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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시인과의 만남, 그 즐거움

작가들의 세계

by 우람별(논강) 2024. 10. 3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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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문학회(회장 이기숙)는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성주공공도서관에서 김윤현 시인과의 만남 행사를 주최했다. 김윤현 시인은 <창문 너머로>(1988),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질까>(1996), <작천사에는 목어가 없다>(2000), <들꽃을 엿듣다>(2007), <지동설>(2010), <발에 차이는 돌도 경전이다>(2017), <대구, 다가서 보니 다 시였네>(2021),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2022) 등 8권의 시집을 이미 출간한 바 있다. 성주문학회의 한 분과로 활동하고 있는 '시저녁' 회원들은 그 중에서 두 권의 시집을 텍스트로 해서 몇 주간에 걸쳐 시인의 시 세계를 분석하는 활동을 해 왔고 마침내 김윤현 시인과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회원들의 시적 역량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 것 같다.
 
배창환 시인은 김윤현 시인을 '낮춤과 비움, 중용과 생명 평화의 시인'이라고 평가했는데 아래 사진의 배너와 현수막에 잘 나타나 있다. 김윤현 시인과의 만남 주제는 '삶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가?'이다. 행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여러 사진과 함께 그 내용을 정리해 보려 한다.

식전행사에 공연팀으로 초청된 통기타 연주단, <여섯 줄의 행복>회원들이 행사 시작 시간을 기다리면서 도서관에 게시된 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다.
 

6시가 되자 이윤경 아동문학가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먼저 사회자께서 오늘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이기숙 회장님을 비롯한 참가회원들을 소개했고, 외부 손님들에 대한 소개는 배창환 시인께서 맡아주셨다. 자신은 오늘 시모임의 '방장'이라 표현하면서 한 분씩 소개해 주셨다. 시낭송가로 참여하게 된 나를 비롯하여 영천의 이중기 농민시인, 의성 출신 김용락 시인(전 대구경북작가회의 대표, 전 한국국제교류진흥원장), 성희 시인(작가회의), 이필호 시인(작가회의) 등을 소개했다.
 

사전행사인 통키타 연주단 <여섯 줄의 행복>의 공연 순서, 조경환 님 외 4명이 <옛 시인의 노래> 등 두 편의 곡과 앵콜(또소리)곡 <잊혀진 계절>을 연주, 노래까지 들려주하면서 흥겨운 분위기롤 고조시켰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 많이 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두들 큰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가 정리가 된 다음, 이기숙 성주문학회 회장님의 인사 말씀에 다시 마음이  환해졌다.
"아름다운 밤,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환영사다. 이기숙 회장님께서는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여 바구니에 많이 담아오셨고 그것을 다시 작고 예쁜 접시에 옮겨 참석한 분들이 곧바로 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맛과 정성이 가득한 샌드위치와 과일꽂이는 눈길을 끌었다. 나의 속마음을 고백한다. '회장님, 따스한 정성 깊이 감사드립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김윤현 시인을 소개하는 순서, 배창환 시인께서 간단히 소개해 주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성 안계 출신의 시인이고 경북대 사대 국어과를 졸업한 이후 정년퇴임하기까지 평생 국어교사로 살았고 1994년부터 진보적 문학 동인지인 '사람의 문학'을 창간하여 지금까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작가회의 회장를 역임한 바 있다. 서예, 회화, 문학, 음악 등 예술분야에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라 평가받고 있고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면 갈수록 시가 너무너무 좋아지고 있는 시인’이라는 것이다. 
 

나는 시낭송가로서 이번 행사에 초청되었다. 아니 김윤현 시인의 시를 낭송해 보겠다고 자청했다고 해야 맞다. 김윤현 시인은 참으로 좋은 시를 많이 쓰지만 내가 주목한 시는 '가위 바위 보 세상'이란 작품이다. 짧지만 메시지가 분명해서 이 시를 시극 속에 투영해서 짧은 시가 주는 감동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작년 제12회 구미낭송가협회 시낭송콘서트에서 공연된 15분짜리 시극이 바로 그것인데 비교적 반응이 괜찮았다. 
 
나의 시낭송 순서가 되자 사회자는 나의 차례가 되었음을 알렸다. 준비가 되어 있으니 자세를 잡고 차분하게 시작하면 되었다. 낭송을 끝내고 대사를 연기하듯이 표현해 보겠다고 말하고 시낭송을 시작했다. 
 
