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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귀향', 배창환 시화전

작가들의 세계

by 우람별(논강) 2024. 6. 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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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고향 별동네, 가야산 우뚝하고 대가천 감돌아 흐르는 곳, 예술과 시심이 사철 꽃 피어나는 작은학교 아름다운 학교에서 여는’ 배창환 시화전 <시의 귀향>은 2024. 5. 31.(금)부터 6. 8.(토)까지 9일간 수륜중학교 별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어제는 그 첫날, 오후 3시 30분부터 한 시간 남짓되는 기념공연이 진행된 바 있고, 공연이 끝난 뒤엔 축하객들과의 뒷풀이 시간들이 이어졌는데, 그때의 장면들을 사진과 함께 정리하고자 한다.

수륜중학교 정문에는 시화전 개막과 종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개막행사를 한 시간 정도 남겨둔 한낮인데, 햇살이 강렬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데 가야산에서 불어오는 훈풍은 이미 더위를 먹은 듯 얼굴에 스치는 느낌이 다르다. 점점 날은 더워질 것만 같다. 학교도우미는 교내는 차량 진입이 불가하니 학교 밑 주차장에 차를 대라면서 안내를 한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이 아주 탐스럽다. 건물 뒤로 보이는 대나무숲도 퍽 매력적이다. 수륜중학교는 1966년 개교 이후 올해 2월까지 4,24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성주의 사학 명문이다. 지금은 학생수가 점점 줄어서 전교생이 37명! 수도권을 제외한 시골학교의 현실이긴 하나 저출생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이라 안타까움은 점점 깊어간다. 고향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누구보다 뜨거운 것일까? 언젠가 고향에서 시화전을 열고 싶다는 시인의 소박한 취지를 학교측에서 전적으로 수용, 학교의 별관에 위치한 전시실을 시화전 공간으로 흔쾌하게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성주문학회 이기숙 회장님과 회원 몇 명은 벌써 와서 행사에 앞서 다과를 준비해 놓고 있었고, 수륜중 송경미 교장 선생님은 전시에 필요한 것은 더 없는지 살피고 무엇을 도와줄지 알려달라며 남다른 자상함을 보여주셨다. 모두 감사한 일이다.
 

배창환 시인이 직접 쓴 작품도 몇 개 보였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글씨라서 더욱 어울린다는 느낌!!
 

전시실에 걸린 시화는 여러 예술가들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헌신적인 도움으로 완성된 것들이다. 시는 모두 배창환 시인의 시지만 그림과 글씨는 김선옥 님(서화가), 김성장 님(시인, 서예가) 김윤현 님(시인, 문인화가), 박미향 님(화가), 박서희 님(시인), 백종환 님(화가), 조윤화 님(목판작가) 등의 예술인들이 맡아서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주셨다. 여기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배창환 시인이 시와 교육, 예술활동 등으로 인연을 맺은 귀한 분들이다.

개막 행사의 식순인데 낯익은 이름들이 몇 분 있다. 나도 오늘 개막식에 초청되어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이란 시를 한 편 낭송해야 한다. 혹시 낭송하다가 살짝 잊어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기억이 전혀 나지 않을 때가 간혹 있는데 이 시는 워낙 많이 했던 낭송이라서 잘 해내리라 믿는다. 또한 많은 분들이 시낭송을 듣고 그 시를 더욱 좋아해 주면 좋겠다. 작년에 발표된 <구름 위에서 읽는 시 베스트 50> 중에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은 8위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많이 여기저기에서 애송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감사한 일이다. 내가 즐겨 낭송함으로 해서 그 순위가 좀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자부심마저 생길 정도다.

시화전 팸플릿에는 배창환 시인이 쓴 초대의 글을 비롯해서 전시되는 대표적인 작품의 사진과 배창환 시인의 약력, 경력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드디어 개막식, 오후 3시 30분, 행사의 사회를 맡은 김용락 시인(전 대구경북작가회의 대표)의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덕산 배창환 시인은 이 고장 성주가 배출한 큰 시인이며, 특히 중등문예, 문학교육에서는 한국에서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소개 말씀과 함께 오늘의 시화전 개막식을 시작했다.  
 

