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혜당과 나는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 IC에서 내려 영일만신항으로 나 있는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렸다.
처음 달리는 멋진 길이긴 한데 씁쓰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현 정부는 복지나 교육예산은 대폭 삭감하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건설경기 살리기에만 모든 걸 투자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정작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라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으로 걱정이다.
독선을 일삼는 그들은 아무래도 국민의 이름으로 호된 벌을 좀 받아야 한다.
국민을 모시는 머슴으로서 끔찍하게 국민을 위하겠다더니.....
단숨에 포항시 흥해읍 칠포리 숙소(대구교육해양수련원 206호)에 도착,
그곳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숙박 인원(6명)을 신고하고 체온까지 쟀다.
저녁 늦은 시간에 돌아와 묵을 숙소인 만큼 점검이 필요했다.
취사 시설도 완벽했다. 냉장고를 열어 가져온 과일들을 넣어 두었다.
사실, 숙소가 신경이 좀 쓰였는데,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었다.
대구교육청 장학사로 있는 친구에게 칠포의 수련원 사용 가능 여부를 물어보니
맨처음에는 알아보니 방이 없다 해서 다른 곳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내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고 미안했던지 친구는,
다시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방을 구했다며 연락을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특별 손님을 위해서 비상용으로 쓰는 방을 빌릴 수 있게 된 거다.
콘도형 숙소, 15 명 이상이 함께 지내도 될 만큼 널찍한 공간인데다가
바다가 훤히 보이는 확 트인 전경이 마음에 든다.
애써 방을 구해 준 친구의 우정이 더없이 고마울 뿐이다.
(순균아, 나중에 막걸리 한잔 살게)
해양수련원인 만큼 운동장도 넓게 확보했고, 그 너머엔 바다다.
햇살을 받은 바다는 늘 푸른색을 잃지 않고 해조음을 들려준다.
회원들이 당장 숙소에 모여서 그 분위기를 즐겨도 좋을 것만 같다.
서백은 포항에 먼저 도착해서
고등학교 동기를 만났고, 그 여인과 함께 곧바로 옛스승인 남전형 댁을 찾은 것이다.
연락을 하니 곧장 논강과 명혜당도 집으로 오라고 한다.
부리나케 달려가니 형은 차대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백의 또다른 친구, 초딩동기님도 연락을 받았는지 남전형댁에서 합류했다.
남전형은 손님들을 위해 주방에서 다과를 준비하더니 이제 차를 마시자 한다.
담설님에게서 구했다는 귀한 보이차 한 덩어리를 차 주전자에 넣고,
끓은 물로 우려내니 그 은은한 향기가 거실에 잔잔하게 퍼지고.....
시간이 좀더 확보된다면 호미곶이나
내연산 보경사쪽으로 드라이브라도 하면서 둘러보면 좋으나
저녁 식사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부득이 포기해야 했다.
장성동의 역사와 함께한 '세느안경', 우산형이 그 주인이신데
오늘은 특별손님들이 왔으니 모두 가서 지신을 밟아주면 좋으리라
일행 6명이 가게에 들어가 웃음꽃을 피우다가
남전, 서백, 명혜당과 두 여인은 환호해맞이 공원으로 가고
우산형이 가게 뒷정리를 하는 동안 남아서 좀 기다리다가
우산형을 모시고 칠포 두꺼비 식당으로 바로 가면 될 것 같았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연락해 보니 두꺼비 식당 주인이 돌잔치 참여 때문에
오늘 저녁만큼은 영업을 힐 수 없다는 것이다.
전 번에도 식당 사정으로 그 좋은 회맛을 못 봤는데
벌써 두 번이나 퇴자를 맞은 셈이니 섭섭하기조차 하다.
자연산 회하면 그저 그 '두꺼비식당'을 떠올릴 정도인데
일행들을 그곳으로 안내를 하지 못하게 되니, 쯧쯧!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새삼 실감난다.
결국 저녁 장소는 여남동 태화횟집으로 결정되었다.
힌별이에게 연락을 하니 자다가 일어난 목소리로 받는다.
녀석은 언제부터인가 낮과 밤이 바뀌었다고 했다.
오늘 오후 4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잠 때문에 못 지켰던 것이다.
두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전화통화가 가까스로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잠시 만나지 않으면 시간 확보가 쉽지 않다.
우산형에게 양해를 구해서 송도동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녀석은 왼손에 기브스를 한 상태로 나와서 애비를 맞았다.
웃음짓는 모습이 어둠속에서도 꽤 귀엽다.
어? 근데, 머리가 이상하다. 파마를 했다.
단골 미용사가 권해서 그냥 한번 해 봤다면 멋적게 웃는다.
우산형은 멋있다며 추켜세우더라만 난 좀 못마땅했다.
2주 전 차에 두고 내렸던 목걸이를 목에 달아주고는
합격기념 용돈을 조금 주고는 이내 차를 돌려야 했다.
좀더 느긋하게 만나서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쉽다.
태화회식당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마음샘터 일행들도 벌써 와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합류를 했고, 조금 후 덕안님과 솔향기님이 오셨다.
식당 벽에 걸린 10월달 달력을 뜯어 뒷면에 모임의 주제를 적었다.
'서백 등단기념 모임, 10월의 마지막 날, -마음샘터-'라고
매직펜이라도 있었다면 눈에 확 띄게 할 수 있지만 어쩔수없이
볼펜을 이용, 글씨를 좀 크게 써서 벽에 붙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전형은 가끔 이 식당에서 친구분들의 출판기념회를 한 바 있고,
오늘도 서백님을 위한 특별한 자리이고 보면 격에 딱 어울렸다.
