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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 3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5. 11. 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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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카이로 시내 관광을 하는 날이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계단식 피라미드을 보기 위해 사카라로 이동했다가 다시 기자(GIZA) 지역에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는 것이 관광의 핵심이다.
 

조세르 계단식 피라미드는 수도 카이로 남쪽 25킬로미터 떨어진 나일강 연안에 위치해 있다. 이집트 고왕국 시대의 피라미드로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이다.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보다 100년 이상 앞서 건립되었다고 한다. 가로 109미터, 세로 121미터, 높이 62.5 미터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외부에는 석회석을 연마해 붙였으나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주출입구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반질반질하게 연마해 거울처럼 비칠 정도로 반짝였다. 돌과 돌을 연결한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처리한 건축술을 보여주고 있는 출입구를 지나면 높이 6.6미터의 파피루스 열주 12개가 서 있고 이를 따라 광장으로 가면 조세르 계단식 피라미드를 정면에서 볼 수 있다. 
  

여섯 계단의 피라미드는 절대 왕권의 상징, 그 위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태양과 파라오를 신격화한 이집트인들의 강렬한 염원을 담은 것이라 해도 좋다.

이 조세르의 계단식 피라미드는 원래의 형태(직사각형)에 어느 한쪽을 더 길게 쌓아올려서 정사각뿔의 형태로 만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계단식 피라미드의 뒤편에는 특이한 무엇이 있다. 네모진 공간 저 유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찾아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다가가 보니.... 옆쪽의 유리 안으로 보이는 옆모습이 불명확해서 앞쪽으로 돌아가 두 개의 작은 구멍을 통해서 들여다 본 모습은?
 

바로 조세르 왕의 석상이다. 파라오가 사후의 의식들이 잘 진행되는지 감시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세르다브 성소'
 

반만 년의 세월이 흘러도 형태를 유지한 채 남아있는 진흙 벽돌들로 쌓은 피라미드의 건재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전문가들의 표현대로 불가사의인가 보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 기후의 덕을 단단히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빗물에 의한 침식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에라, 모르겠다. 섣부른 추측일 뿐!
 

피라미드(Pyramid)가 파라오나 왕비 등 왕실의 무덤이라면 바스타바(Mastaba)는 고관대작들의 무덤이다. 평평한 지붕의 직사각 형태의 무덤으로 초기에는 진흙 벽돌로 만들었다가 이후 돌로 만들기 시작했다. 입구에 문을 만들고 지하 통로를 뚫어 시신을 매장했는데 피라미드 내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커다란 주택처럼 꾸며 놓았다. 무덤 내부에는 가짜문이 있는데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경계로 이를 통해 영혼이 드나든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피라미드보다 많은 것이 마스타바인데 벽돌이나 돌로 담을 쌓은 곳은 대개 마스타바라고 보면 된다.
 

거의 돌무더기에 가까운 작은 피라미드가 있다며 특별히 소개하는 곳이 있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바로 우나스 피라미드이다.  보통의 피라미드에는 문양이나 글자가 거의 적혀 있지 않고 대부분 아무것도 없는데 이곳에는 상형문자와 피라미드 텍스트가 빽빽하게 적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 들어가 보자.
 

사후 세계의 파라오를 위한 주문이라고 하는데, 피라미드의 내부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결국 피라미드는 고왕국 시절에만 존재했고 그 이후에는 왕가의 계곡과 같이 지하 무덤에 장식과 텍스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멤피스는 사카라에서 약 5킬로미터, 상하 이집트가 만나는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2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이집트 최초 수도인 고왕국 수도로서 멤피스는 약 1,000년 동안 종교, 경제 등의 중심지로서 번창했다. 하지만 지금 이 도시에는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나타내 줄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고 몇 유적은 멤피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 중 유명한  유적은 10미터 길이의 람세스 2세 와상이다. 람세스 2세는 제 19왕조 파라오로 기원전 1297년부터 1213년까지 66년간이라는 가장 긴 재위 기간을 자랑한다.