첫 순서로 '수륜중 국악관현악단 가야산 애'의 <얼씨구야>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교생이 국악 관련 악기 하나는 적어도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박수를 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내빈 소개 순서다. 수륜중 학생들, 학부모님들, 교장 선생님과 수륜중 교직원들, 졸업생들(허태임, 장희주, 박진아 등), 곽경수 우체국장, 김충환 선생님(전 청와대 비서관, 향토사학자), 시인의 대학교 친구들, 글씨 그림을 그린 작가님, 벽진중 경화여고 등 제자들, <분단시대> 동인들, 교육문예창작회 권순긍 대표, 전정호 화백, 왜관 난설문학회 회원, 성주문학회 이기숙 회장, 이대우 부회장, 대구지역 교육운동 동지들, 이하석 시인,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장 등 참가자들이 소개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송경미 수륜중 교장 선생님의 환영사 장면이다. '학교가 생긴 이래, 우리 학교를 방문한 시인 예술가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설레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오늘을 기다렸다. 이렇게 함께하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존경하는 배창환 시인, 벽진중 근무할 때 만나뵙고 큰 감동을 받은 바 있다. 배창환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꿈을 키워주기 위해 많은 노력해 오셨던 점에서 크게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본교에서 시화전을 열게 돼서 참 자랑스럽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 37명의 작은 학교이지만 아주 정이 넘치는 따뜻한 공동체다. 문화예술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 학생주도형 동아리 활동, 체험활동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교육활동으로 교육부가 지정한 '참좋은 학교 16개교'로 지정된 바 있다. '시의 귀향' 시화전에 가장 소중한 손님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배창환 시인이야말로 학생들을 늘 가슴에 담고 계신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아이들이 시화전을 통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고 시속에 담긴 감동과 지혜를 통해서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시화전을 통해서 가슴 따뜻한 추억이 되길 바란다'는 말씀을 주셨다. 참으로 따뜻한 환영사였다. 이어서 곽경수 우체국장의 축사, 이하석 시인의 축사, 대구경북작가회의 신기훈 대표, 성주문학회 이기숙 회장의 축사가 차례로 이어졌다. 다들 짧지만 메시지가 분명했던 축사였다.
 

배창환 시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을 낭송하고 있는 나의 모습, 배창환 시인이 직접 찍어서 나에게 준 것인데 조금 아쉽다. 관객들의 모습들도 많이 보이고 내 모습이 멀찌감치 작게 나오는 사진이 좋은데, 너무 당겨서 찍는 바람에 얼굴에 피어있는 검버섯까지 보인다. 마치 불타는 고구마 같다.^^ 미남 얼굴이라 일부러 크게 찍은 것이라는 배창환 시인의 말씀이 그래도 정겹다.^^ 
아래 사진은 배창환 시인이 한참 뒤 다시 보낸 사진이다. 농담섞인 나의 반응이 신경쓰였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후배를 배려하는 선배님의 자상함이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하튼, 낭송할 때만큼은 별다른 실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들 시와 시낭송이 참 좋았다는 평가다. 대학교 재학 시절 복음고등공민학교에서 같이 활동했던 민경린 선생님과 사모님인 김선화 선생님도 관객석에 앉아 있었는데, 시낭송을 들으면서 눈물을 참느라 애먹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미낭송가협회에서 한동안 같이 활동한 바 있는 이복희 선생님도 다가와 인사를 했다. 반가웠다. 얼마 전에 통화한 바 있지만 직접 얼굴을 본 것은 오래다. 
 

수륜중 3학년 김민재 신동역 군의 대금 소금 2중주 장면이다.

달구벌고등학교 변태석 교장 선생님은 테너 가수인데,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란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멋지게 불러주셨다. <명태>란 가곡을 더 준비했는데, 시간 관계상 저녁 회식 때 함께 듣는 것으로 했다.
 