2009년 가을호 '문학시대' 89호에는 제82회 신인문학상 당선작,
6명의 작품이 모두 실렸는데 서백의 수필 3편이 거기에 올라 있다.
서백의 당선 소감글이 퍽이나 인상적이어서 끝부분을 인용해 본다.
'..... 읽고 쓰는 것으로 나는 진정 행복하고 싶다.
끝으로 나의 생물학적 죽음마저도 연을 끊게 하지 못할,
내 영혼의 깊은 곳에 자리한 나만의 직녀에게 당선의 기쁨을 바친다.'
풍성한 회에 술을 곁들인 모임은 흥겨움으로 그득했다.
우산형이 맥주컵에 소주 한잔을 따른 다음 맥주를 채워서 주는데,
요즘 유행하는 술이고 적당히 취하는 데는 제격이라는 거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기분좋게 술은 취해 가고.........
마음샘터의 낭만도 끝간 데 없이 깊어만 가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든든히 하고는 바닷가에 나와서 기념 사진을 남기고
차수를 옮겨서 두호동 '옛날 막걸리집'으로 갔다
샘터모임이 소규모로 이루어질 때는 늘 그리고 갔단다.
식당에 들어서니 텁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온벽에는 동아일보 신문으로 도배를 해 놓았는데
가난하던 시절의 집안 분위기를 연출한 주인장의 센스가 느껴진다.
우산형과 갑장인 여인네가 주인장인데 퍽 인심좋아 보인다.
예원님이 보내온 케이크에 촛불 하나를 꽂아 불을 붙였고
서백의 등단을 축하하는 남전 형의 건배 제의와 함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
노래 한 자락 해도 되냐고 물으니 얼마든지 하란다.
서백은 '강변에서'란 노래를 내게 요청했고, 남전형도 부르란다.
솔직히 말해서 술 한잔 하면 늘 부르는 노래라서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오늘같은 날 안 부르면 언제 부르겠는가?
''서산에 붉은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이 가사는 서백이 꼭 알려달라 했으니 '작은 이야기'에 올려 놓겠다)
선재한테서 연락이 왔다.
우리 일행이 칠포 숙소에 있는 줄 알고, 그리로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전화한 것이란다. '어휴, 똑똑하긴.....'
선재가 일행들이 있는 막걸리집에 도착했을 때는 20여분이 지난 뒤다.
분위기는 참석한 사람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게 마련인데,
선재가 오고, 서백의 여자 친구 손현숙씨가 대구로 가고,
내가 진주남봉가를 부르면서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변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술도 취하고,
일행 중 일부는 귀가할 시간이 되었고, 미련은 또 남게 되고
더 늦기 전에 노래방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는 의견!!!
어느 한 노래방을 찾아들었다.
한 분씩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다들 가수처럼 노래를 잘한다. 분위기 최고다.
나의 주체못할 덩실덩실춤, 그 막춤이 시작된다.
웬만큼 취해서는 그런 춤을 보이지 않지만 오늘은 취했나 보다.
이것은 나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이긴 하다.^^
(덕안님의 차분한 노래솜씨가 돋보였음)
노래방 비용은 덕안님께서 해 주셨다.
거금 50,000원을 쾌척하셨는데, 덕분에 회원들은 즐거웠다.
이젠 밤도 늦고 해서 헤어질 시간이다.
칠포 숙소로 갈 사람은 모두 6명(남전,우산, 선재, 서백, 명혜당, 나)이다.
편의점에 들러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필요한 음식을 좀 샀다.
출출할 때 먹을 라면과 술 등은 필수적이다.
술이 좀 모자랄 것 같아 더 챙기니 누군가 말린다.
숙소에 와서 과일 깎아 먹고, 라면까지 먹고 술 몇잔 결들이다가
피곤한 몸을 눕혔을 때는 시계가 새벽 3시 경을 가르키고 있었다..
내일 일정을 위해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이다.
이부자리를 펴자마자 난 자리를 차지하고 곧장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술만 마시면 영락없이 코곯이가 심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회원들을 먼저 잠들게 하고 나중에 자야 했건만
취한 몸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있던 터라 곯아떨어진 것이다.
명혜당 말에 의하면 여러 사람 잠 못자게 했다고 한다.
(미안했습니다. 다음엔 제일 나중에 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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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의 일정을 간단히 노정만 기록해 본다.
아침 7시경 일어나 바닷가 산책(서백과 나) --> 숙소 정리 --> 선재와 헤어짐
--> 영천 운부암으로 향하다가 --> 영천휴게소에서 비를 만남(일정 변경, 서백의 제안)
--> 북영천 IC에서 내려 --> 영천-경주 국도 --> 진흥왕릉, 김양묘 -->
노동,노서동 고분군(봉황대, 금관총, 호우총 등) --> 동리.목월 문학관
--> 민박쉼텨(토속음식 최고의 맛이라며 극찬) 및 운곡서원 (300년 은행나무, 시낭송)
--> 포항터미널에서 서백 헤어짐 --> 남전, 우산형과 헤어짐 --> 포항-대구 고속도로
--> 부모님 사업장, 청소 뒷정리 --> 쌍쌍갈비에서 부모님과 저녁 식사
--> 아버지께서는 근친비라며 명혜당에게 용돈 20,000원 주셨음(겨울방학 때
변산반도 일대를 돌아보고 싶으시다고 함. 2박 3일 정도 시간을 내기로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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