무게 80톤, 길이는 약 10미터나 되는 것임에도 하나의 화강암으로 조각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리 일부가 파손되긴 했지만 조각의 정교함은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시 석공들의 조각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멤피스 삼위신 석상, 가운데 석상은 우주의 창조자로 믿던 멤피스의 주신 프타이고, 왼쪽은 아내인 세크메트, 오른쪽은 아들인 네페르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천 년 된 유물일 테지만 관리는 엉망이라서 훼손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눈에 띠게 근육이 발달한 람세스 2세 입상은 재임 기간의 힘과 권위를 나타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있어서 우리들도 람세스 2세의 입상 앞에서 그와 비슷한 자세를 취해 보았다. 왼발을 앞으로 내고 두 주먹을 차렷자세로 불끈 쥐고, 마치 우리가 힘과 권위의 수호자라도 되는 듯이.^^

멤피스에서 다시 카이로 시내로 돌아갈 때 차창밖으로 바라본 어느 밭의 모습, 초록초록 싱그럽기까지 했다. 비가 거의 오지 않지만 나일강 유역의 땅은 관개시설의 도움을 받아 매우 비옥한 땅들이 많고 온갖 농작물과 야자수가 비쭉비쭉 저리도 잘 자라고 있다. 이집트 상당수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점심 때가 되었으니 예약된 식당을 찾아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저 뒤로 보이는 우리 일행들, 카이로의 몇 안되는 어느 한식집 앞에서 줄을 서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친구 병국이의 저 그윽하고 예리한 눈매는 예나 지금이나 참 매력적이다. 아직 젊음을 유지하면서 살아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염색한 머리이긴 해도 아직 숱도 많고 쓸만하다. 요즘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보살피느라 모든 활동이 여의치 않았는데, 이집트행 여행을 어럽게 결심할 수 있었던 것도 나를 비롯한 옛친구들과의 우정을 확인하고 회복해야 하는 지상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는 그렇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읽고 말았다. 젊은 시절 그를 남달리 좋아했고, 지금도 내 마음 속에 늘 자리잡고 있는 친구라서 그 정도의 추측은 가능하다. 
 

인솔가이드 유진씨가 세 피라미드 모형 앞에서 비교학적 관점에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그녀의 해박함이야 직업상 얻게되는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참 열심히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저렇게 똑똑하고 친절한 사람을 며느리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세 개의 피라미드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 <인조이(enjoy) 이집트>(양신혜 지음)란 책의 일부를 인용해서 하나하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쿠푸왕 대 피라미드(사진의 왼쪽)
  기원전 2560년경, 27년의 공사 끝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집트 피라미드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다. 약 230만 개의 돌로 구성되어 있고 건설에는 550만톤의 석회암, 8천 톤의 화강암, 50만 톤의 모르타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높이는 146.6미터, 밑변은 각 230미터의 정사각형으로 지어졌으나 현재 높이는 138.5미터다. 별도의 입장권을  구입해 피라미드 중간에 위치한 통로를 따라 올라가면 피라미드 내부를 볼 수 있다.
 
* 카프레왕 피라미드(사진 가운데)
  2톤이 넘는 석회암 덩어리로 만든 피라미드다. 높이 136.4미터, 밑변 215.5미터로 쿠푸왕 피라미드보다 작으나 더 높은 지대에 있어서 더 커 보인다.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표면 상단과 하단에 외장용 화강암이 일부 남아 있어서 이집트에서 외관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동쪽에는 피라미드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스핑크스가 있다.
 
* 멘카우레왕 피라미드(사진의 오른쪽)
  쿠푸왕의 손자이자 카프레 왕의 아들로 장제전에서 발견된 칼에 적힌 멘카우레의 어머니가 카프레의 왕비라는 점에서 지계아들임을 알 수 있다.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규모가 작다. 높이 61미터, 밑변 108.5미터로 훼손이 심한 편이다.
  

유진씨가 찍어준 사진이다. 네 명이 함께 찍은 사진 대부분은 모두 그녀의 작품이라 해도 좋다. 우리뿐만 아니라 팀별 단체사진을 수시로 찍어주고 있다. 줄을 서면서까지 그녀의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것이 언제부턴가 일상이 되고 만 것 같다.
 

