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일간 참으로 편안하게 머물렀던 숙소에서 짐을 싸고 족 자카르타로 이동하는 날이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순균과 나는 여느 때처럼 일찍 숙소를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는 산책을 함께했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흠뻑 들이마면서 두어 번 걸었던 길이지만 이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나 아쉬움이 남는다. 인생만사가 그렇게 인연이 되어 가까이 하다가 때가 되면 또 멀어져 가게 되는 원리가 은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숙소를 나오기 전에 일찍 싸두었던 트렁크를 계단을 통해 높은 곳으로 끌고 올라오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고맙게도 일일이 차로 옮겨주었다. 며칠간 지켜봤지만 그들은 참 친절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틀 동안 시내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어두운 경내로 들어올 때에도 약속이나 한 듯이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일행을 천천히 따라오면서 그 불빛으로 밤길을 환히 비쳐주었던 분들이다. 일일이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 따스한 배려심이 한없이 고마웠다.

숙소에서 수라바야 역까지 이동할 때는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교통이 혼잡했다. 열차 출발 시간에 늦을지 모른다 싶은 기사분들 3명이 하나같이 운전 실력을 발휘해서 그런지 기차 출발 시간 15분 전에 도착해서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수라바야 역의 포토존으로 보이는 곳에서 3명이 나란히 섰는데 가만히 보니 모두 이씨 성을 가졌다.^^

수라바야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의 모습, 왜 하필이면 이름이 KAI일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을 가리키는 말인데..... KF-21을 수출하는 기업

KAI 9호차는 우리 여행팀을 위한 전용열차 같았다. 우리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빈 열차였기 때문이다. 열차의 내부는 깔끔했고 의자가 널찍하고 푹신해서 승차감도 괜찮았다. 그래서 요금이 비싼가? 서민들이 쉽게 탈 수 없는 고급진 열차라서 웬만한 손님들이 탈 수 없는 것일까? 이 너른 열차 공간에 우리 13명만 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울 정도였다.




수라바야에서 족자 구간까지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인데 금방이라도 잘 찢어질 정도로 얇아서 다루기가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나와 함께 구미에서 사는 친구 기호는 말을 참 재미있게 한다. 선거에 출마해서 기호 2번을 달게 되면 틀림없이 당선될 것이다. 이름이 이기호이니까 기호 2번이 딱이다. 그로부터 젊은 시절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할 당시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얼마나 재미있게 그 시절을 회상하던지 배꼽이 빠질 뻔했다. 지나고 나니 그때가 그에게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유치원을 경영하는 아내의 후견인으로서 열심히 도우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 외아들 장가들어 며느리까지 얻어 사업전선에 함께하니 날개를 달았다고나 할까!

족 자카르타로 향하는 기차의 마지막 차량인 9호차에 탑승한 덕에 평행선을 유지한 채 끝없이 멀어져가기만 하는 철길의 미학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차가 달리는 한,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영원히 그렇게 적당한 거리에서 마주있을 때라야 가치가 있는 것처럼 삶의 평화도 적당한 거리를 둘 때라야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상대를 소유하려 한다거나 가까이 하려는 욕심이 생기는 순간 뭔지 모를 불협화음이 생기고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 간격을 유지할 때에라야 가치가 있다면 늘 그렇게 해야 할 것이고 너무 멀어짐으로써 어려움이 생긴다면 적당한 거리에서 잡아당기는 노력이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그런 것이 보편적 질서일진대,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늘그막은 그 범위를 넘어서지 않게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영활이의 부친께서 젊은 시절 철도청에 근무하셨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되었다. 아들 영활이가 초등학교 시절에 철길에서 놀다가 불행하게도 왼팔을 잃게 된 후 아버지는 더이상 철도청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아픔을 겪어야 했던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싶고, 사고를 직접 당한 우리 친구가 그 이후 겪은 어려움이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그럼에도 늘 너그러운 마음 잃지 않고 밝게 웃는 영활의 모습을 보면 성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제 다들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현지 시간 12:50분 경이다.

드디어 도착한 족자카르타(욕야카르타)역, 족자 역이다. 이정표를 보니 우리가 4일간 머물렀던 수라바야가 308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찾아온 족 자카르타란 도시는 어떤 곳인지 인터넷에 자료를 인용한다.

족자 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말리보로 호텔, 태천이가 며칠 전에 예약해 둔 숙소다. 요즘이 이슬람의 라마단 기간임을 보여주고 있는 상징물이 호텔 로비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다.


