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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트레킹 3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5. 7. 1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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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3일차(7/16): 숙소~ 트램 타고 LE PRAZ, 케이블카, 삭도~락블랑 호수
 
드디어 몽블랑 트레킹 여행 첫날이다. 어디를 가야할지는 그때그때 우리가 결정해서 움직이면 된다. 정해진 일정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여행과 다른 자유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너그러움이 허락되고 있는 것이다. 지내다 보면 계획되었던 것보다 더 많이 볼 수도 있고 덜 볼 수도 있는 시간의 융통성이 뒤따르는 것이라서 좋다. 물론 여러 명이 움직이다 보면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전체적인 시간 조절을 잘 해야만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좋은 것이다.

 

실질적인 여행의 첫날이다. 준비해 온 현수막을 펼쳐보았다. 12명이 함께 찍을 대 사용하기엔 좀 작은 느낌이 있으나 어쩔 수 없다.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크면대로 최고라고 생각하고 사용하면 된다. 과연 앞으로 이것을 들고 찍는 순간이 얼마나 자주 있게 될지는 모르겠다. 가이드이자 족장인 창열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든 거다. 지난 2월 희말라야 ABC 트레킹에서 사용한 현수막은 6명이 길게 펼쳐들기에는 좀 큰 느낌이 들어 다소 축소한다는 것이 너무 작아져 버렸다. 
 

숙소 바로 뒤로 보이는 타코나츠 빙하의 모습을 당겨서 찍어보았다.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10미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이다. 유럽 최대의 빙하를 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샤모니 숙소에서 첫밤을 지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는 첫날의 트레킹, 다들 마음이 환하다. 가운데 선 명배의 미소가 보기에 참 좋다. 키 크고 덩치 큰 순박의 든든함도 아랍을 오가는 사업가 항도의 여유로움도 좋다.
 

우리가 가끔씩 이용해야 하는 트램의 시간표가 있어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오전 6시 28분부터 오후 8시 28분까지 운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내 중심부에는 오후 9시 이후가 되면 거의 트램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결론? 오늘 우리가 내릴 곳은 LE PRAZ역, 타고나츠에서 승차해서 일곱번째 역에서 내리면 된다. 거기에서 몇 역만 지나면 스위스다.

 

트램에 승차하기 직전에 몽블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남긴다. 
 

 

우리가 타고 갈 트램의 바깥창문 아래에는 이 트램이 1908년부터 2008년도까지 오랜 세월 운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내리게 될 역은 2자 위로 보이는 Les Praz역이다.
 

트램 안은 쾌적하고 널찍했다. 게다가 좌우로 펼쳐지는 알프스를 쉽게 올려다볼 수 있도록 창문을 배치했다.
 

목표로 한 Les Praz역에서 내리자마자,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 쪽을 바라보았다. 어디에서나 쉽게 바라볼 수 있는 알프스인지라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저 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나 할까? 평생 한 번 와 볼까말까 한 곳인데, 그들은 눈만 돌리면 보게 되니까.ㅎㅎ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의 해발은 1060미터, 여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릴 곳의 해발은 1894미터, 거기에서 다시 삭도를 타고 내리는 곳의 해발은 2396미터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삭도에서 내리자마자 오른편 락블랑 방면으로 걷게 되지만 또 며칠 뒤에는 다시 찾아와 왼편으로 걷고 걸어 Brevent까지 갈 계획이다. 좌우로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는 게 우리들의 목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산간휴양지, 샤모니란 동네의 전경, 높은 건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924년 1월 25일부터 2월 5일까지 제1회 동계올림픽(16개국 참가, 참가선수 258명-남자 247명, 여자 11명 )이 개최되었던 곳이다. 인구는 8천 명이 넘는 정도이지만 관광객을 포함한 이동인구는 그 열 배 이상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라고 한다. 7월의 평균기온 16.5도이니 피서하기로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한다. 프랑스는 대부분 평야지대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이곳 샤모니를 중심으로 알프스의 한 자락이나마 차지하고 있어서 그나마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몽블랑을 중심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세 나라에 걸쳐서 180킬로미터의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인 TMB의 시작점이기도 해서 이곳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국적이 어디든 그 만족도가 엄청 크리라 생각된다.  

 

사진기를 들이대기 바쁘다. 어디를 찍든 한 편의 그림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쌀쌀하다. 다들 배낭에서 옷을 꺼내 입느라 바빴다. 태국이는 두터운 옷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혹시나 싶어 배낭에 한 벌 더 준비해 왔던 옷을 건네주니 아주 고마워 했다. Flegre(1894미터)에 오르면서 실감하는 날씨의 변화다. 

