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모처럼 삼형제가 구미에서 모일 수 있었다.
막내 남동생(DMS 영업이사)이 구미에 볼일이 있어 내려왔다가,
최근 송정동에 있는 구미함소아한의원을 인수하여 새로 개업한
둘째형네 병원을 둘러본 다음, 광평동 맏형 집에서 하룻밤 유하기로 한 것이다.
명절 때가 아니면 삼형제 모두가 동시에 만나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
바로 어제가 모처럼의 삼형제 모임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날이다.
만나기로 약속한 밤 9시까지 나도 예정된 진로상담을 하느라 바빴다.
식사 이후 마지막으로 상담을 한 학생과는 뭔가 더 얘기할 것이 있었는데,
바쁜 상담교사의 사정 때문에 마무리를 해야 했으니 퍽 미안했다.
녀석도 내 사정을 아는지 '괜찮습니다, 선생님' 하며 웃음을 던진다.
'다음에 찾아오면 이야기 많이 들어주도록 할게.'
하루종일 내렸던 비는 밤에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여전하다.
5월 초에 개원을 해서 바삐 지내는 이원장은, 오늘 특별히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형제들이 찾아오기만을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동생의 요즘의 감회는 어떨까?'
90평이 넘는 넓은 병원에 혼자 앉아 불을 밝히고 있었다.
"형, 막내가 좀 늦어진다고 전화가 왔네요. 좀 기다려야겠어요."
"제일 막내가 형들을 기다리게 하다니, 이거 문제있구먼."
환자들 받느라 돌보지 않던 메마른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진료실 책꽂이 상태가 마음에 안 들던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우리 동생!
낯선 구미 땅에서 새롭게 의료사업을 시작한 소감은 어떨까?
월, 목요일은 오후 9시까지 진료를 한다고 하고
그날을 제외한 날은 6시 30분까지, 일요일은 휴진이란다.
네 명의 간호사들 도움을 받아 귀염둥이 어린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한의사로서 그 책임 또한 적지 않을 것인데......
이 원장은 대구 수성함소아, 서울 노원함소아, 마포함소아에서 직영원장으로 일을 하다가
프랜차이즈 구미함소아 한의원을 인수하면서 구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당분간 서울 사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고,
어렵게 시작한 구미함소아 한의원 인수였지만 그래도 요즘 동생은 희색만면이다.
그의 앞길에 환한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고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확신한다.
그간 동생의 올곧은 삶을 내가 지켜 봐 왔고, 피를 나눈 끈끈한 형제로서,
더욱 관심과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동생의 성공을 위하여 아리아리!!!
막내동생 이 이사는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야 내집으로 들어왔다.
예상보다 볼일이 너무 늦게 끝난 탓에 어쩔 수가 없었단다. 이해할 수밖에!
술을 좀 많이 마셨다고 하지만,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 괜찮다.
아들 서준이가 최근에 아파서 학교도 며칠 못 가고 고생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때는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고통스럽게 울어대던 아들을 지켜보는 동생 부부, 마음고생이 컸을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고비를 넘겨서 괜찮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마침 조카의 병을 잘 다스리는 의사를 잘 만나서 치료가 잘 되고 있단다.
'막내야, 서준이는 부모 고생 많이 시켰으니 나중에는 효자노릇 단단히 할 거다.
둘째 형이 조카의 약해진 건강을 챙겨주기로 했으니 괜찮을 거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내동생은 또 시름이 깊다.
회사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서 구조조정 중이란다.
1,200 명이 넘는 회사원을 600여 명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오죽할까 싶다.
데리고 있는 부서원들을 정리해고 해야 하는 입장이라 요즘이 최악의 상황이란다.
'도대체 회사 운영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상황을 우리 막내가 그걸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 조정이니 만큼, 이해 당사자들은 얼마나 괴로울까를 생각하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야. 정리해고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업장이 어디 한두 군데냐고.
여하튼 잘 마무리가 돼서 서로의 상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사장과 막내동생을 비롯해서 다섯 명이 마음모아 12년 전에 시작한 벤처기업 DMS,
그간 LCD 생산기술의 국산화 성공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고, 사원 1,200 명의 기업으로 발전했는데
'키코'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삼형제의 이야기는 새벽 1시까지 계속되다가 일단 멈췄다.
다음 기회에 만나서 할 이야기는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다.^^
특이 이 원장은 앞으로 술을 좀 줄여야겠다고 이야기 한다.
'당연하지, 근데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기라우.'
깊이 한숨 푹 자고 아침 일찍 잠이 깼다.
늦게 자나 일찍 자나 일어나는 시간은 늘 05:30 이다.
탁자 위에 놓인 빈 술병을 정리하고 음식찌꺼기 등을 말끔히 치웠다.
동생들이 자고 있는 서재의 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막내는 벌써 일어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밤새 안녕? 막내는 과음한 탓에 잠자리가 좀 불편했던 것 같고,
둘째는 정신없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는데, 인기척에 잠을 깼다.
나도 동생들 틈에 잠시 드러누워 세상 이야기를 좀 하다가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여유있게 먹고,
에디오피아 **산 볶은 커피를 삼형제가 번갈아가며 수동식 기계를 돌려서 잘게 갈아
아내의 익숙한 솜씨로 우려낸 격조넘치는 커피로 한참의 여유를 즐기다가.....
둘째가 오늘 아침 배달된 신문의 한겨레그림판(장봉군의 그림)에서 본 이야기를 꺼낸다.
요즘 언론 보도의 편향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시사만평인 것이다.
온통 통합진보당의 이야기로 도배를 해서 다른 보도는 실종되고 있는 풍자그림!!!
광우병, 정권비리, 방송3사의 파업에 대한 보도는 '어디갔어, 이거'
"어쩌다 우리가 명함도 못 내밀게 됐는지....."
미국의 미친소, MBC사장 김재철(무용가 ㅈ씨에 20억 지원), 정권비리가
창넓은 찻집의 소파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고,
유리창 너머로는 통합진보당의 피터지게 싸우는 내부분열 모습이다.
"어쩌다 우리가 명함도 못 내밀게 됐는지....." 투정을 한다.
삼형제는 우리집 방문기념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나왔다.
나와 이 원장은 적어도 9시까지 직장에 출근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또 하루의 일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게으를 수는 없는 법.^^
아파트를 배경으로 또 기념 사진 한 장 남기고.....
막내는 엊저녁에 들르지 못한 병원에 오늘 아침 들러서
이곳저곳을 시찰한 다음 서울로 올라가서 오후에 회사에 출근하면 된단다.
"그래, 조심해서 올라가라. 제수씨한테 안부 잘 전하고"
"형님도 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셔야 돼요."/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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