 개간할 만한 땅이 있어서 이렇게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차마고도의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쓰레기 하나 버려지지 않고 깨끗한 것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쓰레기를 줍는 분들이 있어서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부 당국의 관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이젠 구름이 싹 걷히고 옥룡설산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오늘은 이렇게 뒷모습을 보지만 내일 모레는 이번 윈난성 여행 절정이라 할 옥룡설산의 정면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정태 부부의 사진 찍는 모습, 정성을 다해서 멋지게 찍으려는 모습이라서 더욱 좋다. 영천의 임고땅에서 과일 농사를 짓느라 바쁘게 살지만 이렇게 여행할 때만큼은 농삿일일랑 다 잊고 있어야 할 것이다. 농촌일로 한창 바쁠 때 단행된 중국 여행이라서 본인은 사실 신경이 여간 쓰이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 줍는 분을 또 만났다. 얼마나 일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 우리들이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떨어진 쓰레기를 여기저기 찾느라 바쁘다. 
 

중도객잔의 입구, 차마고도 트레킹 코스의 딱 중간 지점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도객잔의 가장 큰 매력은 이 계단 위로 올라가서 만나게 되는 테라스다. 옥룡설산의 웅장한 설봉과 발아래 깊숙이 흐르는 진사강의 급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것이다.
 

테라스 위의 난간에 기대어 유단장과 나란히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중도객잔의 실내 카페 또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전 세계 트레커들이 한 번은 들러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윤록이는 우리 일행을 위해서 맥주나 커피를 한 잔씩 사고 싶다고 했다. 아니, 이게 웬 떡이냐며 즐겁게 그 호의를 접수하기로 했다. 주고 받는 즐거움이 있어서 너무 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몇몇은 맥주를, 몇몇은 커피를 주문해서 편하게 앉아 마실 수 있으니 천국을 맛보는 순간과도 같다. 멍때리고 앉아서 설산만 바라봐도 좋다. 비록 소유하지는 못할지라도 가슴속에 간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약 1시간 가량의 휴식을 마치고 티나객잔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다시 발길음을 옮겼다. 햇살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덥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걸어가는 속도 만큼이나 바람이 일어 얼굴을 간질이니 양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진사강 아래로 유유히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멀리 관음폭포가 보였다. 어디서부터 흘러내리는 폭포인가? 더구나 우리가 지나가야 할 길 한가운데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 서 혹시 길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길로 떨어지는 물의 양은 많았지만  다행히 길의 안정성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길 옆의 암석에 일차적으로 떨어지면서 그 위세가 많이 꺾였고 잔돌로 굳게 다져진 길로 흘러내리는 정도여서 이런 물에 쓸려 파손될 염려는 없어 보였다. 이 돌길을 지나가는 말과 사람들에게는 이 폭포수가 생명수로 느껴질 것이기도 해서 이름까지 자비를 베푸는 '관음폭포'인 것이다. 
 

우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잠시 머물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소매를 걷어 올려 손을 씻기도 하면서 폭포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 
 

차마고도를 걸으면서 자주 보게 되는 동물은 바로 염소들이다. 몸의 색깔도 다양했다. 검은 놈, 흰 놈, 점박이 놈, 반반 섞인 놈 등, 다리만 검은 놈, 뿔이 있는 놈, 없는 놈 등이다. 사람이 다니지 못하는 높고 낮은 비탈길을 마음대로 다니면서 풀을 뜯으면서 야생으로 살아가는 놈들이라 그 생명력은 대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친근감의 표현으로 손을 내밀면 손바닥을 핥아 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트레킹의 막바지에 길의 경사 변화가 심해졌다. 길의 잦은 오르고 내림이 걷는 사람들을 잠시 긴장시켰다고나 할까?
 