방 배정을 받기 위해 여러 절차를 밟고 있는 친구들, 오늘도 태천과 명배가 우리를 대신해서 애를 많이 쓰고 있다. 오늘도 상근이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어서 누군가를 돕는 조수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지금 현재 13:30분

호텔 617호에서 내려다 보는 족 자카르타 시내의 모습, 큰 건물이 많지 않지만 퍽 평화로워 보인다. 여장을 풀고 곧 힌두교 사원인 프람바난 사원으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어 잠시 머물다가 간단한 짐을 챙겨 로비로 가야 한다.


내 사진기에 핸드폰을 들고 있고 뭔가를 보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동시에 포착되었다. 어디를 가나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요즘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휴대폰의 세계에 푹 빠져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 폰, 이제는 AI의 놀라운 능력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AI에 의해 지배당하다가 마침내 생사침탈권까지 AI에게 줄 지 자못 걱정이다.

시간적으로 늦었지만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음식(BAKSO JAWI)인데 비교적 맛이 있는지 여기저기서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시간 14:10이다.



길거리의 노점상 음식을 먹어 보기로 했다. 튀김 음식인데, 고소한 맛에 취한 여러 친구들이 많이 사서 비닐봉투에 싸 가지고 와서 호텔 로비로 돌아와 나눠 먹었다. 두부를 튀긴 것도 있었는데 다소 상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프람바난 사원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의 자와틍아주에 위치한 힌두교 사원 중 최대 규모인 사원이다. 주로 8~9세기에 번영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로부두르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사원 중의 하나인데, 보로부두르 사원보다 50년 후인 9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가운데 시바 사원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사원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시바 사원은 자기를 짝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기 위해 그 남자를 속였다가 분노한 남자의 마법에 의해 탑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발레 공연을 비롯하여 야외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인터넷 자료)

호텔에 대기 중이던 승합차 한 대에 13명이 모두 타고 30분만에 도착한 프람바난 사원, 현지시간 15:40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의 가치있는 사원일진대 나는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제대로 그 유적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부끄러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공부를 미리 하고 오지 않음을 후회하면서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둘러보면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둘러볼 당시엔 몰랐으나 이 글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어서 사진과 인터넷 자료를 첨부해 놓을까 한다.







