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생신상을 받고 즐거워하셨다.
막내아들과 맏딸이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지만
3남매 부부와 손주들이 불러주는 축가에 환하게 웃었다.
‘그저 건강 잘 챙기시고, 덕분에 잘 살게 된 자식들이니
이젠 걱정하지 마시고 모든 걸 자식들에게 맡기세요.’
그러나 당신께서는 아직까지 자식들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독립적이다.
나이든 며느리들이 셋이나 있어도 어머니의 처분만 기다릴 때가 많다.
그만큼 건강하시다는 거니까 좋기는 좋은데 좋은 모양샌 아니다.
‘난 지금 죽어도 아무런 미련과 거리낌이 없다’
자식들을 위해서 할 만큼은 했다는 자부심일 테다.
팔공산 도림사 천불전에 조상들의 위패는 물론
살아있는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위패까지
좋은 위치에 모셔두고, 부처님께 빌고 계시는 어머니시다.
우연히 들르게 된 절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법당을 찾아 삼배로 소원을 빌고 복전함을 찾는다.
불심이 깊은 어머니는 툭하면 부처님 얘기다.
약사여래와 지장보살 얘기다. 스님 얘기도 잘 하신다.
티비를 봐도 드라마 이외에는 불교방송만 시청하신다.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설득해도 소용없다.
인생을 많이 살아본 당신이 더 잘 안다 하시니 어쩔 수 없다.
샤머니즘에 가까운 스님들의 얘기는 듣기 힘들다.
오늘은 음력 섣달 보름, 어머니 생신 날
막내딸과 두 조카를 데리고 청도 지역을 찾았다.
아들의 차를 타고 바람쐬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
어디를 모시고 가든, 어머니는 그저 좋아하신다.
청도 팔경의 하나인 상대폭포(약수폭포)를 처음 찾았다.
30미터 높이의 폭포는 긴 고드름을 드리우고 하얗게 얼어 있었다.
그 아래 용감하게 선 조카들의 귀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유등지'라는 못이 하나 있다. 연꽃으로 유명한 곳,
못을 한 바퀴 휘 돌고 전망좋은 레스토랑에 들렀다.
연잎 오리찜 두 개와 연잎밥 세 개를 점심으로 주문했다.
너른 레스토랑을 우리 식구들이 독차지한 셈인데
귀여운 조카들은 피아노를 치기도 하면서 신이났다.
그러나 막내동생의 약속 시간에 맞춰 귀가해야 했다.
막내는 24평 아파트를 팔고 32평 아파트를 샀는데
오늘이 그 계약하는 날이라고 했다. 축해해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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