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회장인 순균과 나는 오늘 특별히 아침 식사를 같이 했다. 아침 일찍 자신의 아파트로 와서 식사 같이 하고 등산모임에 가자는 순균의 따스한 제안을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학창 시절부터 맺어진 오랜 우정의 끈은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어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툭하면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면서 유난히 정을 내는 순균이, 게다가 부인 전여사께서 베풀어주는 친절과 하얀 미소, 정갈한 음식 솜씨는 늘 감동이다. 오늘 아침에도 대합을 알맞은 크기로 썰어 넣은 미역국을 끓여 상을 차렸는데 그 정성과 맛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점심 식사 때에도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 그릇에 미역국을 담아 주었고, 국물을 떠먹을 수 있는 숟가락 2개까지 챙겨 준다. 이 글을 읽는 동기 친구들이 있다면 부럽다 못해 질투심까지 생길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 지는 거야.'
11명의 고등학교 동기들이 수성못 입구에 모였다. 예고되었던 등산 모임을 위해서다. 오늘의 코스는, '수성못 - 봉수대 - 가창 정수장 - 용지봉 - 감태봉 - 욱수정 - 만보정 - 솔밭정 - 덕원고교'이다. 대구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한두 번쯤은 걸어봤을 코스일 테지만, 경북 구미에 사는 나로서는 처음 걷는 코스라서 기대하는 바 자못 크다. 18킬로미터 정도쯤 걷는 코스, 만만한 등산은 아닐 것 같은데 평소에도 매일 두세 시간 정도의 등산을 하고 있으니 충분히 해 내리라 믿는다.
등산길 옆으로 '꽃향유'가 한창 피어나고 있다. '꽃향유'는 늦게 피어나는 가을의 꽃임을 새삼 알겠다.
앞장서 길을 걷던 상근이가 이 꽃을 처음 발견하고 '야, 참 멋있는 꽃이 여기 있네.' 해서 다가가 보니 '용담'이었다. 그 보랏빛 자태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자 누구냐?
용지봉 바로 아래에 위치한 정자에 둘러앉은 점심 식사 시간이다. 김밥에 라오스 위스키, 막걸리, 미역국, 통닭, 갓김치 등을 곁들이니 꿀맛이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온갖 재미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시간이었다. 도시락 반찬에 얽힌 일화가 흥미진진했고 나와 태천이의 엉덩이에 대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휘동이가 뒤에서 바라보니 그렇게 크고 섹시한 엉덩이를 일찌기 본 적이 없다 했고 화균이도 내 엉덩이를 보면서 말의 궁뎅이와 튼튼한 뒷다리를 떠올렸다며 넉살을 떤다. 너털웃음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용지봉의 해발이 629미터임을 알게해 주는 표지석이 너무 작은 게 아쉽기는 하지만 11명의 친구틀이 모두 나온 사진이라 좋다.
감태봉에 오르면서 발견한 미역취
목적지에 거의 다 와 가는데 순균과 병우의 이야기는 끝없이 두런두런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덕원고교 앞, 목적지까지 왔다. 이 시대의 참 산악인이자 사진작가인 수제가 사는 동네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18킬로미터 이상을 주파해낸 나의 다리가 참 장하다. 저 흡족해 하는 미소를 보아라. '내 다리 장한 다리!'
하산 후, 수제가 한턱 내겠다면서 제공하는 옹심이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막걸리라도 한잔씩 할 수 있으면 좋을 테지만 다들 음주운전이 걱정되어 절제하는 모습이다.
다음 달 11월 20일(수)에는 경산 주변의 백자산을 찾기로 했다. 언젠가 가 봤던 곳이긴 한데, 다시 가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날 굳이 등산을 하지 않아도 좋다. 사무실에 앉아서 바둑을 두는 것도 선택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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