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행 막바지까지 왔다. 오늘은 보로부두루 불교 사원을 둘러보고 저녁 식사를 한 뒤 므라피 화산으로 가서 어둠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용암의 꿈틀거림을 감상하고 여유있게 내려오면 일정이 모두 끝난다. 최고의 변수는 날씨인데 11월부터 3월은 우기인지라 못 볼 가능성이 더 많다. 브로모 화산의 일출, 카와이젠 화산의 푸른 불꽃을 곰탕 같은 날씨 때문에 못 본 것으로 봐서 예상이 가능하다. 혹시 볼 수도 있다는 희망만 있을 뿐이다. 그 자그마한 가능성 하나 믿고 큰 경비를 쓰면서 도전해 보는 것인데 차라리 희망 고문에 가깝다고 봐야 하리라.

호텔의 6층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 오늘도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이틀 머무는 동안에는 조식을 호텔에서 제공한다. 음식의 종류가 많아서인지 먹을만 했다. 마음 편하게 음식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매우 감사한 일이다.^^

오전 8시, 예약한 차량이 호텔에 도착했고, 우리 일행 13명 모두는 그 차에 올라탔다. 약 한 시간 정도 달려가면 목적지인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주차장에서 내려 매표소까지 가려면 잠시 걸어가야 했다. 운전기사가 거기까지 안내 서비스를 해 주었다.


사원을 출입할 때 손목에 차는 것인데, 외국인들에게 받는 요금은 현지인들보다 5배 정도 더 비싸다. 경로우대도 없다. 중국 여행할 때에는 65세 이상이 경로우대 대상이어서 경비를 좀 절약할 수 있었는데 여기는 아니다. 455,000루피아의 입장료니까 우리 원화로는 얼마일까? 인도네시아 100루피아는 한국돈 8.75원이니까 입장료가 약 4만원인 것이다.


우현선사 태천이가 가장 좋아한다는 연꽃, 사원 안에는 활짝 핀 것도 있지만 아직 봉오리 상태의 연꽃이 눈에 많이 뜨였다. 태천이는 연꽃을 피사체로 하여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는 엄청난 양의 불교 서적을 탐독했고 그 방면의 전문가다. 불교에 관한 한 언제 어디에서든 몇 시간의 강의가 가능하다. 법학을 전공한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불교는 그의 부전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은 특별히 셀카봉을 준비했으니 두 명씩 짝을 지어 사원 주변을 배경으로 사이좋게 몇 장 찍어볼까 한다.





눈에 확 들어와서 꽃이름을 알려고 검색을 해 보니, 시계꽃이라고 하는데 더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이 불교 사원 경내에서는 개인 신발은 신주머니에 넣고 사원 당국에서 제공하는 슬리퍼를 신도록 되어 있다.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 사용 후 반납하지 않고 개인이 소장하면 된다. 워낙 가벼워서 비행기 탈 때 실내화로 신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발등이 워낙 높아서 웬만한 크기가 아니면 신기 어렵다. 사진처럼 엄지발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제일 큰 신으로 바꿔야 되겠다 싶어 교환해 줄 것을 요구하니 바꿔 준다. 키와 발이 큰 순박이도 제일 큰 신발을 요구해서 신고 있었다.

디자인이 조금 다른 것도 있다. 내가 바꿔 신은 신의 디자인과 일치한다. 그나저나 이 발의 주인공은 누구? 털이 왜 이렇게 많은겨? 나이가 들면 힘빠지고 몸에 난 털마저 사그라드는 게 정상인데, 아직도 이렇게 털힘이 강한 것으로 보아 아직은 늙지 않았다는 증거?

고등학교 재학 시절의 영활이는 털이 유난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도를 했지만 얼굴 양옆 피부 안에 검은 기운이 가득한 구레나룻이 선명했었는데 이제 그 검은 기운은 없고 하얀 털로 다 덮였다. 면도를 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너나 없이 다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 늙어버린 것이다. 늙음을 탄식한들 어쩌랴. 고려 말 우탁 선생이 지은 시조, <탄로가>가 떠오른다.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져근덧 비러다가 머리 우희 불니고져/ 귀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져근덧: 잠깐 동안, *우희: 위에, *불니고져: 불게 하고 싶구나.


팀별로 배치된 관광 가이드들은 단체 관광객들을 천천히 인솔하면서 자세히 설명을 하는데, 외국인들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 비교적 유창한 영어로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었다.




간혹 현수막을 펼쳐 들고 단체 사진을 한 장씩 찍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주위의 분위기와 배경에 잘 어울린다.


