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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하룻밤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24. 10.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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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화) 오후 3시부터 구미의 열호재에서 1박 2일의 모임을 가졌다. 몇 달 전 상근이네 농막에서 하룻밤을 즐겁게 보낸 적이 있었고, 헤어지면서 다음 모임은 열호재에서 갖자는 제안에 따라 열호재 주인인 내가 여럿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 날짜를 정해서 이번에 추진하게 된 거다. 
 

모임 당일, 휘동과 상근이는 오전에 금오산(해발 976미터) 등산을 가볍게 하고 모임 시간인 오후 3시경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동안 나는 모임 준비를 위해 시간을 좀 보냈다. 특별히 준비라 할 것은 없으나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왕이면 친구들의 하룻밤이 즐거워야 하고 추억이 될 수 있으려면 나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부자리, 음식, 술, 바둑판, 놀이 등의 준비가 바로 그것이다.
 

삽겹살을 굽기 위해 숯도 충분히 마련해 놓았고, 불을 붙이기 위한 부탄가스용 토치(아래)도 준비했다. 혹시나 모자랄까 싶어 회도 두 접시 사서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다.

 

위스키, 고량주, 맥주, 막걸리, 소주 등 술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바둑을 좋아하는 친구들인만큼 두 명씩 짝을 지어 밤새도록 둘 수 있도록 두 개의 바둑판을 마련해 놓았다. 하나는 이웃 김형한테 빌린 것이고 또 하나는 내것이다. 오늘만큼은 호스트로서 바둑의 고수인 휘동이에게 석 점을 깔고 이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 한 켠에 잘 준비해 두었다. 먼지가 잔뜩 쌓였던 바둑판을 여러 번 닦아 깨끗하게 해 놓으니 기분이 좋다. 
 

약속 시간이 가까와 오자 태국이가 제일 먼저 도착, 도와줄 게 없느냐며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날 내가 부탁했던 야채 일체를 꺼내어 놓았는데 양이 엄청 많다. 부인인 경희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깻잎, 상추, 고추, 마늘, 쌈장 등 먹고도 충분히 남을 만큼의 양이었다. 친구 부인이지만 경희씨는 평소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이 부부의 인연을 맺는 데 내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잠시 뒤에 휘동, 상근, 창열이가 휘동이 차를 타고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음식을 나눠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나는 먼저 숯불을 피우고 마트에서 가져온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적당히 구워서 삽겹살 한 접시를 일단 먹어보라고 내 놓으니 너무 맛있다면서 엄지척이다. 고기를 구워대기 바쁠 정도였다. 권하는 술도 마다 않고 마시는 친구들의 기분 좋음 때문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상근이는 고기만 굽지 말고 술 한잔 하라면서 쌈을 듬뿍 싸서 입에다 갖다 먹여주는 따스함을 보여주었다. 오후 5시 경엔, 동기회장 순균이가 도착하면서 성원이 되었고, 모임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기 시작했다. 
 

태국이는 평소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위스키, 고량주 등 권하는 술을 거부하지 않고 물 마시듯 술잔을 비우더니 언제부턴가 취하고 만다. 히죽히죽 웃거나 대화에 적극적으로 끼어드는데 평상시 그의 말투와 모습과는 달랐다. 아니나다를까 열호재 앞 잔디밭에 두 번씩이나 드러눕는다. 잔디가 폭신폭신 부드러워 일부러 눕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이 취했던 것이다. 다음날 왜 그랬냐고 몰어보니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심하게 취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바둑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인데 바둑 한 판 두지 못하고 그 이후 잠만 잤다. 자다가 속이 불편해서 토하기까지 해서 옆에 있는 친구들을 몹시 놀라게 하기도 했다. 휘동, 상근, 내가 1.5키로 떨어진 식당까지 걸어가 음식을 맛 보고 그 음식을 사 갖고 돌아왔는데 그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바둑의 고수인 휘동이는 창열과 나의 도전을 받아 세 판을 소화했는데 모두 승리다. 나와 두었던 마지막 대국은 내가 조금 유리했건만 뒷심 부족으로 막바지에 역전을 허용해야 했다. 역시 휘동의 바둑 실력은 나에게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 승리는 다음 기회에나 기대해야 하리라.  
 

