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참 좋다. 아내는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어디로 갈까? 역시 경주쪽?
점심 식사 시간이어서 대릉원 옆, '도솔마을'에 들렀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담장 안의 매화꽃만 훔쳤다.
'개불알꽃'은 작아도 너무 작다. 근데 하필이면 이름이 그럴까?
경주시 신문왕릉과 효소왕릉 사이에 위치한 '고두반'이라는 음식점을 찾았다.
몇 년 전 남전형과 선재가 함께 들른 바 있는 낭산도요 그 자리에 있었다.
낭산도요의 주인장은 음식점과 도요를 겸해서 운영하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다.
비교적 음식이 깔끔하고 소박해서 손님들이 제법 드나드는 곳 같았다.
고두반 음식점 앞에 피어난 수선화, 노란 햇병아리를 연상시켰다.
점심을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바다로 가야지? 감포 바닷가로!
국보 112호 감은사지 삼층석탑, 감은사는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뒤,
왜구의 침략을 막고자 이곳에 절을 세우기 시작하여 신문왕 2년(682)에 완성한 절이다.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동해의 대왕암에 장사를 지낸 뒤,
용이 된 부왕이 드나들게끔 금당 밑 공간을 특이한 구조로 만들었다.
금당 앞에 동서로 서 있는 삼층석탑은 13.4미터로 장대하며, 제작연대도 확실하다.
이중 기단 위에 몸체돌을 세우고 처마밑은 층단을 이루었으며 지붕 위는
곡면을 이루어 우리나라 석탑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이고 있다.
대왕암과 이견대에서 가까운 대본리 어느 바닷가, 모래가 아닌 작은 자갈돌이 지천이다.
등대의 작은 붉은 빛이 푸른 빛의 바다와 하늘에 비해 강렬하다. 파도의 하얀 포말도 봄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감포항
감포에서 구룡포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신창 바닷가를 지나게 된다.
장기읍성 방향에서 흘러드는 장기천이 이곳에서 동해를 만나 합류하게 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장기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이곳 신창 바닷가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다산은 소나무가 몇 그루 자생하고 있는 저 바위섬에까지도 올라보지 않았을까 싶다.
어부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지까지 조언을 했을 것 같다.
옛날에는 가난하고 한적한 어촌이었을 테지만 요즘은 낚시공원을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도하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 작전?
아내는 젊은 시절의 한 때 잠시 근무했던 구룡포여중고에 잠깐 들르자고 했다. 그러나
이미 폐교 되어 텅 비어 있었다. 건물만 덩그렇게 남아 스산한 느낌을 줄 뿐!
여기저기 깨진 창문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에서 공부했던 학생들의 추억들이 무궁무진 스며있을 공간일 텐데
이젠 저 퇴락한 테니스장처럼 그 학교의 역사마저 없어지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아내는 근무했던 학교를 오랜만에 찾아 감개무량해 했지만 폐교된 사실에 마음 아파했다.
더구나 3년 또는 6년을 동문수학했던 졸업생들의 소회는 어떠할지? 요즘도 연락을 하고 있는 제자,
소율이 소유 엄마(35세)가 알면 얼마나 섭섭하겠냐면서 사진 한장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이 멋진 정원에 얽힌 추억이 얼마나 많았을까? 감수성 예민한 여학생들에겐 더더욱......
구룡포여중고 자리에서 내려다 본 구룡포항의 전경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입구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건물이 집중되어 있었던 곳, 일본식 건물이 비교적 잘 보관되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근대문화역사거리'라고 이름 붙여져 있고, 일부 관광객들은 기모노, 유카타 체험을 즐긴다고 한다.
일본식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내부의 구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차를 한 잔 시켜 먹으면서 그 분위기에 잠시 젖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빙점' (미우라 아야코 작)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요코가
온갖 갈등을 겪으면서 양부모 밑에서 지내는 공간에 찾아들어온 느낌도 없지 않다.
기회가 되면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북해도를 꼭 한번 찾아가리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인 '도가와 야스브로'란 사람의 송덕비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구룡포 방파제 축조와 도로 개설 등에 관여한 사람으로
일본인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일본에서 규화목을 가져와 해방 전인 1944년 경에
송덕비를 세웠다고 한다. 송덕비는 패전 후 일본인들이 돌아간 후 구룡포 주민들이
시멘트로 덧칠하여 현재 비문의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명인 '구룡포'에 걸맞게 용 아홉 마리가 뒤엉켜있는 모습을 형상화해 놓은 조형물인데 왠지 좀 생뚱맞다.
구룡포여중고가 폐교되고 옛날 구룡포중종합고등학교 자리에 새 건물이 세워지고
남녀 공학으로 통폐합되어 구룡포중학교, 포항과학기술고등학교로 이름마저 바꿨다.
대보면('호미곶면'으로 이름이 바뀜) 호미곶에 있는 새천년기념관
임곡횟집, 자연산만을 취급한다고 해서 들르기로 했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도 됐고
바닷가를 주로 여행했으니 회를 먹으면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게 격에 맞을 것 같다.
인근의 오천 해군부대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산형과 연락이 되어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잠시 후에 상봉하게 된 우산형은 전보다 훨 날씬해 보였다. 최근 11킬로나 빠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누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말을 한단다.
워낙 속이 깊으신 어른이라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그렇게 잘 넘기고 있다.
저녁을 얻어먹었으니 차를 한잔 사겠다면서 오천읍에 위치한 찻집으로 우리 부부를 안내했다.
우산 형은 늘 그렇듯이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았다. '하루 빨리 완쾌되기만을 빈다. 힘내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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