상근이가 쓴 모자는 특별한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 사용해 왔기 때문에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 같은 휴대품이다. 무애산방 등산모임 때마다 쓰고 다니는 그의 애장품이다. 언젠가 모자 쓴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반응을 보였더니 그 모자의 내력을 나에게 얘기한 바 있는데 나는 당시 그의 남다른 휴머니티에 크게 감동했었고 여전히 그는 솔선수범의 표상으로 내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듣고 있는 친구들, 영어로 설명하는 것을 다 알아듣는 것으로 보아 다들 보통 수준이 아님을 알겠다. 가이드의 익살섞인 설명에 모두들 재미있어 했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니까 가이드는 더욱 신명이 났다.
이 사원에 대한 인터넷 자료를 소개한다.
보로부두르(Borobudur)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심에 위치한 불교 사찰이다. 세워진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약 천년 이상된 사찰이다. 이 사찰에서 볼 만한 것은 4층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화랑에 새겨진 부조이다. 시계바늘 방향으로 부처의 탄생을 비롯한 그의 일생과 행적, 가르침이 정교히 그려져 있다. 또 하나의 불가사의는 제일 아래쪽 기단이 아직까지 숨겨져 있는데 미래를 예언하는 부조들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현지인들은 수투파(Stupa, 부처님이 안에 들어 있는 종)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넣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와이삭 축제)에는 등불을 든 불자들의 행렬이 있고 밤 12시까지 보로부두르 사찰이 야간 개장하면서 전 세계 불자가 모여서 회랑돌기를 한다.





보로부두르는 하나의 거대한 스투파로 이루어져 있는 석조 건축물로 밀교식 만다라의 형태를 띠고 있다. 기단의 각 동서남북 변은 123m, 바닥부터 정상까지의 높이는 35.4m이다. 전체적으로 피라미드 형태인데 구조를 크게 욕계층(慾界層), 색계층(色界層), 무색계층(無色界層)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아래의 욕계층은 123m X 123m의 사이즈로 높이는 약 4m다. 그 위의 색계층은 정사각형 모양의 5단 받침돌로 이루어져 있다. 색계층의 첫째 단은 욕계층 기단의 가장자리에서 7m 뒤로 물러나있으며 색계층 둘째 단부터는 이전 단으로부터 2m 뒤로 물러나있다. 맨 꼭대기의 무색계층은 3개의 원형 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단에는 동심원을 이루며 배열된 구멍뚫린 불탑들이 배치되어 있다. 원형 단 맨 위에 돔 모양의 스투파가 자리잡고 있는데, 높이는 35m 정도로 원래는 우산 모양의 차트라가 이 꼭대기에 꽃혀있었지만 지금은 박물관으로 옮겨져서 없다.
정사각형의 5층 기단(색계층) 위에 원형 3층 받침돌(무색계층)이 플랫폼 형태로 있고 그 위에 거대한 종의 모습을 한 불탑, 스투파가 있다. 정상까지는 화랑(畫廊)을 모두 거쳐서 올라갈 수 있는데, 그 길이가 5km에 달한다. 아래층에서부터 욕계(慾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를 묘사하고, 정상에 도달하면 해탈에 도달했음을 상징한다.
기단부와 난간에는 부조로 장식되었는데 맨 아래 기단에는 욕야카르타 사람들, 즉 사일렌드라 왕조 당시의 자바섬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묘사하였다. 그 위쪽으로는 석가모니의 일생이나 깨달음을 위한 수양, 경전의 내용 등의 내용이 묘사되었다. 이는 자바섬, 욕야카르타의 전통숭배(조상숭배 사상)와 힌두교, 불교의 문화가 어우러진 것인데 기단을 올라갈 때 계단 모서리를 보면 흉측한 괴물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칼라라 불리는, 인도 신화에서 시간을 신격화한 것으로 '죽음'까지도 의미하며 죽음의 신(Yama[범])과 동일시된다. 보통 칼라는 마칼라 혹은 마카라는 인도의 괴어 조각상과 한 쌍을 이룬다. 보로부두르에도 계단을 오르는 곳에는 칼라, 입구에는 마칼라가 세워져 있다. 보통 칼라와 마칼라가 사원이나 탑 주위에 배치된 경우 그 사원을 지키는 수호신이나 신의 사자란 의미로 해석되고, 보로부두르 사원에서는 자바 불교와 힌두교 문화가 결합되어 건축에 반영되었음을 보여준다.
정상에 있는 종탑 모양의 스투파(Stupa) 73기는 보로부두르의 또 다른 볼거리인데 가장 바깥쪽에 32기, 그 안쪽으로 24기, 다시 그 안쪽에 16기가 있다. 그리고 사원의 중심이자, 가장 높은 곳에 다른 스투파들보다 훨씬 더 큰 스투파 1기가 있다. 이 스투파는 안이 텅 비어있는데 이것은 대승불교의 공(空)사상을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보로부두르가 상좌부 불교 유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보통 자바섬에 도달한 불교가 상좌부 불교라 상좌부 불교 사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일렌드라 왕국이 번성했던 10세기 자바 섬은 상좌부 불교가 아니라 민간 토속신앙과 힌두교 문화가 섞인 대승불교권이었다.(인터넷 자료 인용함)






네모난 구멍 안에 들어앉은 부처님의 표정이 참 자애롭다.

