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크루즈에서 마지막 3일째 밤을 보내고 아침식사 후 선상의 직원들과 작별 하선한 뒤 홍해 바닷가에 위치한 후루가다란 휴양도시를 향해 버스로 5시간 정도를 달려가기로 되어 있는 날이다.

우리가 3일 동안 편안하게 이용했던 나일강 크루즈 배 Royal Viking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봤다.


후루가다란 곳으로 우릴 태워 줄 관광버스다. 5시간 줄곧 가만히 앉아서 가야만 하는 부담에 걱정이 앞선다. 아직도 몸이 성치 않은 병국이에겐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후루가다로 가는 길은 역시 황량한 사막의 연속이었다.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불모의 땅이 왜 저렇게 넓을까 싶다. 작지만 변화무쌍한 자연의 미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와 참으로 대비되는 장면이다.

아, 얼마만인가! 드디어 기다리던 바다가 머리 보이기 시작했다. 홍해라는 바다이다. 그 홍해를 품은 하늘과 불모의 땅이 이렇게 만난 것이다.


쿼드바이크를 타고 직접 운전하면서 달리는 사막 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도 숙소인 Sheraton 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늦게 짚차 타고 사막을 오가는 체험이 예정되어 있으니 그다지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가이드 유진씨로부터 자주 들어본 바 있는 이름 SOMA BAY가 보인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음을 알겠다.

이런 사막에도 골프장이? 휴양지 가까운 곳이니 인공적으로나마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던가 보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모래 땅에 나무와 잔디, 풀을 자라게 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물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인위적 장치인 고무 호스를 필요한 곳에 일일이 설치해 놓아야 한다.




숙소인 Sheraton Soma Bay Resort의 내부 로비, 방을 배정 받는 소정 절차를 밟기 전에 바닷가 주변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호텔의 내부 식당은 널찍해서 쾌적한 느낌이었고 부폐음식도 워낙 종류가 많아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심지어 김치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식사를 잘 못하는 병국에겐 그나마 매우 반가운 반찬이었다. 이렇게 음식을 서로 나누면서 오랜 시간 타고 왔던 버스에서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배정받은 숙소에서 호텔의 본관 쪽을 향해 찍은 사진, 저 정면 1층의 오른쪽 끝이 조금 전 점심식사를 했던 곳이다.




오후 서너 시 경, 선택 사양이었던 사막 체험을 위해 길을 나섰다. 10여 년 전, 몽골 초원을 달렸던 러시아산 푸르공의 이미지를 닮은, 허름한 짚차를 타고 사막 중심을 향하여 한 시간 이상을 달렸던 것 같다.

어느 한 지점에 차를 세우더니 짚차 위로 올라가서 포즈를 취해 보라는 운전기사의 권유를 받고, 사진을 찍기 위해 생전 처음 짚차의 지붕에까지 올라갔다. 서 있으려니 몸이 흔들리고 어지러워 그냥 점잖게 앉아서 한 장 찍기로 했다.

이 사진도 운전기사의 연출된 사진이다. 과장이 심하긴 해도 그냥 봐 줄만 하다. 힘좋은 헤라클라스 흉내를 잠시 해 본 것에 만족한다. 왼쪽의 일행들이 놀라운 듯 바라본다면 격에 어울리는데, 다들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

조금 늦게 모래언덕에 도착하는 바람에 일몰 순간을 놓쳐서 아쉽다. 곧 날이 어두워지겠지만 그때까지 어스름 속에서나마 주변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괜찮다.

사막의 모래언덕, 사구에 올라 이렇게 사방을 조망할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즐거운가. 우리 모습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주려는 유진씨가 참 고맙다. 네 친구가 먼나라 이집트까지 와서 이렇게 즐겁게 어울릴 수 있어서 마냥 좋기만 한 순간들을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기록하고 담아둘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날이 어두워졌고 하늘의 별들은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별들이 나타날 것이고 머지않아 은하수의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개들어 한참을 감상하다 보니 숙소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많아진다. 또 아쉬운 순간이다. 한 시간 정도만이라도 밤하늘을 넋 놓고 쳐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다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가 보다.

컴컴한 어둠을 뚫고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차 안의 흔들림이 심하긴 했어도 잠시나마 사막의 분위기에 젖어보고 별보기 체험까지 한 것에 만족해야 하리라.


늦은 저녁 식사 후, Sheraton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면서 사진 한 장 또 남긴다.

