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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날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09. 9. 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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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날,

텅빈 교무실을 혼자 지키고 앉아 있다.

학생들이야 중간고사 기간이라 정신없이 공부하고 있을 테지만

이 기간이 선생님들에게 좋은 휴식의 기회임을 알까?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무엇을 할까?

교재 연구? 인터넷 서핑?, 블로그 정리? 글쓰기?

나도 다른 동료들처럼 일찍 귀가한다?

'아내는 집에서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을 만나고 있을텐데

남편이 조금 늦게 들어가 주는게 배려겠지?'

어제는 10명의 젊은 선생님들이 우리집을 방문했고,

오늘은 나이가 좀 든 세 분 선생님이 오신단다.

명예퇴직 이후,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내,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면서 그 여유를 즐기는데,

그 여유로운 생활에 부러움(?)을 느끼는 동료들의 방문에 

뭔가를 보여주고,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제 휴대폰을 바꿨다.

갖고 있는 폰이 아직 쓸만하긴 했으나

간혹 작동이 잘 안 되어 속을 썩이던 차에

어느 통신사에서 걸려온 예쁜 목소리를 만나게 된 거다.

새로운 기종이고 공짜로 준다기에 솔깃했다.^^

어차피 올해 말까지 '010'으로 통합이 된다고 하니

이참에 번호도 바꾸고, 기계도 새롭게 바꾸는 게 좋지 않냐는

전화 목소리에 현혹되어 덜컥 그러자고 한 거다.

후회는 없다. 어차피 바꾸려고 했던 것이니까.

다만 너무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 같아

나의 귀얇음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바꾸기로 결정하고 뒤따르는 고통이 있긴 하다.

10여 년을 써 오던 번호(011-529-7131)와 하직을 하고

새 번호(010-3529-7131)를 받아야 하는 것도 석연찮다.

전화번호조차 정들면 버리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조금 전 어머니한테 연락을 해 보니

제수 준비차 칠성시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시란다.

50년이 넘게 제사 준비를 해 오셨던 어머니,

추석이 다 되었으니 장을 봐 놔야 하시는 거다.

어제 서울 작은아들집에 계시다가 대구로 내려오셔서

아버지와는 화해를 잘 하셨는지 목소리는 밝다.^^

"오늘 공원에는 나가셨나요?"

"나, 더이상 나가지 않기로 했어."

"잘 하셨어요. 인제 편하게 사셔야 해요."

"언제 내려올거냐?"/ "내일 내려가겠습니다."

 

갑자기 내가 사용하는

교무실 책상 위의 너저분함이 눈에 거슬린다.

지금부터 그럼 정리 모드로 들어간다.

책상을 정리하고, 우리반 교실에 들어가서 청소를 한 다음,

5시에 시간을 맞춰 퇴근하면 오늘 하루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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