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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내외와 손녀가 열호재에서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24. 4. 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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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내외가 손녀 나은이를 데리고 열호재에 놀러왔다. 지난 월요일 내 생일에 근무와 겹쳐 와 보지 못한 아쉬움을 휴일을 이용해서 찾은 것이다. 귀염둥이 나은이는 한창 말을 배울 때라서 그런지 제법 말도 많이 늘었고 키도 많이 컸다. 아들 내외가 그간 열심히 보살피고 신경써서 잘 키웠기 때문이다. 다만 오랜만에 만나보는 할배인지라 녀석은 처음에는 말도 안 하고 시선을 피하면서 여전히 낯을 가린다. (잠시 적응하면 달라지지만.....) 물리적으로 자주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긴 하다. 여하튼, 이렇게 왔으니 할배가 가꾼 농막에서 실컷 뛰놀다 가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며느리는 시아버지 생신이라고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었다. 미역국을 연상케 하는 떡케이크와  밥 한 그릇인데 밥그릇을 열어보니 현금이 막 쏟아져 나왔다. 밥속에 돌돌 말려 있던 돈이 화수분처럼 계속 나왔던 것이다. 이러다가 부자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며 웃었다. 며느리의 갸륵한 정성이 고마웠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거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나은이한테 뭘 사 주라면서 약간의 용돈과 드립커피 세 통을 건넨다. 주고받는 장면들이 흐뭇하다. 그럼 나는 점심을 푸짐하게 사 주면 되겠지? 작년 이맘때 들렀던 모 식당은 유명한 고깃집이었는데,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가 온 방안에 퍼져 있어서 어린손녀한테는 안 좋았기에 올해는 그곳을 피하고 산동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장어마을이란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비교적 쾌적해서 좋았다. 아들이 매우 좋아하는 민물장어 소금구이 7인분(4인분 먼저, 추가 3인분)으로 맛있는 점심을 들 수 있었다. 평소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특별한 날 이렇게 함께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소주가 한잔 생각나는 자리이지만 참아야 했다. 내 차로 온식구가 이동해야 하는데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될이다. 아들은 요즘 술을 한 잔씩 자주 하게 된다면서 오늘도 안주가 좋으니 한 잔 해야 하겠단다. 집에 갈 때는 나은이 엄마가 운전하면 된다면서 기분좋게 한 잔 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아들, 하는 일이 다소 힘들기도 하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해. 앞으로도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거야. 나는 우리 아들을 믿어.'
 

식사를 마치고 열호재로 돌아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았다. 손녀 나은이의 재롱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여서 참 좋다.^^
 

뒷짐지고 가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나은이는 딸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듯하다. 작은 입보다도 훨씬 큰 딸기를 한입에 넣고 오물오물.....^^
 

앗! 우리 손녀가 배를 보였네. 배를 자랑하는 거야? 아니면 더워서 그러니? ㅎㅎ

  아들은 자랑삼아 얘기했다.
  "아빠, 우리는 거의 싸우지 않아요."
  "암, 그래야지. 잘 하고 있구먼."
  부부가 사이좋게 지내야 나은이도 무럭무럭 구김없이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아들 부부다. 참 대견하고 믿음직스럽다. 당시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부부싸움을 종종 해야 했던 그때의 나였기에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딸을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떠오른다. 32년 전 포항에서 살 때, 두 살짜리 아들이 지곡동 잔디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던 모습, 아들이 지금의 손녀처럼 귀염둥이였을 때의 모습이 그것이다.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는 오늘이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더니 한참을 어울려 놀다보니 할배의 마음을 알았는지 슬며서 다가와 같이 할배의 손을 잡는다.^^
 

모녀간의 긴밀한 대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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