10세기에 건립된 프람바난(Prambanan) 사원은 인도네시아에서 시바(Shiva) 신에게 봉헌된 가장 큰 힌두 사원이다. 프람바난 사원 광장 끝의 중앙에서 사원 3개가 뻗어 나왔는데, 힌두교 3대 신인 시바·비슈누(Vishnu)·브라마(Brahma)를 모신 곳으로 「라마야나(Ramayana,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로 된 대서사시)」를 그린 부조가 장식되어 있다. 이곳에는 3대 신을 위해 봉사한 동물들에게 바친 3개의 사원도 있다.정당성/가치마을 이름을 딴 프람바난은 자바(Java) 주에서 가장 큰 사원이며, 실제로 욕야카르타(Yogyakarta)에서 북동쪽으로 15㎞쯤 떨어져 있는 거대한 힌두 사원이다. 힌두교 3대 신에게 봉헌된 프람바난 사원은 부조 장식을 했으며, 인도네시아와 그 지역 시바 예술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힌다. 사원은 9세기에 세워졌으며, 3개의 동심원 광장으로 설계되었다. 유적지 안에 총 224개의 사원이 있다. 중원(中苑)에는 사원이 16개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브라마 사원 북쪽, 비슈누 사원 남쪽의 중앙부에 있는 높이 47m의 시바 사원이다. 고대 힌두 건축의 3가지 걸작은 지역에 따라 프람바난 사원 또는 로로종그랑(Lorojonggrang, 아름다운 처녀) 사원으로 불린다. 프람바난 사원은 완성되자마자 근처의 메라피(Merapi) 산의 화산 분출로 곧 황폐해졌다. 사각형의 단은 사각의 벽에 의해 2개의 동심원 마당으로 나뉘어 있다. 마지막 경내의 중앙에 3대 힌두 신을 모신 사원과 그 신들이 타고 다니는 동물(시바의 소, 브라마의 독수리, 비슈누의 백조)에 봉헌된 사당이 있다. 다른 작은 사원들은 정문 또는 중앙 경내(4개의 유적) 바깥에 있다. 시바 사원에는 조각상이 4개 있다. 중앙 법당에 시바 상이 있고, 북쪽 법당에 데위 두르가 마히사수라마르디니상이 있으며, 서쪽 법당에는 가네샤(Ganesya) 상이 있다. 그리고 남쪽 법당에는 아가스티야(Agastya) 상이 있다. 브라마 사원에는 브라마 상이, 비슈누 사원에는 비슈누 상이 있다. 한편 비슈누 사원에는 크레스나야나(Kresnayana) 이야기가 조각되어 있고, 브라마 사원에는 「라마야나」의 서사시가 장식되어 있다. 시바, 비슈누, 브라마 사원은 라마야나 시대(Ramayana period, 힌두의 영웅 라마의 역사로, 300년경에 쓰임)가 그려진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인접한 세우(Sewu)에 있는 불교 건축물은 작은 법당들에 둘러싸인 중앙 사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놀랍게도 이 사원은 로로종그랑 사원과 디자인 면에서 공통점이 많은데, 이러한 사원들이 국가 정책과 관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세우와 로로종그랑 사이의 퇴락한 3개의 사원(룸부나(Lumbuna), 부라흐(Burah), 아수(Asu))은 프람바난 둘레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프람바난 사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높이 47미터의 시바 신전은 한 변이 34미터인 정사각 모양의 2중 기단 위에 계단식 피라미드 형태로 솟아있다. 기단에는 사자, 원숭이, 토끼, 사슴 등의 동물들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의 주실에는 3개의 시바 신상이 안치되어 있고, 당의 바깥쪽을 둘러싼 회랑 벽면에는 고대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42장면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부조로 새긴 조각들이 매우 정교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사용된 석재가 제법 단단하다는 결론인데 알고 보니 안산암이란다. 안산암은 중성질 화산암의 일종으로 반암질 암석으로 흔히 발결된다. 중위도의 습윤한 기후에서 표면이 산화되었을 때, 현무암은 주로 붉은 표면을 띠고 안산암은 회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콘크리트보다 경도가 5배 정도로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듯 사원의 일부만 보고 이 사원을 감히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나는 이 유적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다. 다만 이 훌륭한 유적지를 직접 와 봤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관련되는 자료를 자세히 참고해서 힌두교에 대한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프람바난 사원을 한 시간 남짓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운전기사는 우리 일행을 커피 가게로 안내를 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데려간 운전기사는 우리들한테 꾸중을 들어야 했다. 이왕 갔으니 구경이나 한번 해 보자는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루왁 커피의 주인공 사향고양이의 모습, 철창 안에 갇힌 녀석의 신세가 애처롭다. 그 커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상술이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 바로 사향고양이 대변에서 추출한 루왁커피다. 루왁은 인도네시아어로 사향고양이를 뜻한다. 밤새 시각과 후각이 예민한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 열매만 골라 먹고 배설하면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 대변을 모두 수거해 원두만 모은다. 사향고양이가 먹은 커피 열매의 과육은 소화되고 씨만 배설되는데, 소화 과정에서 사향고양이 몸속에만 있는 효소를 통해 발효된 상태로 나온 것을 모은 것이다. 이 때 특유의 맛과 향이 생기는 것이다. 커피 원두가 대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함께 삭혀져 최고급 커피, 루왁커피로 변신하는 셈이다.

로스팅한 것을 설탕과 함께 그냥 씹어 먹어보라고 준 것인데 달콤씁쓸한 맛을 느끼면서 잠시 오물거렸다.




커피가루에 물을 넣어 조금씩 마셔보라고 해서 맛을 보니 생소한 맛이다. 그저그랬다. 다만 워낙 유명한 커피이니 인도네시아 방문 기념으로 50그램짜리 두 봉지를 샀다. 내 입맛에 맞다고 느껴졌다면 더 많이 샀을 텐데..... 100그램에 우리 돈 26,000원을 주고 싸게 산 셈인데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수입해 온 커피를 한국에서 산다면 가격이 어느 정도? 역시 커피는 평소 자신이 즐겨먹는 것이라야 좋은 것 같다. 그 유명한 루왁 커피를 한 번 마셔 봤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자.


저녁 식사는 호텔 주변의 괜찮은 식당을 찾아서 하기로 했는데 마침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갔다. 서빙하는 여인의 아름다운 미소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모두들 만족해 하는 것 같았다. 망고 주스, 수박 주스를 비롯해서 음료로 목을 축인 뒤에 소고기 스테이크, 피자, 킹크랩 등 예사롭지 않은 음식들을 주문해서 배불리 먹었다. 레스토랑 주인과 직원들도 한국사람들의 엄청난 식욕에 매우 놀랐을 것이다.




오늘은 최고의 세계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었던 날이었음에 감사하고, 지금처럼 최고 맛있는 음식을 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날인 것 같다. 이름하여 '안복'과 '식복'이 연속되었던 날이었어! 아, 우리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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