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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으로 시작하는 하루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2. 4. 2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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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새벽 6시만 해도 날이 훤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동네를 돌아보는 산책을 한다.

아파트 단지를 먼저 한 바퀴 돌면서

요즘 한창인 영산홍, 자산홍, 꽃잔디, 앵초 등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을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물이 오른 나무의 잎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배롱나무만이 아직도 그 잎을 틔우지 못하고 있을 뿐.

 

아파트를 빠져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벽진 이씨 종중묘를 돌아서 한 모퉁이를 접어 놓으니

한 아주머니가, 갈아놓은 좁은 땅에 씨를 뿌린 다음

맨손으로 흙을 덮고 정성스레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투리 땅을 이용한 소박한 농사지만 정성을 쏟는

여인의 손길이 가상해서 넌지시 말을 걸어 본다.

"무슨 씨를 뿌리셨는가요?"

"상추씨를 조금 뿌려 놓았어요. ㅎㅎㅎ 농사 지을 줄도 몰라여."

농사 지을 줄도 모른다며 겸연쩍어 하는 말투에서

아주머니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노동의 손길에서 겸손함을 배운다.

 

밤새도록 불이 켜 있었을 주인없는 오락실엔

똑같이 생긴 노란색의 오락기구가 가득 들어있다.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는지 오락기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그냥 들어와 즐겨보라는

무언의 호객행위가 붙빛처럼  쏟아져 나오는 곳 같다.

돈냄새 나는 e-마트가 보이는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니

작업복 차림의 5,60대의 어른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지나가는 나를 일제히 바라본다. 여인네도 한 분 끼어 앉아있는데

얼핏 내뱉는 말투가 걸쭉하고 투박해서 그 삶이 자못 궁금해진다.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으로 보아 오늘 하루의 일자리 탐색 중이다.

잠시 그곳에서 자그만 인력시장이 거기에 서 있던 것이다. 

노동력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곳으로 와서 데려가는....,

어디로 가든 일당이나 챙겨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근로자들이다.

삶의 형태가 다를 뿐, 우리들은 결국 가난한 서민들임에 틀림없다.

e-마트의 거대한 로고가 오만하게 우리를 비웃고 있는 듯하다.

'동네사람들, 희망의 끈을 놓지 맙시다. 좋은 세상 오겠지요.'

 

올해 처음 아침산책으로 시작하는 하루다. 

50분 정도 산책을 하고 나니 기분이 참 좋아진다.

앞으로는 하루의 시작을 아침 산책으로 바꿔야겠다.

동생은 어제 구미 함소아 한의원을 인수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고,

5월 첫날부터 정식으로 구미 함소아한의원에서 진료를 시작한다고 한다.

아무쪼록 잘 됐으면 좋겠고, 특유의 자상함으로 인술을 베풀길 바랄 뿐이다.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두 형제가 아버지 모시고 고향 충주를 찾아

문중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얼마 전 다듬어 놓은

유택에 잠시 들러 잔디와 나무의 성장 상태를 살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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