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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야간자율학습 감독 중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2. 5. 2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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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들 야간자율학습 감독 중인데,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두 반을 번갈아 가면서 감독하고 있는데 상당수의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떠들고, 딴짓을 하고 있네요.

감독이 교실에 들어가면 조용히 공부하는 척 하다가
감독이 없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소곤대며 떠들어댑니다.
마치 원하지 않는 숨바꼭질의 술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갑자기 감독은 슬퍼집니다. 너무 이 상황이 고통스럽습니다.
그래 어디 마음대로 떠들어 보아라 이렇게 내버려두자니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고, 소리치고 을러대려니
그것 또한 교육적인 것 같지 않아 그저 교실 앞문에 서서
기막힌다는 듯이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조용해집니다.
조금 전은 너무 시끄러운 것 같아 큰 소리로 야단을 쳤어요.
마치 화가 잔뜩 난 것처럼 표정을 일그려서 말입니다.

일단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자꾸 들고

복도에 키다리책상 하나 꺼내어 노트북을 갖다 올려놓고

푸념삼아 이렇게 지금 순간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도 예외는 아닐테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저런 형태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있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요즘입니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이런 자율학습은 아예 안 하는 게 나을 겁니다.

학생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만 활용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잡혀있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매 시간, 매 순간이 얼마나 지루할까 싶기도 합니다.
시간도 잘 안 가고 있는지 누워서 아예 잠을 자 버립니다.
감독도 떠드는 것보다 자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그냥 놔 둡니다. 
1-10반의 학생 가운데 10여 명이 패잔병처럼 누워있습니다.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학생 모두를 이렇게 잡아두기만 하는 시스템의 문제지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으니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만

대부분 마지못해 앉아있다는 것을 부모님들도 아시고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수시로 학생들은 화장실 다녀오겠다하고 물 좀 마시고 오겠다면서 나갑니다.
움직이고 싶은 근질근질함을 그렇게 해소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웬만하면 아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 줍니다.

그것도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요.

 

아, 계속 서서 복도를 오가며 살펴야 하는 감독시간입니다.

그래도 저는 비담임이라서 비교적 마음의 여유가 더 있습니다만

담임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미안함이 앞섭니다.

저도 진로활동 시간에 왜 공부해야 하고 왜 꿈을 가져야 하는지

나 자신을 찾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면서 자극(충격)을 주고 있지만

그 때만 잠시 고개를 끄덕꺼릴 뿐, 돌아서면 다시 산만해지더라구요.

가끔은 몽둥이가 약이다 싶은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매를 대는 것은 폭력이고, 어떤 형태로든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말로써 설득을 해 보지만, 여지없이 뭉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악한 아이들은 그걸 아는지 불손한 언행을 서슴지 않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라 그러려니 하다가도 마음의 상처는 잘 아물지 않아요.

아, 슬픈 대한민국입니다. 학교에서 무려 13, 14시간을 보냅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그 대학이 뭔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나중에 어디든 입학할 수 있다고 믿고

오늘 저녁엔 이 지겨운 교실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를 고민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우리 선생님들은 장차 어떻게 지도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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