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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 그늘 아래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09. 10. 2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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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 그늘 아래'

엊저녁 국어과 동기들이 만났던 커피숍 이름이다.

류덕제, 서정우, 나 이렇게 셋은 거기서 만났다.

오후 7시 즈음이다.

 

하루 종일 설레는 마음이었다. 

8교시 수업이 없어 곧바로 퇴근

구미에서 대구로 가는 발길은 가벼웠다.

며칠 전부터 별러 왔던 친구들과의 회동,

마음껏 마시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지난 여름 모임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서정우 장학사, 옥정윤 선생, 정정섭 선생

오늘은 틀림없이 참석하기로 했으니 좋다.

그간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서정우 장학사를 교육청 입구에서 만나,

약속 장소로 가는 과정에서 몇 마디 나누니,

요즘 많이 바빴고, 일 자체가 신경쓰여 잠도 안 온단다.

두 달 전부터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로뎀나무 그늘 아래'

엘리야 선지자와 관련된 이름인가 본데,

편안히 이야기하고 쉴 수 있어서 걸맞는 이름이긴 하다.

저녁 식사를 못한 상태에서 커피 마시기는 부조화지만

좋은 공간을 차지하고 앉았으니 자리값은 해야 한다.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커피를 시켜 그 향을 즐겼다.

류박사는 성능 좋은 디카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손형주 장학사가 오기로 했다.

원래는 남자 동기찌리만 만나 한잔 할 마음으로

내가 몇몇에게만 연락한 것을 류교수는 만나자 연락을 했고,

흔쾌히 약속장소로 오기로 했단다. 잘 됐다.

홍일점이지만 늘 만나도 부담없는 친구이니 좋다.

커피를 마시면서

류교수는 얼마 전부터 복용하고 있는

비타민C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관심이 간다. 

효과를 본 사람들이 많고, 장수에는 필수란다.

'나도 그 좋은 거 한번 복용을 해 본다?

이 더러운 세상, 오래오래 살면서

세상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손선생 차를 타고 류교수가 안내한 곳은 '울릉도 회집'이었다.

류박사 집에 세들어 살던 개그맨 김샘이 소개한 식당이란다.

출출하던 차에 물회를 주문했고, 나오길 기다리면서

올해 2학기에 군위교육청에 발령받은 손형주 선생의

스트레스 받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을 했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스트레스 아닐까?

고민없이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서 장학사는 복잡한 일에 시달려 힘들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느니라.'는 선배의 말에 위로를 받는단다.

어떤 일이든지 세월이 해결해 준다는 뜻일 게다.

마음을 넓혀서 좀더 느긋해 하고 포용하지 않으면

세상 살기가 힘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실감이 난다.

 

들어온 음식은 우리들 입에 딱 맞았다.

정정섭 선생이 늦게 합류해서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고,

신종플루대책회의 차 늦겠다던 옥선생도 곧이어 왔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지만 엊그제 본 것 같은,

늘 그렇게 정다운 얼굴이라서 참 좋다. 정말 좋다.

새 아파트 분양 받은 이야기, 교육감 선거 이야기,  

78국어 카페가 썰렁한 것에 대한 불평 등등

별의별 이야기를 화제에 올려놓고 소주잔을 비우고 있었다.

식당 주인이 이제 손님들이 가 주었으면 하는 시간까지

아파트를 싸게 분양받음으로써 돈을 좀 벌게된 옥선생이

기분좋게 계산을 했고, 덕분에 우리들은 행복했다. 

 

횟집에서 나와 류교수의 단골집이라는 곳으로 갔다.

차수를 달리하는 술꾼들의 마음을 알아주니 고맙다.

류교수가 한 턱 쏠 것 같은 기세다. ㅎㅎㅎㅎ

자그마한 식당 한쪽 벽에는 손님들이 낙서한

종이들이 무수히 붙여져 있다.

'폼생폼사'를 포구 포(浦)자 밑에 'ㅁ'자를 붙였서

'폼'으로 읽게 만든 글씨를 보고는 정우가 웃는다.

우리 여섯 명은 거기서도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다.

사진도 찍어 두었다. 카페지기의 배려다.

이연중 선생과도 잠시 통화를 했다.

신랑의 건강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술좀 적게 마시게 하란다. 어쩌랴?

오랜만에 대작하는 날이니만큼 이해하겠지?

 

자정이 다 되어 갈 무렵, 술자리는 파했다.

수능 끝나고 여유있을 때 또 한 번 만나기로 하고.....

 

대리운전해서 방촌동 어른댁에 당도,

어머니는 안 주무시고 아들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다.

피곤했는지 몇 마디 주고 받다가 이내 잠들었고,

새벽 5시 30분에 깨어나 부리나케 머리를 감고,

어머니가 건네는 홍시 하나 먹고,

새벽을 깨우면서 구미를 향해 달렸다.

술이 덜 깼으니 음주 운전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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