다음 날 아침, 속이 좋지 않은 태국이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다섯 명은 엊저녁 예약해 두었던 식당에 들러서 차돌배기된장찌개로 아침 식사를 했다. 주인장의 남다른 음식솜씨와 친절함에 감탄하면서 친구들은 즐거워했다. 누구는 그랬다.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 맛집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다'고. 나에게 복을 주는 덕담 같아서 가슴이 훈훈해 진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선산IC기사식당'의 위상과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해야겠지?
 

단계 하위지 선생 유허비가 있는 곳을 찾았다. 비봉산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하기 좋다. 단계 선생의 묘소도 죽장리 옆 봉곡리에 위치해 있다.
 

비봉산 부처바위까지 3.7킬로미터 거리의 등산을 해 보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충혼탑부터 영봉정까지 1.7킬러미터는 황토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3일 후에 개최될 행사의 알림판이 화려하다. <제3회 선산 비봉산 맨발 걷기대회>, 나는 당일 대회에 관계없이 이곳을 맨발로 오를 것이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할지 자못 궁금하다. 
 

오늘의 목적지, 부처바위에 오르기까지 순균이는 많은 시를 낭송했다. 그가 낭송할 수 있는 시는 적어도 수십 편이다. 젊은 시절에 심적인 괴로움을 잊기 위해 괜찮은 시나 한시, 명문장을 암송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이 든 지금까지도 기억의 흔적이 깊게 남아 툭하면 흥얼거리는데 낭송하는 시가 예사롭지 않다. 끊임없이 줄줄줄 이어지는 시낭송은 시낭송 전문가인 나를 압도할 정도다. 문학적 감성이 누구보다 훌륭해서 몸과 마음이 튼튼한 체육인의  풍모와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부처바위까지 오르는 왕복 7.4킬로의 비봉산 등산은 아주 매력적인 코스인 것 같다는 친구들의 반응이 있었고, 차기 산대장인 휘동이는 머지않아 동기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등산을 해 봐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봉산이 마음에 쏙 들었다는 결론이다. 내가 거의 매일 찾는 이 산의 가치를 친구들이 모두 인정해 주는 듯해서 좋았다.
 
천천히 하산하고 나니 점심때가 되어 또 선산의 맛집을 찾기로 했다. 내가 즐겨찾는 식당, 생선구이와 찌개 전문점 '행복한 밥상' 이다. 묵은지 고등어찜 5인분을 시켰는데, 친구들의 반응이 예상대로 뜨거웠다. 특히 음식 자체는 물론이고 밥맛이 특별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맛집의 전제 조건이 바로, 밥맛이 좋아야 하는데 친구들은 대만족이다. 어떤 쌀이기에 이렇게 기름기가 있고 맛있냐며 주인장께 물으니, 
"돌솥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서 쓰는 쌀만큼은 항상 고급쌀인 향미를 씁니다." 
 

죽장사, 대웅전과 요사채만 있는 단촐한 사찰이다. 구미시 유일의 국보이기도 한 '죽장사 5층석탑'(130호)
 

죽장사는 우리 동네에 있는 절이라서 친근감이 간다. 그래서 손님들이 오면 늘 모시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저렇게 절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는 절은 잘 없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마당에 앉거나 누워서 찍어도 된다. 숱한 사진작가의 피사체가 되었을 저 웅장한 국보 돌탑은 통일신라 시대 이후 변함없이 건재했고, 흐른 세월만큼이나 앞으로도 오랜 세월 존재할 것이다.
 
다시 열호재로 돌아와 친구들과 핸드드립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11월 중순에 예정된 동기들 가을소풍 때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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