구세군이 연말에 흔드는 종처럼 생긴 것을 엎어놓은 듯한 형태의 스투파가 연속적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수없이 놓여 있다. 저 탑 안에는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 게 틀림없을 텐데 네모난 구멍을 통해서 들여다 보면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텅 비어 있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일일이 확인하지 못할 것 같다.


탑 안에 모셔진 부처님 중 유일하게 공개되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종 모양의 뚜껑이 원래 있었는데 나중에 없어진 것인지 일부러 덮지 않고 공개한 것인지 궁금하다. 균형 속의 파격을 의도한 것일까? 우현선사 태천이는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법사 반열의 명배도 득도했으니 학문적 설명이 가능할까?



부조의 정교한 조각 솜씨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대체로 얼굴과 몸매가 통통하고 표정 또한 평화로워서 바라보는 이들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래 사진으로 보이는 얼굴 모습들은 평화로움의 극치가 아닐까 한다. 그 눈매와 입술에서 빚어지는 미소 하나하나가 너무 정겹지 않는가? 살며시 다가가 볼에 입을 맞추기라도 한다면 금방이라도 환하게 웃으며 뭔지모를 메시지를 던져줄 것만 같다.









사원을 다 둘러보고 난 뒤의 저 만족스런 미소를 보아라. 이미 욕계, 색계, 무색계를 다 섭렵해 버린 지인달사의 풍모가 아닐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살아야지, 뭘 그리 아등바등 집착하나! 이제는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어 봐야 마음만 괴로운 법, 사소한 것에 얽매지 말고 대범하게 살아보세. 그대들은 참 훌륭하오.^^

보로부두루 사원을 모두 둘러보았으니 또 한장의 기념 사진을 남겨기고 떠나야 하지 않을까? 똑같은 신발을 신은 맨발의 청춘들, 아직은 멋을 잃지 않고 사는 풍류객들 같아서 참 좋소! 우린 짧은 7일간이었지만 마음이 서로 잘 통했잖소?^^

모두가 다 사원을 빠져나왔다고 봤는데 확인해 보니 병우가 아직 합류하지 못하고 우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전화 연락이 돼서 있는 곳을 확인하고 가이드가 찾아가서 만났고 실종된 지 20여 분만에 상봉했다. 이제는 호텔 주변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므라피 화산을 보러 가면 오늘 일정 끝이다.

엊저녁에 들렀던 곳, 음식이 풍성하고 직원들의 서비스가 훌륭했던 곳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았다. 우리들끼리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는 특별실로 안내되었다. 참 감사하다.





종합해 보건대 역시 이곳 레스토랑 음식은 풍성했던 것 같다. 이틀간의 저녁식사는 가성비는 물론 질적으로 최고였다.

다시 호텔 로비로 왔다. 메라피 화산을 찾아갈 준비를 끝내고 안내 차량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태천이가 오늘 저녁의 일정과 화산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이다.

호텔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만에 도착한 화산 전망대에는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날씨 예보를 확인하고 1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서 펼쳐지는 화산활동을 다들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구름과 안개가 앞을 가릴 것이 뻔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달랐다. 설사 못 보더라도 그곳에 가서 그 화산 활동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 거다. 불의 고리, 화산의 나라에 왔는데 마지막 기회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전망대 옆에 무덤이 보인다. 하필이면 이곳에 외롭게 안치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운전기사는 우리말을 잘 구사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화산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통해서 지금 현재 펼쳐지는 분화구 안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용암은 보이지 않고 피어오르는 흰연기만 화면에 보였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우리들을 만나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달빛이 선명하고 별들도 여기저기 보였지만 화산이 위치한 곳은 그저 캄캄하기만 했다. 아무리 기다려 봐야 붉은빛의 용암 흐름은 보기 어려울 듯하다.


1시간 30분을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전망대에서 우리가 보고자 한 장면의 사진인데 못 보게 돼서 솔직히 참 아쉽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현지 시간 밤 10시쯤이다.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순균이와 내일 새벽 호텔 가까이 있는 동네 시장의 모습을 둘러보기로 약속하고 잠을 청했는데 한동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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