Sheraton 호텔의 밤은 참 평화로웠다. 마음 같아서는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면서 밤늦도록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다들 피곤했나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위기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씩 느끼는 것이지만 지친 몸을 감당하려면 휴식을 절대로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사실, 이제 젊은 시절의 우리는 더 이상 아닌가 보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전에 호텔 주변을 혼자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을 남긴다.





아침 식사 후 호텔 밖에 대기하고 있던 몇 대의 봉고차에 올라 옵션여행으로 선택한 반잠수함 체험을 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숙소에서 30분 정도는 달린 것 같다. 후루가다는 계획된 휴양도시이고 유럽과 비교적 가까워서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가 보다. 이곳을 관광 중심지로 부상시킨 투명하게 빛나는 바닷물은 다이버들을 유혹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홍해의 산호초와 희귀 어종을 즐기기 위한 수상 스포츠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노랑배에 올라타 반잠수함 체험과 스노클링 체험을 해 보는 일정인데, 배 밑으로 들어가 바닷속을 내려다보는 것이야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을 테지만 스노클링 체험만큼은 수영복을 미리 준비해 온 정우만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병국이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바다에 뛰어들고 싶겠지만 아직도 몸이 성치 않아 포기를 해야 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퇴임 이후에는 요트를 하나 사서 바다를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인생의 늘그막을 즐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던 그였기에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괴로울까? 실현 욕구와 현실 사이에서 겪는 '접근 대 기피' 의 갈등이 얼마나 심하게 작용할까? 그러나 표정은 덤덤하다.


반짐수함 체험 시간, 경사진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바닷속 풍경을 의자에 걸터앉아 감상하기 시작한다. 산호초 사이를 오가는 바닷고기들의 생태를 감상해 보는 것이지만 그다지 신명나는 체험은 아니다. 대형 아쿠아리움이나 동영상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많이 봐 온 경험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잠시 감상하다가 먼저 배 위로 올라오니 스노클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의 대표 주자인 정우가 홍해 바다에 뛰어들었다. 스노클링에 대한 경험이 몇 번 있는지라 동작 하나하나가 자연스럽다. 나는 그저 부러울 뿐!!

저 손짓하는 친구의 여유로움에 환호를 보냈다. 우리 일행 중에서 바다에 직접 뛰어든 사람은 정우가 유일했다.



다시 호텔 숙소로 빨리 돌아가 일행들과 합류한 다음 곧바로 버스를 타고 후루가다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카이로로 떠나야 한다며 인솔가이드인 유진씨의 마음이 급해졌던지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버스를 타고 후루가다 시내로 들어와 예약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병국이 앞에 놓인 음식이름은 아이시(Aish)다. 빵으로 인해 혁명이 일어날 만큼 중요한 이집트 주식으로 단어의 의미도 '삶'이다. 집에서 직접 반죽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동네마다 커다란 화덕이 있는 빵집이 있어서 사 먹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시키더라도 아이시가 함께 나올 정도인 것이다. 좀더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다.


후루가다에서 2시간 정도 달렸을까 사막만 보이다가 나타난 어느 도시이다. 도시 이름을 모르겠다. 버스는 그냥 지나치더니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카이로까지 아직 4시간은 더 가야 한다. 병국이는 버스의 맨 뒷자리에서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4,5일간 설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원망스럽기만 하다.


후루가다와 카이로의 중간 지점에 있는 휴게소, 지금까지 만난 휴게소 가운데서 외견상으로 제일 깔끔하다. 적어도 휴게소라면 이 정도 수준까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집트 문명을 자랑하는 나라이고 보면 적어도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는 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휴식을 취할 맛이 난다. '자파라나 하우스' 휴게소 화이팅!!


카이로 시내로 들어왔다. 후루가다를 출발한 지 6시간만에 도착한 카이로의 한식당에서 매우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며칠 전에 들렀던 식당인데 한국인들의 입맛에 꼭 맞게 요리한 음식들이었다. 반찬도 더 먹으라고 주는 한국인 주인의 인심이 고마웠다. 이 좋은 음식 재료는 어떻게 구하느냐고 물었더니, 이집트 카이로 현지에서 모든 식자재를 구입한다고 했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비옥한 땅의 힘에 힘입어 이집트의 농업은 매우 발달해 있다며 엄지척을 해 준다.

이집트에 입국해서 3일 동안 머물렀던 람세스 힐튼 호텔에 다시 투숙해서 마지막 날 밤을 맞았다. 내일이면 마지막 관광 코스인 국립 문명박물관에 들러 신왕국 시대의 파라오들의 미라를 직접 보고 곧장 카이로 공항으로 가서 인천행 비행기 탑승 절차를 밟기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