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정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 가장 여유 넘치는 날이다. 여행의 진수는 충분한 휴식에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날이 될 수도 있다. 원래는 오후에 카와이젠 화산을 둘러보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어제 관광객 한 명이 그 분화구의 호수에 빠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26일까지 출입을 금지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 일정을 포기하게 되면서 갑작스레 찾아온 여유로움이다.
카와 이젠 화산을 직접 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인터넷에서나마 자료를 얻어 정리해 놓는 것으로 보상하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이젠산(Mount Ijen/Gunung Ijen/Kawah Ijen)은 인도네시아의 자바섭에 있는 활화산이다. 이 화산은 성층화산으로, 정상에 칼데라호가 있다. 칼데라호의 물은 청록색으로 보이고, 이곳은 인도네시아의 사람들이 유황을 채취하는 근거지이도 하다. 그리고 칼데라 안의 칼데라호 옆에는 유황 가스가 자욱해서 자칫하면 큰 사고를 불러오기 쉽다고 한다. 브로모 화산에서 8시간을 달려야 이 화산에 도착할 수 있다. 이젠산이 정식 명칭이며 카와 이젠(Kawha Ijen)이라고도 한다.

우리 일행이 묵고 있는 숙소의 명물은 바로 이 풀장 공간이 아닐까? 어디에서 보아도 시원한 이미지의 풀장, 금방이라도 풍덩 몸을 던져서 더위를 식히고 싶은 공간이다.

순균과 나는 아침잠이 별로 없어서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새벽 5시쯤 되면 거의 눈을 뜨게 되는데, 두런두런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날이 조금 밝아지기만 하면 옷을 주섬주섬 차려 입고 일어나 길을 나선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하다. 골프장 주변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이 곳의 분위기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포장 도로 주변의 풀들이 말끔히 깎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주변을 관리하는 분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숙소 중의 일부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내부 공간의 구조는 모두 비슷한데,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았다. 이용하는 분들의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음을 알겠다.



아침 6시경, 30만 평에 해당하는 골프장을 관리하는 분들의 점호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제복 입은 7명의 인원들이 열중쉬어 자세로 상관의 지시를 열심히 경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공간에도 상하관계의 군사문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겠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인도네시아란 나라가 군인들과 경찰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데.....



뿌리를 공중에 달고 있는 나무를 본 순균이는 달려가더니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란다. 그나저나 저 나무 이름은 무엇일까?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니 벵갈 고무나무(Banyan Tree)라고 하는데 맞을까?




란타나(Lantana),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의 색깔이 변하는 특징이 있어서 칠변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아주 매력적인 식물이다. 꽃이 예쁘고 향이 좋아 인기가 많지만 꽃과 잎, 열매 등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 9시쯤 되니 숙소 앞 골프장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프채를 가져온 태천과 학수씨, 골프채를 빌려서 치고 있는 정우와 태섭도 이렇게 오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정우가 신은 신발은 내 신발임을 밝힌다.^^ 예정에 없던 골프를 치게 돼서 자신의 등산화와 내 트레킹화를 바꿔 신게 된 거다. 오늘 정우의 실력이 발휘되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신발 덕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태섭의 골프치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편 숙소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을까? 잠이 모자란 친구는 잠을 청할 것이고..... 우리 네 명은 오전부터 술을 한 잔 하기로 한다. 술은 단지 매개일 뿐, 이야기를 나누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게 수다를 떨면서 우정을 쌓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으니 아무도 말릴 수는 없다. 말은 많아서 편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다른 숙소의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골프치는 친구들은 그 전에 18홀을 다 돌 수나 있을까? 우리는 또 어제처럼 풀장을 찾아 물놀이나 할까? 여하튼 이런 여유가 찾아오다니 참 좋다. 여기저기 쏘다니지 않고 이렇게 죽치고 앉아 마냥 멍때리고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 우리들의 젊은 날!!




소나기성 폭우, 그 빗소리가 또 감동이다. 낯설은 남국에서 듣는 빗소리의 요란함이 전율처럼 가슴에 와 박힌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풍성함이 이런 빗소리에도 담겨있다니! 빗소리에도 마음이 일렁이는 이런 날이 참 좋다.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마음이 움직이니 모든 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백강 서수생 교수님이 멋진 글씨로 칠판에 써내려갔던 10자의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비풍동번동 지유여심동(非風動幡動 只有汝心動)'


순균이와 나 오랜만에 또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어떤 이야기든 시작되면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 사이에 쌓인 우정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길고 깊다. 고딩 시절이야 조용하기만 했던 나였고 서로 데면데면하게 잘 모르고 지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그가 어느 날 내게 보여준 고딩 시절의 일기장이 그 질긴 인연의 끈이 되었던 것 같다. 당시 그가 겪었던 가난의 슬픔이 내 가슴에 연민처럼 저며왔고 그에게서 볼 수 있었던 남자로서의 강한 의지와 속깊은 정과 의리는 늘 나를 곁에 묶어 두었던 것이다. 40여년의 교직생활을 각자의 자리에서 해 오면서 주고 받았던 이야기들도 아직 귀에 쟁쟁하다. 교육 방법면에서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바탕이 비슷하니 싸울 일 하나 없었던 것 같고 늘 서로를 인정해 주는 미덕을 발휘했다. 최근 4년간 동기회장을 맡아서 일을 대하는 태도와 처리하는과정을 살펴본 즉, 그는 천상 동기회장의 자격을 너무 잘 갖추고 있다. 마치 '준비된 동기회장임'이 아닐까 싶다. 주변의 친구들도 종신 동기회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틀 동안 숙소 밖에 나가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는지 구내 식당(그릴) 관계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숙소 안에서 비교적 괜찮은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바베큐 파티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그런 파티는 아닌 듯!! 여하튼 주요 고객인 미스터 킴(태천)의 영향력이 큰지라 그 덕을 단단히 보는 셈이다. 가성비 최고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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