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는 매우 찼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 힘들어서 전망대 주변의 공간을 어슬렁거렸다.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스쿼트 운동도 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도 하고 난간에 기대어 팔굽혀펴기 등도 시도해 보았다.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참 재미있고 구수했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는데 그들에게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소음으로 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그 재미난 이야기를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남반구에서나 볼 수 있는 남십자성 별자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오른쪽에 빛나는 네 개의 별을 좌우 상하로 연결하면 비스듬하게 누운 십자가가 된다. 남반구 밤하늘의 가장 큰 특징이다. 북꼭 하늘에 북극성이 있다면 남쪽 하늘의 지표는 바로 남십자성인 것이다. 네 개의 밝은 별이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다. 남쪽 방향을 알려주는 천연 나침반 역할을 한다. 호주 국기, 뉴질랜드 국기에도 남십자성이 그려져 있을 만큼 그 상징성이 남다르다.

해가 곧 뜰 시간이다. 그런데 곰탕처럼 안개만 잔뜩 끼어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밤보다 더 심해져서 보이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떡하나? 그 멋지다고 하는 브로모 화산의 모습과 일출 장면을 못 보고 그냥 내려가야 한단 말인가?




정상적인 일출이라면 아래 사진과 같은 작품 사진이 가능할 텐데,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직접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하는 심정, 이런 게 바로 허탈감이 아닐까? 천지를 보기 위해 백두산을 오르고, 백록담을 보기 위해 한라산 정상을 밟았으나 천지와 백록담 모두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때의 내 심정과 다를 바 없다. 누구는 보고자 할 때마다 다 봤다고 하는데 나는 보고자 할 때마다 보지 못했으니 불운의 사나이임에 틀림없다. 마치 나 땜에 내 주변 사람들마저 못 본 것이 아닐까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위의 사진 3장은 태천이가 작년 여름에 이곳에 와서 찍은 것인데, 우리가 이런 사진을 직접 찍을 수 없음이 못내 아쉽다. 요즘이 우기라서 일출보기가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 섭섭함은 어쩔수가 없다. 우기에도 건기보다 확률은 적지만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저버릴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는 결국 '희망고문'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커피 한잔 했던 장소로 돌아와 우리를 태워 온 짚차들이 되돌아가기 위해 우리를 태우러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무질서한 듯 하면서도 질서있는 교통상황에 맡겨야만 하는 것이다. 돌아가다가 분화구 안에 위치한 브로모 화산을 올라보기로 했다.




05:45 브로모 화산 조망이 가능했던 전망대에서 브로모 화산의 분화구로 가기 위해 다시 짚차를 타고 하산을 시작했다.

거대한 분화구 안이다. 화산재가 쌓인 평야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광활한 분화구에서 다시 용암이 분출하여 또 다른 화산이 그 안에 생겼는데 그 화산이 바로 브로모 화산이고, 지금도 그 안에서 유황가스가 끊임없이 빠져나오고 있고 언제 또 용암이 분출할지 알 수 없는 활화산인 것이다. 화산의 모습은 잠시 뒤에 보기로 한다.


브로모 화산이 안개 너머로 어렴풋이 보인다. 안개가 원망스럽긴 하다. 저 말을 타고 화산 언저리 계단 밑까지 갈 수도 있다는데 걸어가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왕복 3만원의 돈을 요구해서 우리 일행은 걸어서 갔다 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인데 굳이 말을 타고 갈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병우와 태섭이는 중간에 마부의 설득을 뿌리치지 못하고 편도 9천 원을 주고 말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매우 짧은 거리였다. 차를 타고 화산 입구까지 들어와 내려줘도 될 테지만 입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관광객들에게 승마체험을 할 기회를 주고 그 댓가로 돈을 받겠다는 사업 의도가 눈에 읽혔다. 화산에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정부의 관광객 유치책과 관련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브로모 화산에 올랐으나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코와 입안을 찌르는 유황냄새와 깊이와 규모조차 알 수 없는 저 깊은 곳에서 들리는 물끓는 소리이다. 우선 숨쉬기가 쉽지 않았다. 인증샷 한 장 남기고 빨리 내려가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기분 같아서는 화산 분화구의 림을 한 바퀴 돌고 싶은데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화산을 오르는 계단입구까지 말을 타고 왔다가 화산을 둘러본 뒤 다시 타고 내려가는 시스템의 현장이다. 편도 이용도 가능하다.



저 위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뒤돌아본 사진이다.

뒤로 보이는 산도 화산인데, 지금은 활동 중이 아닌 사화산이다. 우리나라의 한라산, 백두산처럼 활동이 끝나고 만 것이다.



브로모 화산의 바로 옆에 있는 화산, 초록으로 덮여있는 산이라서 더 정감이 간다. 그런데 룸메이트 순균이가 보이지 않는다. 먼저 내려갔는데 차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없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어찌 된 거야? 동료들 애먹일 일이 있나 이 친구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일부러 장난을 치는 것일까? 브로모 화산으로 가긴 위한 출발 지점으로 왔으면 거기에 있어야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잠시 착각을 일으켜서 현수막을 펼쳐서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거기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순균아, 벌써 그런 증세를 보이면 어떡하니? 70세 중반쯤이라면 이해가 된다만......'^^

'집나갔던 순균이'를 찾아 일행보다 늦게 출발했던 짚차는 일행과의 합류를 위해 다소 속도를 냈다. SUV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까지 가는 것이다. 동네사람들이 품앗이처럼 일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여 사진기를 내밀었다. 저 검은 땅은 화산재의 성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큰 피해를 주지만 장기적으로 안정화하면 상당한 이점을 안겨주기도 하는 화산재에는 칼륨, 나트륨, 칼슘 등 식물 생장에 필요한 무기질이 풍부하고 천연비료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화산의 가파른 경사의 밭에는 여러 종류의 작품이 재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09:30 화산 인근의 모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당은 매우 깔끔해 보였다. 식사 전에 음료를 마시는 것이 순서라면서 우리는 망고 주스를 한 잔씩 주문해서 마신 후 식사를 했다. 식사의 내용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10:00 마다가리푸라 폭포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폭포 밑까지 진출하기 때문에 신과 옷은 다 버린다고 생각해야 하고 모두 슬리퍼로 갈아신는 게 좋다면서 태천이는 슬리퍼까지 사 주면서 신을 바꿔 신을 것을 주문했다.





안전모까지 쓰고 체험했던 마다카리푸라 폭포 트레킹, 물을 여러 차례 건너면서 꽤 긴장이 되긴 했으나 끝까지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다. 폭포 입구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했는데 제법 먼 길이었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간다는 것이 보기보다 어렵고 무섭다는 사실을 실감한 날이기도 했다. 12:30, 폭포 트레킹이 끝난 후 피나 골프리조트로 출발하여 약 두 시간 뒤에 숙소에 도착,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18:00 숙소 인근 K-Gallery 이탈리언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 경영주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스콜성이 강한 빗줄기가 강하게 내리치기도 했는데 오히려 풍류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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