기자(GIZA) 피라미드 근처에서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 마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망라해 2만 5천 명이 모여 살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많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복지가 당시에 잘 이루어졌는데 빵을 굽는 화덕을 비롯해 작업장, 행정을 처리하는 기관, 매점과 주거 시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동물뼈를 바탕으로 매일 2,000킬로그램의 양, 염소고기를 도축했으며 채소, 생선, 빵과 맥주도 마신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가 보는 체험을 단행했다. 길고 좁은 통로를 오르내리다가 머리를 부딪힐 염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가이드 말을 의식하긴 했으나 나는 결국 툭 튀어나온 돌 모서리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야 말았다. 별이 두세 개 보일 정도의 충격에 그냥 발랑 자빠졌는데 파라오의 저주 탓이라는 병국의 해석을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그 영광의 상처는 마데카솔 연고의 효험에도 불구하고 사나흘간 낫지 않았다.
 

무덥고 답답한 피라미드 내부에서 벗어난 뒤의 안도감이 덕제의 얼굴에 확연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피라미드 주변 바람이 그저 고맙다는 마음일게다.

피라미드를 충분히 감상하고 버스를 타고 스핑크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하나의 목소리를 가지고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맞추지 못하면 모조리 잡아먹는 재앙을 일으켰다는 전설의 스핑크스, 사람의 머리(지혜)와 사자의 몸체(용맹성)를 가졌고 왕의 권력, 지평선의 태양신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하나의 커다란 석회암석을 조각한 것으로 길이가 73미터, 높이 22미터, 뒷너비 19미터로 카프레 왕의 생전 얼굴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스핑크스의 얼굴은 이집트 역사의 굴곡을 말해 주듯 코와 턱수염 부분이 크게 파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드 카이로에 소재한 공중교회(The Hanging Church), 692년에 로마 요새 위에 세웠다. 바닥과 벽면, 기둥에 새겨진 문양을 보면 이슬람 사원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기도 하다. 로마 시대 이후 알렉산드리아에 머물던 콥트 교황이 방문하여 건설되었고 이집트 콥트 교회의 본부로 사용되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옛 바빌론 요새 성채 흔적을 내려다볼 수 있다. 교회 입구 정면에 2개의 종탑이 있고 교회 입구로 올라가는 길에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승천, 예수의 열두 제자, 신약과 구약의 통일을 의미하는 24개의 계단이 있다. 지붕은 노아의 방주 모양으로 만들었고 내부에 전시된 이콘화는 15~18세기에 그린 것이다.
 

공중교회 가까운 곳에 있는 아기 예수 피난교회 내부, 아기 예수가 유대와 헤롯의 박해를 피해 지낸 곳, 아기 예수 가족은 베들레헴을 떠나 이집트를 거쳐 다시 팔레스타인 땅 갈릴리 나사렛 요셉의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3년 11개월간 장장 2000킬로미터에 걸쳐 이집트 땅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다가 이곳에서도 3개월간 숨어지냈다고 한다.
 

교회 안에는 예수의 제자를 상징하는 열두 개의 기둥이 있는데, 유난히 다른 빛을 띤 기둥이 하나 보인다. 예수를 은 30냥에 팔아넘긴 가롯유다의 기둥이다. 그 배신의 상징으로 빛을 잃은 기둥, 어둠에 물든 기둥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카이로 관광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제는 이집트 남부의 애스원이란 곳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카이로 역에서 오후 늦게 출발하여 애스원역까지 밤새도록 달려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기차다. 
 

카이로 역의 내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라서 모든 게 깔끔한 느낌이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어두워서 참 아쉽다.
 

드디어 애스원 역을 향해 출발하는 시간이다. 매우 낡고 전통미마저 느껴지는 열차지만 그곳까지 우릴 잘 데려다 주리라 믿는다.

침대 칸으로 배달된 저녁 음식, 뭔가 어설프고 부실했으나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시장이 반찬'임을 실감하는 거다. 조금전 건장한 차장이 와서 침대를 순서에 따라 조정하더니 잠자리까지 단숨에 만들어 주었다.

목적지까지 남쪽으로 밤새도록 열서너 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열차 안에서 우리 일행은 그 특유의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서늘한 밤의 추위를 견디면서 잠을 청해야 했다. 다들 매우 힘든 밤이었다.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을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그래도 대여섯 시간 정도는 잤던 것 같다. 열차의 차창밖은 곧 환하게 밝아 왔다.

침대 칸에서 세수 정도는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언제쯤 도착할까? 밤새도록 달렸고 날샌 지 벌써 오래인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도 여행 당시, 열차로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거의 스무 시간을 타야 했던 기억이 소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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