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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운봉-주천 구간)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10. 9.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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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오전 10시 50분부터 운봉읍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시작한

지리산 둘레길 탐사 6구간(운봉-주천, 14.3키로)

운봉에 있는 모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이른 식사를 먼저 했다.

대여섯 시간을 걸으려면 일단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했다.

 

둘레길 걷기를 시작하면서 찍은 첫 사진, 오전 11시 30분!!!

가을 하늘은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가 보다. 보라, 저 하늘빛을.

우리를 안내하는 길 또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14.3킬로미터!!!

 

 

둘레길의 초입은 좀 돌아가더라도 각종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으로 안내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들렀다 가라는 메시지가 강렬하지만 난 그냥 보면서 지나치고 말았다.

경주의 경상북도 임업시험장에서 보았던 것과 겹친다는 느낌이 강해서이다.

  

주천 방향으로 가다가 만난 첫마을,

행정마을의 길가에는 둘레길 탐사객들을 의식했음인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배추, 포도, 오이, 케일, 상추 등의 모습인데 해발 500미터가 넘는 운봉의 고냉지 특산물이 아닐까 한다.

 

뒤로 보이는 행정(杏亭)마을 서어나무숲은 '춘향뎐'의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숲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서어나무숲이 말하길, '내가 몽룡이와 춘향이를 엮어준 주인공일세.'

 

운봉에서 2.4키로 떨어진 가장마을의 쉼터에 와서야 처음 쉬었다. 

사람들이 많이 쉬어가는 곳이라 쓰레기가 주변에 많이 쌓여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의 청결상태가 엉망이라서 주민들의 불만이 많을 것 같다.

탐사객들의 양심에 호소를 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가장마을의 하늘 위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 더없이 감동적이다.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둘레길가에, 정자가 있는 쉼터가 하나 있는데 무인판매대가 보였다.

판매대 옆에는 80대 노인 한 분이 이틀 전부터 부침개 장사를 하고 계신데, 연신 주문 받느라 바빴다.

나도 막걸리 한 병, 부침개 하나(3,000원)를 시켜놓고 소나무 그늘 아래서 갈증을 잠시 풀었다.

 

 가장마을에서 약간 높은 곳에 오르면 1957년에 조성된 덕산저수지가 있다. 운봉에서 제일 큰 저수지다.

 

구름낀 쪽빛 하늘, 산, 저수지, 누렇게 익은 벼, 미소띤 여인, 모두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자연을 즐기는 모습도 다 다른가 보다.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은 그의 식구들과 어울리며 소리내어 웃고, 

둘레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은 잠자리의 한적한 날갯짓에, 귀뚜라미의 낮울음소리에 또 웃음짓는다,

그렇게 삶을 즐기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경험하고 있으니 이 또한 큰 행복이 아닐까 한다.

 

 노치마을로 가는 길, 가을걷이가 끝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논들은 아직 벼이삭이 덜 영글었다.

한가위를 전후한 시기에 내린 전국적인 비로 인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누워있는 벼들이 많이 보여 안타까웠다.

결실을 앞둔 농부들의 아픈 마음을 생각하면,

우리의 답사 행위 자체가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아 송구스럽다.

  

 

노치마을은 운봉읍과 주천면의 경계선에 있다.

경찰의 관할구역이 바뀌었다는 홍보물이 경계선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백두대간이 수정봉(804미터) 아래 노치마을에서 몸을 눕힌 셈이고, 

들판처럼 보이는 곳이지만 마을 높이가 해발 550미터다.

조선시대 초에 경주 정씨가 터를 잡으면서 생겨났는데,

한국전쟁 때 마을이 완전히 불타버린 적도 있단다.

 

노치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다리쉽을 잠시 하고, 출발하기에 앞서 수정봉 방향을 향해 한 장면 찍었다.