백광범 선생님은 클래식 기타의 고수인 것 같다. 두세 곡을 준비했는데 역시 시간 관계상 <로망스> 한 곡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목판화가인 조윤화 선생님, 오카리나 에어로폰 지도자인 김정숙 선생님 두 분은 부부로서 에어로폰을 합주했는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똑같이 생긴 악기지만 수십 가지의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편은 바이올린 소리를 부인은 튜바의 소리를 내면서 연주했다. 구입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이지만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악기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보는 악기다. 두 분 부부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글씨, 판화, 목판서각, 음악, 운동 등 관여하지 않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교 재학 시절 자주 만났던 동아리 선배님이시다. 허스키한 목소리, 환한 미소가 매력적이고 정이 많은 분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예술인의 반열에 올라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배창환 시인이 이번 시화전을 준비하면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준 작가님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서희 시인, 박미향 화가, 백종환 화가님은 오시지 못하고 네 분만 참가하셨다. 네 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력을 갖고 있는 분들이기에 그저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왼쪽부터 시인이자 문인화가인 김윤현 님, 서화가 김선옥 님, 시인이자 서예가인 김성장 님, 목판화가인 조윤화 님! 소개될 때마다 박수를 보내는 많은 분들께서는 작가 나름대로 갖고 계신 독특한 세계를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을 것 같다. 시화전 개최에 큰 도움을 주신 분들이기에 깊이 감사한다.
 

 시화전 참여 작가를 소개하고 난 뒤, 오늘의 주인공이신 배창환 시인님이 정리삼아 말씀하시는 시간이다.
"이렇게 고향 학교에서 훌륭한 예술인 벗들의 도움을 입어 시 잔치를 여는 영광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니며 부러워할 만한 일이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많은 제자들, 동지로 활동해 온 많은 선생님들, 함께 삶을 노래해 온 시인 작가 여러분, 이렇게 흥겨운 시 잔치, 시 노래 잔치를 열어주시고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여기 앞에 앉아있는 학생 여러분들이다. 수륜초등학교 5학년 때 이농하는 부모님을 따라 울면서 이 거리를 지나갔고 타향에서 고향에 대해 그리워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중학교까지만이라도 고향에서 다녔으면 더 좋은 시, 더 아름답고 빛나는  좋은 시를 쓸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여기 여러분의 선배 중에 허태임 박사님과 박진아 선생님, 장희주 작가는 모두 수륜초, 수륜중, 성주여고를 나온 분들로서 고향의 흙이 키워낸 사람들이며, 여러분이 롤모델로 삼기에 충분한 분들이다. 아름다운 고향에서 청소년기를 지낼 수 있는 여러분은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저는 이분들과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야산 대가천이고, 고향의 흙이다. 이 흙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인생을 살아갈 중심 지혜를 찾고 자양분을 얻기에 충분하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지 말고 저 산과 강물에 자신을 비추면 아무리 험난한 세월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한세상 나답게 신나고 멋지게 살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라 믿는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배창환 시인의 차분한 말씀은 관객들의 가슴에 고스란히 아로새겨졌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지 말고 저 산과 강물에 자신을 비춰보라'는 시인의 메시지가 무엇보다 강하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창환 형, 시화전 개최 축하드려요. 형님이 쓴 시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은 이미 제것이나 다름없어요. 그 시를 시화로 그린 액자는 살아있는 한 제 서재의 벽에 늘 걸어둘 겁니다. 그리고 그 시를 낭송해 달라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을 위해 열심히 또 낭송을 할 겁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사회를 맡아 수고해 준 김용락 시인 옆에 내걸린 깃발은 경상북도교육청 임종식 교육감님이 시화전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직접 보내주신 축기이다. 임종식 교육감님은 개인적으로 배창환 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정서적으로도 교감이 잘 되고 서로를 존중하는 좋은 벗이라고 언젠가 밝힌 바 있고, '시울림이 있는 학교 만들기'를 교육정책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저 축기의 의미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본관 중앙현관 계단 밑으로 내려와 별관으로 가는 길 좌우에는 온갖 나무와 꽃들이 맵씨있게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별관 전시실 입구, 행사를 알리는 배너와 3단 화환을 비롯해서 지인들, 제자, 친구, 모임의 대표들로부터 축하 화분이 많이 당도해 있었다.
 

전시실 안, 하객들을 위한 떡과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인들끼리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환담하는 장면들이 보기 좋았다.

