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사곡고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 신혁철 선생님, 김영철 선생님 두 분께서 오늘 오전 11시 남짓해서 열호재를 방문했다. 그 얼마만인가? 최근 서로 연락이 되면서 그간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조만간 한번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 공감하고 세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날짜를 고른 날이 오늘이다. 재직 시절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던 두 분이었는데, 거의 10년만에 다시 같은 날 방문해 주니 감개무량하다.
날씨가 매섭게 차지만 열호재 안은 비교적 훈훈했다. 커피를 한 잔씩 하고 퇴임 전후해서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 선산 IC 기사식당으로 이동했다. 음식맛이 좋아서 최근 자주 이용하는 식당인데 어떤 메뉴든 주인장의 요리솜씨와 맛이 뛰어나다. 청국장, 차돌배기된장찌개,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등 어느 것 하나 내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이번엔 불고기 버섯전골(대)을 주문했는데 역시 우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이야기는 이어졌는데, 식당에 계속 있을 수는 없고 느긋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옮기기로 했다. 선산읍에서 생곡리를 거쳐 독동리로 돌아와 천연기념물인 독동반송을 잠시 바라보다가 구미보 입구에 있는 찻집으로 갔다. 주인이 건네는 생땅콩을 조금씩 입에 넣으면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이야기 중에 무엇보다 놀란 것이 하나 있다. 신혁철 선생님께서 한 때 우울증으로 마음 고생을 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잘 극복해내서 원상회복이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마는 심해질 경우 늘 죽음만을 생각하게 되는 워낙 위험하고 위중한 병이라서 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떠올라서 몇 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옛 동료와 함께한 오후의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어느덧 구미보 위를 걷고 있는 우리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키가 큰 김영철 선생님의 그림자는 내 그림자보다 훨씬 길었다.
두 분 선생님은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간다. 신 선생님은 대구 칠곡으로 김 선생님은 경산으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구미의 유일한 국보인 죽장리 5층석탑을 둘러보기로 한다. 다음에는 대구 반월당쯤에서 또 한 번 만나기로 잠정적인 약속을 하고.
국보 130호인 죽장리 5층석탑, 통일신라시대 전형적인 양식인 2단의 기단을 형성하고 있지만 기둥조각을 새기지 않은 탑신의 몸돌이나 지붕돌의 모습은 전탑의 양식을 모방한 모전석탑이다. 안동과 의성 지역에서 유행했던 모전석탑 계열로 보이며 웅장하고 세련된 석탑의 우수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탑이다. 높이는 10미터.
신혁철 선생님의 아드님이 새해 1월 4일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10년 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급의 38세의 학자인데, 머지않아 우리 나라 과학계의 큰 인물이 될 것임을 믿는다. '신 선생님, 아드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울에서 하는 결혼식 직접 가 보기는 쉽지 않지만 청첩장은 보내세요.혼사 잘 치르시고 늘 행복하길 바랍니다.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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