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5일차(7/18) - 꾸르마예르 ~ 보타니 산장 트레킹
시외버스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가, 꾸르마예르 들머리로 베르토네 산장을 거쳐 몽드라 삭스 능선을 타고 보타니 산장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다시 마을버스로 꾸르마예르로 돌아온 다음 예메해 둔 시외버스로 샤모니로 복귀하는 여정이다.

숙소의 아침은 늘 상쾌했다. 주변의 풍광 자체가 알프스여서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만족도 최고다.

트레킹 출발 직전에도 사진 찍기에 바쁜 울산의 신사인 춘수는 높은(?) 바위에 올라가 남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일 왼쪽에 보이는 원룡(거사), 유난히 날씬하고 키가 크다.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보통 사람이 아님을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의 수양을 통해서 얻게 된 지인달사의 풍모를 지니고 있어서 친근감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새벽 일찍 일어나 셰프로서의 역할을 하느라 바빴다. 친구들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이미 그는 일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일찍 잠이 깬 김에 그에게 다가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냐고 하니 어렵지않게 몇 가지의 도움을 청해서 기분좋게 셰프의 보조역할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언제부턴가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일 자체가 재미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내가 함으로써 느끼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좋았던 것이다. 여행 마치는 날까지 그를 도와 함께 주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할 수 있을 것 같다.






샤모니 남부정류장에서 쿠르마이에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30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 코스다.







이곳의 해발은 약 1200미터 정도다.




목표지점인 보타니 산장까지 4시간이 걸린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만만한 거리는 아닐 것 같다.


투르 드 몽블랑(TMB), 몽블랑 둘레길 코스임을 보여주는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올레길, 외씨버선길, 해파랑길 등과 비교되는 표지판이다. TMB는 몽블랑(해발 4810미터)을 중심으로 알프스 산군을 한 바퀴 도는 180킬로미터의 산행코스이다. 그 코스 중의 가장 절정 부분을 오늘 걷는 것인데, 자못 기대가 크다.

순박이는 어지럼증세가 있어서 끝까지 갈 자신이 없다고 한다. 혼자 여기서 기다린다? 웬만하면 참고 가야하지 않겠냐며 정우와 함께 먼저 천천히 오르막을 오르기로 한다. 걷다보면 좀 나아지겠거니 하는 희망을 안고..... 마침 정태가 잠시 쉴 때 휴대폰을 빠뜨리고 온 것 같다면 부리나케 발길을 되돌려 내달리기 시작했다. 혼자 가가 뭐하다며 원룡이가 함께 가 주기로 했다. 힘들게 올라온 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동료를 배려하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마음이 훈훈해졌다.

나의 고향 친구 태국이는 어느 코스든 잘 걷는다. 보폭이 나처럼 넓지는 않아도 지치는 법 없이 끝까지 가는 끈질김이 남다르다. 맨발 걷기르 좋아해서 국내의 웬만한 산은 등산화보다는 맨발로 정상 오르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점심 식사 시간, 지그재그로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오르막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끝이 없다. 건조한 날씨에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일어날 정도의 열악한 상태이지만 길가에 자리를 틀고 앉아 주먹밥을 맛있게 먹었다.

작은 휘동과 큰 원룡이는 젊은 시절, 사법고시 준비를 같이 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끈끈하게 자주 만나고 있어서 남다른 우정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3년 동안 나와 같은 반이었던 휘동이는 고교 시절, 전교 1등의 성적을 자랑하는 모범생이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서울대 법대 법학과에 합격을 했고, 머지않아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법조인이 되리라 믿었는데 사법고시 합격 소식만큼은 끝내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고시공부에만 전념하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평소 놀기(바둑, 운동, 음악 등)를 좋아하고 남다른 풍류와 인간다움이 어쩌면 그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그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자연을 벗삼아 전국의 유명 산들을 찾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여하튼 휘동이는 겸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른 멋쟁이다. 그를 좋아하고 그와 가까이 지내고 있는 원룡이는 오죽하겠는가? 며칠 지켜보았지만 그 또한 엄청난 매력과 내공을 지닌 인물이다. 알고 보면, 세상 어디에든 다 상수(고수)들이 있다고 한 말이 실감난다.

저 아래로 보이는 곳이 오늘 트레킹의 출발지인 꾸르마예르다.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온 것 같다.






TMB 코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곳으로 알려진 트레킹 코스답게 야생화를 지천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좀 늦게 온 탓으로 시들시들해진 야생화가 대부분이었다. 야생화가 피는 절정기에 이곳을 지나가게 되는 행운을 얻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알프스 산맥의 고봉준령을 눈높이에 두고 그 빼어난 경치를 코 앞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이 순간, 그저 황홀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평생에 한두 번 볼까말까한 환락의 순간이 지금이고, 다시는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겠다 싶으니 발걸음도 자꾸만 느려지고 만다. 휘동이는 야생화를 사진기에 담느라 일행과는 멀찌기 떨어져서 걷고 있다. 경치는 경치대로 야생화는 야생화대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니 어찌 할 수 없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의 극치를 만끽하고 있을 친구들의 마음들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손잡고 가는 즐거움보다 몇 배는 더 좋은 오르가즘의 상태라고 누구는 말할지도 모른다. 점점 걸음속도는 느려진다. 젊은 사람들의 걸음속도로 보타니 산장까지 4시간이라면 우리들의 걸음속도로는 그 배가 걸릴지도 모른다.

결국 느린 걸음을 보완할 방법은 지름길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짧은 길을 선택하긴 했는데, 목표지점으로 연결된 길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어서 당분간 헤매기도 했다. 세 팀으로 갈라져서 길을 찾을 정도였으니까.






길을 찾아 헤메는 친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주변의 야생화를 사진에 많이 담았다.




이날 저녁 밤하늘의 별들은 우리들의 마음에도 점점이 들어와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