배창환 시인이 벽진중 근무 시절에 만났던 제자 부부가 은사의 시화전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찾아왔다. 호남 출신의 아내를 맞은 신랑인 제자의 순수함이 얼굴에 가득하다. 배창환 시인도 영호남 교류 차원의 부부 인연을 누구보다 반가워 했을 것만 같다. 참 보기 좋다.^^
 

오늘의 주인공 배창환 시인과 나,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시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의 앵글이 좀더 낮으면 좋았을 텐데. 롱다리가 숏다리로 바뀌었으니!ㅋㅋ

주인공과 민경린 선생님, 카메라의 앵글이 높이 있을 때는 이렇게 상반신 정도만 찍어야 어울린다.^^

함께 시낭송가로 활동한 바 있는 이복희 시인과도 기념사진 한 장 남겼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74학번 동기들끼리!

다소 늦게 전시장에 도착한 수륜중 출신의 허태임 박사, 자신의 모교에서 열리는 시화전 개막식에 참여하고, 이번 행사의 취지에 동참하여 후배들 모두에게 나눠주려고 직접 사인한 저서를 들고 왕복 5시간의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왔다. 허박사의 모교 사랑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허박사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이란 책(김영사 간)을 출간한 바 있고 그 책은 2023년에 과학 부문 전국 최우수 도서로 선정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수륜중에서 멀리 보이는 가야산(해발 1430미터)은 배창환 시인의 얼굴을 닮았다. 우뚝 서서 우리를 저렇게 내려다보고 있을지언정 언제 보아도 의젓함의 이미지는 그대로다. 배창환 시인은 '겨울 가야산'(2006)이란 시에서 “언제쯤일까, 저 산과 내가 가장 닮아 있을 때는”이란 마지막 시행과 관련하여 지금이 바로 배창환 시인이 가야산과 가장 닮아있는 시기가 아니겠느냐 말한 대경작가회의 신기훈 대표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녁식사는 학교에서 약 200미터 떨어져 있는 육일한식뷔페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맛있는 저녁 식사였다. 음식의 질과 맛, 주인장의 친절함까지 모두들 만족했던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뜨기 전에 변태석 교장 선생님은 <명태>란 가곡을 아주 맛깔나게 불러 주셨다. 오늘 참여한 축하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이처럼 훌륭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검푸른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허 쯔쯔쯔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강의 중에 불러서 감동을 준 바 있는 <명태>, 변 선생님이 부르니 더 멋지고 훌륭했다. 최고의 노래였다. 변태석 교장 선생님, 어찌 그리도 잘 부르시나요? 감동적인 노래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식당 밖의 분위기도 시간이 갈수록 흥취는 고조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리라.
 

   이날 행사 뒷풀이가 끝나고 <분단시대> 동인과 국어과 선후배 모임 회원, 시화전 그림작가들과 개막식 행사와 관련하여 시간 제한 없이 나름대로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평가회 시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김윤현 시인은 시, 서, 화에 음악까지 겸비된 가야산처럼 성스러운 축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세속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사회인데 오늘만큼은 세속에서 벗어난 성스러운 시전, 성전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수륜, 별고을, 가야산이 배창환 시인을 키웠다면 앞으로는 배창환 시인이 수륜, 별고을, 가야산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했다. 김윤현 시인 외에 여러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한다.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빠져나와 엊저녁 회식을 했던 장소에서 특별 주문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정갈한 집밥이라서 그런지 모두가 만족해 하면서 식사를 끝냈다. 배창환 시인은 10시에 전시장에 제자들이 오기로 되어 있다면서 잠시 먼저 자리를 떴다.
 

토요일 아침이라 전시장에는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정각 10가 되니 두 분의 여인네가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전시장을 찾았다. '선생님, 시화전 축하드립니다.' 배창환 선생님의 대구 경화여고 재직 시절 제자라고 한다. 어느 새 커피까지 준비해 와서 권순긍 교수님, 김윤현 시인과 나에게 한 잔씩 건넸다. 마음이 푼푼해지는 순간이었다. 
 

배창환 시인은 전시장에 남아서 찾아오는 분들을 곧 맞이할 예정이고, 권순긍 교수님은 동대구역으로 가서 서울행 KTX를 타야 한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김윤현 시인과 나는 교수님을 모시고 대가면 칠봉2길 50-4에 있는 심산 김창숙 선생 생가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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