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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트레킹 7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5. 7. 2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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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7일차(7/20), 투흐 빙하(Glacier de Tour)와 발므 고개(Col de Balme) 트레킹
 

날이 아직 밝기 전의 하늘이지만 햇빛을 머금었는지 서서히 환해져 오고 있다. 달은 아직 이울지 않고 떠 있다.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인 듯하지만 밤새도록 알프스 전역을 밝게 지켰을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출발, 시내버스를 타고 남부정류장까지 가서 교통편을 바꿔 타고 다시 목표지점인 투흐 빙하와 발므 고개를 향하여….

어제 저녁 시내에서 장을 보고 귀가 차량의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막차를 놓치게 되었고 그 비상 조치로 위의 프록시 소형버스로 귀가한 사실이 있다. 하마터면 무거운 짐을 들고 몇시간을 걸을 뻔했다.

투흐 빙하(Glacier de Tour)로 향하는 길에는 온갖 종류의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조용히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저 멀리 가마득하게 발므 산장이 보인다. 우리 일행은 투흐 빙하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산장까지 계속 걸어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저 발므 산장까지 가면 오늘의 트레킹은 모두 끝나게 된다. 약 서너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트레킹을 끝내고 저 발므 산장 언저리에서 정태가 싸준 주먹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한참 걷다보니 드디어 투흐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구온난화로 해마다 조금씩 빙하의 끝이 녹으면서 위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빙하가 모두 녹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얼음덩어리 빙하 속으로 흘러내리는 물, 물, 물, 저 꿈틀거리는 물줄기는 수천 년 고체로 엉켜붙어 있다가 액체가 되어 떨어져 나올 때의 처절한 절규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감각은 아닐 테다.
 

투흐 빙하 가까이 가는 것을 중도에 포기하고 발므 고개(col de Balme)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순박이와 함께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앞에 먼저간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되도록 천천히 하산을 시작한 것이다. 순박이는 유난히 축구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주기도 하고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도 잘 꿰고 있었다.  흥미진진했다. 또한 그는 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빠짐없이 인사를 했다. 'Have a nice day!', '봉주흐!' 참 듣기 좋다. 그의 이름에 걸맞는 인사이기도 해서 흐뭇했다. 

발므 고개 가까이 도착하면서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았다. 자전거를 몰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많은 여행객들이 스쳐지나간다. 소들도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인지 길가로 다소곳이 걸어가고 있었다.
 

현재 있는 곳이 발므 고개(해발 2191미터)임을 표시하고 있고, 1시간 30분을 왔던 길로 걸어가면 투흐 빙하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발므 고개 표지석 앞, 보이지 않는 국경선이 있는 곳이다. 나는 프랑스에 있고 왼쪽의 멋쟁이 외국인은 스위스 땅에 있다.
 

스위스 땅 풀밭에 항도와 내가 누워서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한 장 찍었다. 저 멀리 아득한 곳 어느메쯤 융프라우가 위치해 있을 것이다. 15년 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빨간색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 전망대까지 단숨에 올라갔다가 고산증 증세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발므 고개에 세워진 산장, TMB 트레킹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곳에서 하룻밤을 유하면서 피로를 풀 것 같다.
 

숙소에서 가까운 레 우슈(Les Houches)라는 곳에 있는 식자재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로 하고 대여섯 명의 친구들이 동행했다. 여러 명이 함께해야 구입한 짐을 나눠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값싼 소고기를 충분히 사는 것이 우선이었고, 과일, 와인 등 기타 필요한 것도 구입 대상이었음은 물론이다. 셰프인 원룡과 정태가 중심이 되어 하나씩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아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숱한 종류의 와인이 있었는데, 비싸지 않아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서너 병 정도를 산 것 같았다.
 

여행 둘째날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매우 혼란스러워 할 때, 우리에게 다가와 온갖 친절을 베풀던 50대 중반의 부부 여행객이 우리들의 초대를 받고 숙소로 찾아와 한 시간 가량 함께 어울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1.2 분간의 전교성 동영상을 보아야 했다. 고마운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은 지켜야 하니까. 오래된 꼬냑이 있으니 한잔씩 마셔 보라며 직접 권하는 카이젤 수염을 한 남자의 친절함에 모두 즐거워하다가 갑작스레 시작된 여자의 전교 말씀에는 몇몇 친구들이 황당해 하기도 했다. 부부도 분위기를 직감했는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조용히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두 분의 친절함에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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