우리보다 앞서 가던 30대 정도의 젊은이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나무를 잡고 있어서 더이상 미끄러지지 않았지만 앞서 가던 두 젊은이가 쫓아가서 구조해 주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한 장면이다. 사고를 당한 젊은이가 우리 앞에서 걷고 있을 때 걸음걸이가 너무 느려서 참으로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저 친구는 꽤나 젊어 보이는데 나이 많은 우리들보다 잘 못 걷는 이유가 뭐람?' 이렇게 생각하고 모퉁이를 돌아설 때 그 청년을 추월해서 잠시 앞서 가고 있을 때 일어난 사건이었다. 잠깐동안이나마 나의 오만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던 순간이었다.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태섭이가 만난 염소는 어린 새끼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풀로 유인해서 먹이려고 하는 장면인데, 염소는 끝내 먹지 않았다. 비록 어리지만 맛으로는 냄새로든 먹을 수 있는 풀과 아닌 것을 구별해 내는 능력이 확실히 있는가 보다. 
 

예상대로 우리는 오후 1시경, 티나(TINA)객잔에 도착했고 예정된 차마고도 트레킹을 4시간 30분만에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옛날 마방들이 걷던 길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구간은 그 당시보다는 훨씬 넓고 잘 닦여져 있어서 험한 길을 실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나시객잔에서 차마객잔 구간에 있는 28밴드의 경사도 높은 구불길을 차라리 걸을 수 있었다면, 아찔아찔한 자연그대로의 길을 걸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느낌이다. 여하튼 우리 친구들 무사히 완주해 냈고, 대단한 노익장을 발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티나객잔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는 승합차를 탔다. 며칠 전 호도협으로 가는 날, 그 입구 셔틀버스 타던 주차장 가까운 식당으로 내려가서 점심을 먹었다.  
 

자, 이제 다시 리장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리장 시내가 눈 아래로 보이는 어느 지점, 리장고성까지 4킬로, 속하고진까지 6킬로, 옥룡설산까지 27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다는 지점이다. 리장 고성에서 옥룡설산까지 거리는 고작  23킬로 정도?
 
전에 이틀간 묵었던 리장의 숙소 하이요우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에서 다시 3일을 더 묵다가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면 되었다. 점심 식사 이후는 호도협에서 리장고성으로 돌아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정이 계힉되어 있지 않이 모처럼의 여유가 생긴 거다. 순균과 나는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총무님이 찾아와 저녁 식사할 시간이 다 되었다며 가까운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저녁식사는 풍성했다. 일행이 주문하는 것을 100% 수용해서 실컷 먹기로 했다. 중국음식에 익숙하지 않은지라 어떤 음식이 맛있고 훌륭한지 알 수 없었다, 다 그렇고 그런 음식이라서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식사 후 숙소에 돌아왔다. 배가 부르니 곧바로 들어가 잘 수는 없지 않은가? 마침 유단장이 나에게 묻는다. 운동도 하고 바람도 쐴 겸 고성 안을 둘러보는 게 어떠냐고 한다. 내 마음을 미리 알고 있는 유단장, 척 하면 삼 천리다. 일한이 태섭이도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니 네 명이 함께 움직이면 되었다. 며칠 전 찾아간 찻집에서의 맥주 음주를 다들 떠올렸기에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킹 장면도 구경하면서 여유있게 리장 고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실내가 아닌 실외로 장소를 옮겨서 바깥 공기를 직접 마시면서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리장 고성의 야경은 언제 보아도 좋았다. 지붕 아래로 켜 놓은 조명의 연속선이 고성의 품격을 더해주고 있었다. 
 

윈난성에서 마실 수 있는 최고의 맥주는 DALI였다. 리장 고성에서 촌스럽게 칭다오 맥주를 찾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리장과 쿤밍이 가까이 있듯이 쿤밍 옆에 다리가 있으니 다리시에서 만드는 DALI 맥주를 마셔야 맞고 그래야 그 지역의 경제가 살 수 있다는 거다. 우리가 경상도에 살면서 소주를 마시더라도 되도록이면 참이슬이 아닌 참소주를 마시듯이. 이런 게 지역사랑 고향사랑에서 말미암는 것임을 알 것이다. DALI 맥주는 참 맛있었다. 그러나 나이탓인지 전작이 있어선인지 각 한 병씩만 마시는 고도의 절제심을 보여주었다. 굿나잇, 친구야, 다들 잘 자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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