가위 바위 보 세상(김윤현)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를 내면,/ 상대가 보를 내면 이기고, 바위를 내면 진다/ 바위를 내거나 보를 내도 이기고 지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 세상은 이겼다 졌다 하는 곳/ 이기기만 하면 밤의 세상이 없는 낮의 세상이 되고/ 지기만 하면 낮의 세상이 없는 밤의 세상이 되지/ 낮과 밤이 있어 온전해지는 세상/ 이기기만 할 수도 없고 지기만 하지도 않는/ 가위바위보 세상이 세상이지. 

"이 시를 쓴 김윤현 시인은 세상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잘 보여주고 있는 철학자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낮과 밤이 있어 세상이 온전해진다’고 표현했는데, 그 균형이 깨지면 세상은 망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구요. 지지 않고 이기려고만 하고, 남은 틀리고 내가 맞다고 하는 독선, 그 독선이 판치는 이 세상을 꾸짖고 있는 듯하거든요. 그러나 시에서는 그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어요. 아주 매력적이지요." - 시극 대사의 일부분임
 

회원님들의 낭독 순서가 이어졌다. '낭송'과 '낭독'은 무엇이 다른가? '낭독'은 보고 읽는 것이고 '낭송'은 외어서 읽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읽기는 읽되 시의 분위기와 창작의도에 맞게 적절한 속도로 정확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김윤현 시인이 쓴 시 중에서 하나를 골라 먼저 낭독하고 그 시와 관련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만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별 부담없이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면 된다.  

이기숙 회장님을 필두로 하여 회원들의 낭독은 시작되었다. 시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을 각자 말한 부분의 일부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 "내세울 것도 없는 삶이라 그냥 사라지는 것도 괜찮을 것도 같다. 그러나 시를 읽으면서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생각해 보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내세울 것이 없어서. 그냥 온 듯 간 듯 갈 것 같다."
-- "내 생애 아주 뜻깊은 하루, 꽉찬 느낌이 들어서 그 어느 늦가을보다 너무 행복해서 울컥해진다. 이런 순간이 인생에 과연 몇 번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일상에서 좀 벗어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시집에는 생활시가 많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 자신만의 생각에서 벗어나야겠다. 시를 읽으면서 두렵다는 생각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주인공의 연주 장면, 첫 연주곡은 여러 차례 개사하여 <기러기>, <가을밤>, <찔레꽃> 등의 제목으로 바꾼 노래로 알려진 곡인데, 그에 얽힌 사연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대금을 연주했고 이어서 서편제의 OST '천년학'을 멋지게 연주해 주었다. 김윤현 시인은 대금 연주를 10년 이상 해 온 연주자다. 10명이 시작하면 8,9명이 중도에 그만둘 정도로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연주자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니 그 열정과 끈기는 참 대단하다. 서예도 보통 솜씨가 아니다. 오랜 시간의 수련을 하고 있고, 이젠 문인화 그리기 영역까지 확대했고 국전에 특선으로 입상하는 등 김윤현 시인의 예술적 발현은 그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또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배가 될 것이기에 김윤현 시인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만 같다. 
 

위 그림은 내 방에 모셔놓은 보물이다. 배창환 시인의 싯구와 김윤현 시인의 문인화가 결합되어 있어 무엇보다 소중하다. 글씨 또한 쇠귀 신영복 선생님의 제자 김성장 서예가의 글씨 아닌가! 세 분을 모시고 사는 느낌이어서 매우 좋다.  
 

