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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교장 선생님 구순 사은회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2. 5.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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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5월 19일 12시 정각, 특별한 행사가 시작되었다.

한왕섭 목사님의 사회로 시작한 복음학교 교장선생님 구순 사은회

복음동창회 최현득 회장님 이하 10여 명의 동창회원들이 준비한 특별한 자리에는

교장 선생님의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하객들이 성황을 이뤘고,

남산교회 지하실에서 가르치고 배울 때의 초창기 교사 학생들부터

수성구 상동 223번지 복음고등공민학교 건물에서 가르치고 배울 때의 교사 학생들까지

다 모였다.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 김좌근 교수님(16회)께서는 태평양 건너 날아오셔서

(목사님이시기도 하시니)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와 축도까지 해 주셨다.

교장 선생님을 향한 사랑이 형태가 다를 뿐이지 하나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21회 졸업생이 제일 많이 모였다고 한다. 29회도 12명이나 모였으니 참여율이 대단하다.

내가 3년간 가르쳤던 29회 졸업생 두 명(순남, 길성)도 왔다. 너무 반가웠다.

이렇게 40여 년 간에 걸쳐서 인연이 맺어진 복음인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교장 선생님의 구순 생신을 축하하는 숭고한 의미도 있지만

복음 선후배간에 이루어지는 만남의 축제이기도 해서 뜻이 깊다.

 

교장 선생님은 기력이 훨씬 쇠약해져서 잘 듣지 못하셨고,

연단에 홀로 오르내리지 못하시는 것은 팔순기념사은회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의식만은 또렷하셔서 오늘의 인사하는 자리에 대비해서 직접 원고를 작성하셨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연설은 여전히 아름다운 성자의 메시지를 전하고 계셨다.

살아오신 궤적을 좇아 동창회에서 준비한 복음시절의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 복음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귀한 자료였던 것 같고,

카페를 통해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봉운 김태한 교장선생님 구순 사은회의 몇 장면을 찍어보았다.

 

황재호 교수님의 말씀 장면, '만남'의 두 가지 의미에 대한 여운있는 말씀을 해 주셨다.

복음학교 운영 당시 황교수님은 네 분의 교감 선생님(황재호, 김문웅, 김종선, 이영?) 가운데 한 분이셨다.

다가가서 인사를 했더니 너무 오랜 세월 탓인지 기억을 잘 못하신다며 머쓱해 하셨다.

 

동창회장님의 부축을 받아 연단에 오르신 후, 감동넘치는 말씀을 하시는 교장 선생님, 과연 주인공이셨다.

 

  사랑스런 제자였던 29회 서순남, 김길성, 40대 후반의 나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둘을 만나는 순간 복음학교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장면이 생생히 떠올랐다.

투정 아닌 투정을 늘어놓으면서도 선생님들께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순남과 길성

수업 마치고 어두운 밤길 혹 다칠까 싶어 집에까지 바래다 주었던 추억도 있고,

강당 교실에서 개교기념 연극을 만들어 공연했던 추억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둘 다 목사님의 사모님이 되어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한동대 김윤규 교수님의 선물에 관한 설명 장면, 복음 동창회에서 교장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은 특별했다.

쓰레기더미 주변에서 살아야 하는 필리핀의 어느 가난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식수조차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거대한 정수기 4대를 기증하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뜻이 반영된 매우 의미있는 선물이기에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21회 김덕현 동문의 축시 낭독, 직접 쓴 긴 시는 교장 선생님에게 바치는 감동적 헌시였다.

김덕현 님은 한양대 법대 재학 시절 사법고시에 합격을 한 복음출신의 수재였다.

1980년 어느 수요일 강당(1학년 교실)에서 예배보는 날, 직접 초청해서

교장 선생님께서 이렇게 훌륭한 복음학교 졸업생이 있다면서 자랑삼아 소개했던 기억이 새롭다.

워낙 공부를 잘하고 뛰어나서 1학년에서 3학년으로 월반을 시켰다고.....

 

 

'저녁노을 서산에 깃드릴 때, 복되고 참된 종소리 울린다.

신앙과 봉사와 노력의 터전, 모여라 아름다운 복음의 동산'(교가 1절)

3절까지 있는 교가를 부르는 장면, 어찌 이 교가를 잊을 수 있으랴!

 

송창선 교수(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와 두 졸업생(순남, 길성)은 유난히 장난을 잘 쳤다.

말을 참 재미있게 하고 장난끼 넘쳤던 당시의 송창선 선생은 언젠가 우리 모과의 교수님이 되었다.

두 제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니 깜짝 놀라면서 놀라워했다. '복음학교 선생님들은 대단해요.'

한글학회 행사 참여차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끝가지 함께하지는 못했다.

