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절친인 장 교감으로부터 카톡 문자메시지가 날라왔다.
'관천중 교장으로 발령났다. 친구야' 반가운 마음에 곧장 답장을 보냈다.
'드디어 우리 친구가 교장이 되었구나.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선 마음의 꽃다발 한아름 보내어 크게 위로하고 싶다'라고
오늘 낮에 울릉군 교육장으로 발령이 난 서 교장을 전송하면서
서 교장 자택이 있는 칠곡 경북대병원 부근 모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점심 식사후 2시부터 교육감 면담을 하기로 되어 있고, 면담 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단다.
학교 교장으로서가 아니라 울릉군의 주요 기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앞으로 좋은 일들이 친구에게 많이 생기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면서 그를 보냈다.
칠곡까지 왔으니 또 만나볼 친구가 있다. 바로 장 교감이다.
연락을 하니 침산중학교로 곧장 오라고 한다. 친구가 1년 동안 근무한 학교다.
발령받을 때만 해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던 학교였는데,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한다.
워낙 열심히 근무한 덕에 여러 평가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올해 승진이 결정된 것 같다.
칠곡에 위치한 관천중 교장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연수 동기 중 제일 먼저란다.
침산중학교 교무실, 교감 자리 앞에 있는 휴식 공간에 잠시 앉아 커피 한 잔 하면서 친구의 근무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침산중학교 시정표, 부장회의는 매주 열리지만 교무회의는 매월 첫주 시청각실에서 한 번만 개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상의 시간 10분 독서와 사제동행 행복 시간을 갖고자 하는 취지가 매우 좋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실천여부일 것이다.
학교 건물 뒷편의 주차장 풍경
학교 곳곳이 너무도 깨끗하다. 교감 선생님의 눈길이 머물던 공간이라고 판단된다.
생활지도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교감 선생님의 교육관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친구 사이인데 같이 찍은 사진이 없을쏘냐? 셀카를 찍어 나의 침산중 방문을 기념하기로 했다.
장 교감은 경력 3년의 섹소폰 연주자다. 연주할 수 있는 곡목만 약 200곡 정도가 된다.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가능한 곡도 무수히 많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했고 적극적이다.
좋아하는 친구가 왔으니 그 친구를 위해서 들려주겠다면서 즉석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알토 섹소폰을 들고 나를 위해 연주해 주는 친구의 적극성과 자상함이 감동적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들으면서 그의 사진을 찍는 것!
2006년 전문직에 들어온 이후 10여년 만에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교장 승진 임명장, 가히 기념할 만하지 않으랴!
장 교장은 만평동에 살고 계신 누님 댁에 가서 교장까지 승진될 수 있었더 것은 누님 덕이라면서
이 임명장을 보여드리고 누님(75세)이 좋아하는 노래를 섹소폰으로 연주해 드릴 계획이란다.
총각 시절의 친구와 함께 추억이 깃든 팔공산 파계사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20대 중반의 어느 날, 장 선생과 나, 그리고 친구의 애인이었던 모 여인, 이렇게 세 사람은
파계사 상좌승으로 있는 법우를 만나러 갔던 것이다.
법우와 헤어지고 세 명의 남녀가 휘영청 밝은 달빛 받으며 좁은 산길을 돌고돌아
이심 리 정도 떨어진 큰 길로 빠져나올 때까지 걸었던 두런두런 그 길은 좀처럼 잊을 수 없다.
지금이야 넓게 포장되고 교통량이 많아져서 낭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교교한 달빛 속에서 흘러나오는 가을 풀벌레소리와 우리들의 이야기, 어찌 잊을까!
당시 법우는 파계사 적묵당(寂黙堂)에 머물면서 주지스님의 상좌승으로서 일을 하고 있었다. 파계사 법보 발행 책임자였다.
적묵당 안마당, 당시 법우스님은 냉장고가 보이는 방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장면을 잠시 회고해 보았다.
자네 촌에서 국어 선생 하고 있다고 했지? 그렇하고 했더니 '야단법석'이란 말의 유래를 아느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하니 돌팔이 국어 선생이라고 놀리면서 겸연쩍게 웃고는 단번에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30여 년 전의 장면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고 장 교장한테 물었더니,
상좌승으로 있다가 여러 가지 사정이 생겨서 환속했고, 지금은 D대학교 ****과 교수이며
불교 TV 방송에 종종 출연해서 차원 높은 강의로 중생을 제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물 제 992호, 건칠관음보살좌상 및 복장유물
보물 1214호, 파계사 영산회상도,
장 교장은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다소 거슬릴 법도 한데 별로 신경쓰지 않는단다. 비교적 숱이 많은 게 그나마 자랑임에 틀림없다.
나도 최근 얼굴을 뒤덮었던 검버섯과 점들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후부터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썬크림을 자주 발라주고 모자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친구는 나를 만나면 숨김없이 얘기를 잘 한다. 늘 듣는 삶의 이야기지만 들을 때마다 친구의 진정성에 감동을 받곤 한다.
뒤에 보이는 차 안에서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눴고, 귀가하다가 어느 음식점에 들러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야기하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장 교장, 다시한번 승진을 축하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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