 

저 아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해서 삭도를 타고 다시 500미터 정도의 고도를 높여 올라가야 한다. 겨울이 되면 이곳이 거대한 스키장이 된다고 한다.
 

해발 2,396미터 지점에서 내린 후, 등산화 끈을 고쳐 매고 옷매무새를 수정,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 관광명소인 락블랑을 거쳐서 해발 500미터 아래 지점인 Flegre까지 걸어내려가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트레킹을 끝내기까지 약 6시간 정도의 시간을 예상해야 할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알프스 몽블랑을 비롯한 크고 작은 영봉들을 바라보는 황홀경을 충분히 즐기고 곳곳에 핀 야생화를 관찰하려면 걸음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한 살려야 하는 것이니 6시간은 오히려 짧은 시간이 아닐까 한다. 
 

들꽃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는 휘동, 산길을 걸으면서 꽃을 보게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꽃 가까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어 접사로 찍어야만 하는 그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달리기도 잘하지만 산에서만큼은 절대로 빨리 걷지를 못한다.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꽃들 때문에 발길은 점점 느려진다. 해발이 높은 곳이라서 큰나무는 자라지 못하지만 작은 풀꽃들이 지천이다. 각자 이름을 갖고 있을 테지만 몰라서 제대로 불러주지 못하는 마음을 저들은 알까? 위의 꽃은 알펜 로제,

 

점심을 맛있게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 정태가 정성스레 싸 준 주먹밥이 참으로 맛있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난 뒤라 그런지 더욱 맛있을 수밖에! 

 

점심 식사 30분 정도 뒤에 도착한 곳이 락블랑이다. 최고의 눈맛을 자랑하는 곳! 멀리 보이는 몽블랑 등의 알프스 산군!
 

다소곳하게 자세를 잡은 휘동이, 야생화를 유난히 좋아해서 사진찍느라 바빠서 늘 뒤쳐지는 바람에 우리들 꽁무니만 따라오게 된다면서 너털웃음을 웃는데, 귀엽기조차 하다. 그는 우리들의 든든한 몽블랑 살림꾼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직후 뒤란의 마룻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문이 닫혀 있어서 누군가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줄 때까자 기다리는 순간이다. 그런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를 만질 줄 아는 명배가 두꺼비집 부근을 둘러보고 와서 도저히 이해힐 수 없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자동으로 퓨즈가 끊어진 것도 아닌데 왜? 여하튼,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전사태에 우리들은 바짝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상태로 밤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영어를 잘 하는 태국이가 이웃집에 가서 정전 사태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으나 잘 해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은 언어적 장벽도 문제였고, 집주인과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서 여간 답답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 열두 명의 집단 지성이 발휘되어야만 하는 순간이었던 거다. 

 

1차적으로 지금의 정전 상황을 관계당국에 연락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말이 통하는 대사관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춘수의 생각에 동의하고 대사관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대사관 직원의 소극적인 반응이 문제였다. 자국의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대사관 직원의 시큰둥한 반응에 화가 났음은 물론이다. 늦은 시각이라 불어를 구사하는 담당자가 퇴근을 했으니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대신 통역을 좀 할 줄 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려줄 테니 그분에게 물어보라는 식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명배가 전화를 바꾸더니, 당신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서 되겠느냐 자국의 국민들이 낯선곳에 와서 매운 큰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대사관의 역할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 전화 내용을 다 녹음하고 있는 중인데 지금 우리에게 하는 말들이 사실이냐?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면서 항의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명배의 논리적인 항의가 통했음인지 곧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샤모니에 있는 전기회사에 연락이 되었으니 곧 해결이 될 것이다. 잠시만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와, 대박이다.' 명배의 분노 섞인 항의가 어느 정도 통했다는 결론!! 

 

40분 정도 기다리니 전기회사 담당자가 차를 몰고 숙소에 도착했다. 시각은 밤 9시 30분 경, 

 

전기기사가 두꺼비집을 열어 보고 잠시 조치를 취하더니 불이 환하게 켜졌다. 금방 해결될 일이 서너 시간 동안 정전 상태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숙소 바로 앞에서 캠핑 중이었던 부부에게 찾아가 사정을 얘기했더니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숙소를 바삐 오가면서 도움을 준 부부가 있었다. 특히 부인의 환한 웃음과 친절함은 큰 감동을 주었다. 오늘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 의미에서 조만간 그 부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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