 

많은 분들이 주변에 계셨지만 29회와 수업을 통해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교사, 학생은

이렇게 넷밖에 없었다. 아니, 김좌근 교수님도 당시 성경 과목을 가르치셨으니까 다섯?

그래서 더욱 반가운 우리였는지도 모른다.^^ 아, 옛날이여!!

 

제일 왼쪽과 제일 오른쪽은 자매지간이다. 너무 많이 닮았나?

김종수 선생님(10회)은 길성이의 초등 6학년때 담임이시다.

순남이와 길성이는 유난히 친했던 사이였는데, 이번 만남이 거의 20년만이라고 한다.

그렇게 가까운 친구를 만나게 한 것도 오늘의 모임이니 더욱 의미가 깊다.

 동생 김명희(31회)는 특히 옛날 모습 그대로다. 복현동에 산단다.

남편은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분인데, 119에서 일한다고 한다.

 

 

김윤규 교수님(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김정태 교수님(안동대 경영학과), 박관호(?) 선생님(고향이 원주?)

 

김윤규 교수님이 이 자리에 오셔서 하신 말씀은 청소년 자유학교 학생들 자랑이셨다.

이번 검정고시에서 응시한 학생 전원이 합격을 했다는 것,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으랴!

복음학교의 정신을 계승해서 12년 전부터 시작한 포항의 청소년 자유학교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안학교로서 자리매김했고, 매스컴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복음학교는 1987년 폐교를 했지만, 이 자유학교가 앞으로 제2의 복음학교로 우뚝 서지 않을까?

아무쪼록 교장선생님이신 김윤규 교수님(곡강교회 장로)께서 늘 웃음 잃지 않고 건강하게

그 자리를 잘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초창기 때 잠시 관계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를 아직도 '교감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영광스럽게도.^^

 

 

27회 졸업생들은 12명이나 참석했단다. 담임이셨던 김윤규 교수님은 그저 즐겁다.

제일 왼쪽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민경린 선생님이 담임하셨던 28회는 모두 네 명이 참석했다.

그래도 우리 29회보다는 많다. 빨간 옷의 귀요미 여인은 28회 김미화님인데 벌써 나이가 50이래! 세상에,

 

여기가 어딜까? 동촌유원지 금호강이 내려다 보이는 망우당공원 내 어느 지점, 

1980년인가 1981년인가 복음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백일장 행사를 했던 장소다.

그 때 우리 국어과에서 제목으로 준 것 가운데 '미루나무'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금호강 가에 미루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었던 것을 감안했을 것이다.

 

29회 졸업생 서순남과 김길성과 이렇게 오랜만에 어렵게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수는 없고, 차라도 한잔 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해야하지 않을까?

순남이는 시간 약속이 되어 있어서 불가능하단다. 길성이는? 시간을 낼 수 있단다.

김천으로 돌아가기 바쁜 순남이를 위해 곧바로 동대구역으로 태워다 주고

길성이와는 그간 살아온 이야기나 하자며 동촌의 망우당 공원을 찾았던 것이다.

 

금호강을 바라볼 수 있는 등나무 그늘 아래 앉아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일일이 이곳에 옮길 수는 없지만, 30년 만의 만남에 걸맞는 이야기를 했다.

이곳이 백일장을 했던 장소임을 상기시키니, 기억난다고 했고, 그 때 시를 하나 썼는데

국어선생님인 내가 불러서 그 쓴 시에 대하여 뭐라뭐라 평가를 해 줬다며 기억을 더듬는다.

수업 시간에 내가 해 주었던 이야기까지 기억을 하면서 다시 들려 주는데 그 기억력이 그저 놀랍다.

초임지에서 보내준 내 답장 편지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울컥했다.

재학 당시 나와 찍은 사진도 많이 있다고 한다. 지금 내게는 없는 사진이니 보고 싶다.

 

야외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은 모아서 그해의 '삼태성'에 틀림없이 실었을 것이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복음시절의 삼태성 편집이 인연이 되어서 정식 교사로 발령 받은 이후에도

학급 담임이 되면 영락없이 학년말에 학급문집을 만들어 왔고,

종업식 때, 선물삼아 아이들한테 한 권씩 나눠주었는데, 그것만큼 좋은 선물이 있을까?

그것도 따지고 보면 복음학교가 나에게 가르쳐 준, 소중한 그 어떤 것이다.

 

또 다른 약속이 있어 길성이와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울산 간절곶 가까이 산다고 했으니 그 곳에 혹 가까이 갈 일이 있으면 만나서

오늘 못 나눈 이야기를 또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아쉽지만 헤어졌다.

근데 동대구역 플랫포옴 안으로 들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이 왠지 허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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