김윤현의 시인의 시를 낭독하면서 그 느낌을 말해 보는 시간은 대금 연주 순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 "올 여름에 일하면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를 읽으면서 무엇을 위하여 그 어떤 것을 하고 있는 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게 다 ‘사는 일’이 아니겠는가?"
-- "누구는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시를 쓴다고 하는데 나는 외롭지 않기 위하여 시를 쓴다."
-- "시 '들꽃'를 읽으면서 지금 각 가정의 분위기가 두렵고 한국의 상황이 두렵고 전 세계 상황이 두렵다는 것을 느꼈다. 들꽃에게 배워서 각 가정에서 한국에서 온세계가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면 이 시가 특별히 와 닿을 것 같다. 우리도 들꽃처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 본다."
-- "우리는 시를 공부하면서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다. 행복의 원천이 어디고 무엇인지 시인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현수막에 쓰인 '낮춤과 비움, 중용과 생명 평화의 시인'이란 평가는 너무 거창한 평가다. 실제로 자신은 그렇지 못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면서 김윤현 시인과의 만남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인께서 말씀하신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연은 낮아가면서 완성해 가는 것처럼 나에게도 제일 큰 스승은 자연이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가장 사회적이고 가장 역사적인 입장에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인 것처럼, 좋은 시는 우리 사회가 문제를 안고 있거나 역사적인 문제라도 있다면 그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시이고 그런 시가 좋은 시가 아닐까? 시는 현실을 반영해야 된다. 사회현실을 도외시 하는 문학은 큰 의미가 없다. 사회현실 속에서 좀더 인간적이고 좀더 서로 평화를, 자유를, 행복을 누리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그런 곳에 문학이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 참여한 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시의 전략이라고 하는 것, 조금 숨기는 것이지만 나는 그렇게 숨기지 않는 편이다. 설명을 크게 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이다. 잘 써야 그런 시가 된다. 자신도 그런 시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내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얼까? 그것이 짧고 긴 세월 동안 누군가에게 또 절실한 문제로 다가설 수 있을 때까지 시어를 고치고 고쳐서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면 더 좋겠고 오랜 세월 지나서 누군에겐가 또 다른 어느 절실한 문제, ‘바로 그거야’라고 느낄 수 있는 것, 내가 썼는데 남이 그렇게 공감할 수 있으면 제일 좋다. 좋은 시는 그렇게 공감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내 마음을 흔들거나 적셔줘야 한다. 공감을 해야 한다.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 방법이 무엇일까?
* 어렵게 써서는 안 되고 쉽게 써야 한다. 
* 일상적인 용어들, 편하고 쉽게 자주 쓰는 단어로 내용을 담는 것이라야 한다. 예) '서시' - 어려운 단어 하나도 없다. 전부다 일상적 용어다. 그러나 거기에는 윤동주 시인의 깊은 정신, 인생이 다 녹아 있다.
* 현실을 담고 역사적인 사회적인 입장을 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층민들의 일상적인 용어들을 이용해서 쉽게 써야 한다.
* 비유 등의 표현이 뛰어난 '잘쓴 시'보다는 삶이 느껴지는 '좋은 시'를 써야 한다.
* 공감할 수 있도록 써야 하는 것이 문학의 전략이 아닐까 
* 상품이 널리 유통되어야 하듯이 시도 어느 정도 유통이 되어야 한다.
* 치열하게 살지도 못해서 자신의 시가 치열하지는 않다. 그래서 최근 나 자신의 심정을 적은 시를 읽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낼까 한다. 

 
멈출 수 없는 일
                                 김윤현

내 시에는 가난이 없다.
가난이 없어 세상과 등진 소리들 뿐이다.
아닌 것들에 대한 눈부라림도 없다.
도가 덜 트인 도사의 말 같은 거나 긁적거리며
폼만 잔뜩 잡아 보는 것이다.
 
오래 살펴보지도 않고
죽음 직전까지 간 것처럼 사는 길을 내비치기도 하고
덜떨어진 시를 써 놓고 명품인 듯 봐 달라고 
어디 가서 시인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다.
써 온 버릇에 내리막을 굴러가는 공처럼
그래도 시 쓰기는 멈춰지지 않는다.
당분간 더 민망할 것 같다.
 

질의 응답 시간, 많은 회원분들께서 참여했다.
-- "어려운 것을 극복해서 성공하면 성취감이 큰 법이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 "시를 낭독할 때 배경음악으로 대금 연주를 안 해 줘서 조금은 섭섭했다.^^ 짧은 한 행을 왜 한 연으로 구분했는지?" 
-- "시에서 '묵상'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꼈을 때가 언젠가?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지?"
 

모든 행사가 끝났다. 약 2시간 정도 걸렸지만 화기애애했고 다들 흡족해 하는 것 같다.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김윤현 시인의 흥미로운 말씀에 힘입어 의미있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되었던 것 같다. 
 

저녁은 행사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삼돌이 식당에서 시래기국밥으로 해결했는데, 식당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실감했다. 행사를 위해 애쓰신 성주문학회 이기숙 회장님 및 회원님들, '시저녁'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한다. 
 

식사를 끝낸 후, 주최측에서는 오늘 내빈으로 참여했던 분들께서 한 말씀씩 하라고 했다. 김용락 시인께서 한 말씀 하는 장면이다. 김윤현 시인의 좋은 시를 골라서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감사하고, '시저녁'이라는 모임의 이름이 참 좋다고 했다. 오늘 모임에 참여한 회원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으며 열심히 시를 써서 여러분 가운데 노벨상을 타는 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남겼다. 나도 한 말씀 할 기회가 있어서 좋은 자리에 시낭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큰 영광이었고, 앞으로 성주문학회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했다. 하나 덧붙인 것은 성주문학회 이대우 교수님께서 극찬한 바 있는 '도배공 김씨'란 시를 조만간 낭송하겠다는 거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배창환 시인의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이란 시에 이어 김윤현 시인의 '도배공 김씨'가 또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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