 

회덕마을의 유명한 억새집(전북민속자료 35호) 전경이다. 여기까지 왔을 때,

둘레길 6구간의 딱 중간 지점에 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운봉의 고냉지 특산물, 상추 재배 장면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회덕마을의 명물, 억새집(새집, 늪새집이라고도 불림)의 입구, 코스모스 하늘하늘 정답다.

어떤 영화인지는 몰라도 여기를 배경으로 영화도 찍었다고 한다.

주인이 살아있을 때 부엌문에 기록삼아 써 놓은 노인의 글씨가 그걸 증명했다.

 

 

서늘한 고원분지인 운봉에서 지천에 널린 억새를 재료로 지붕을 이었는데

여름에는 비가 많고 겨울에는 눈이 많은 운봉고원에 적응한 건축문화인 것이다.

한국전쟁 때 불타서 1951년에 다시 복구한 집인데 주인은 세상을 떠나 빈집이다.

사람이 살지 않아도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집이다.

 

회덕마을까지는 완만한 평지에 가까웠다면 이 개울의 징검다리를 지나면 구등치로 오르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주천까지는 이제 6킬로미터 정도 남았고, 경사진 곳을 제법 오르내려야 하니 긴장을 해야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물놀이를 하고 있는 소녀, 함께 있던 소년은 징검다리 위에 서서

장난끼 섞인 사진의 돌팔매를 던져 보았는데, 물속에다 손사래를 치며 그저 즐겁게 웃는다.

'소나기'란 소설 속의 소녀는 이미 아닌가 보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약간 높은 지점에 올라 회덕마을을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준비해 간 물 한잔을 마셨고, 초코렛 하나를 꺼내 먹으면서 쌓이기 시작한 피로를 풀었다.

 

 

 

 운봉- 주천 구간의 가장 높은 지점 구룡치(구등치)에 도달, 모처럼 둘만의 기념 사진을 남겼다.

용 아홉 마리가 구슬 하나를 놓고 희롱을 했다고 해서 구룡치, 다시 이름이 변해서 구등치라고 한단다.

이 고개를 지나면서 경사가 급해지는데, 한참을 내려가면 또 가파른 재인 안솔치가 나와서

그냥 똥을 싸버린다고 '똥고개'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재밌는 이름이다.

아닌게 아니라, 속이 안 좋은 사람은 이 고개 어드메쯤에서는 볼일을 봐야 하제?

 

 

 

 구등치에서 안솔치까지 오는 데는 급경사를 조심스레 내려왔다가 급경사를 잠시 올라야 하는 구간이 있다.

아내는 힘이 들었던지 잠시 숨을 고르고 고관절이 아프다며 잠시 앉아 쉬고 있다. 그래도 씩씩하다.

작년의 장항-금계 10키로 구간을 끝까지 걷지를 못한 것에 비하면 올해는 매우 양호하다.

 

 

 저 멀리 남원시가 보인다. 안솔치[內松] 주변의 소나무 숲이 땅이름에 걸맞게 인상적이다.

 

 아, 하늘빛!!!!!! 쭉쭉 뻗은 소나무, 그리고 잔잔한 구름의 조화!!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나 보다. 내송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연산 거름(퇴비)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 풀을 베어 저렇게 모아놓은 것이리라.

 

 저 하늘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미치도록 아름다운데......

 

 

 

 주천면 소재지까지 14.3킬로미터을 답파하고, 그 기념으로 

답사 내내 기쁨을 주었던 하늘을 배경으로 코스모스의 예쁜 얼굴을 담았다.

 

어느 구간을 걷든간에 지리산 둘레길은 감동의 연속임을 알겠다.

오래 걷다보면 다소 지치기도 할테지만, 그것이 오히려 즐거운 것은

옛날 어르신네들이 장터를 오가면서 일상으로 걸어야 했던 길이 아닌

주변의 자연을 만끽해 보기 위해 일부러 걷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고,

천천히 걸으며 보고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숨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둘레길을 또 다시 찾아 걸어볼 때는 또 언제인가?

벌써 또 기다려진다.

11월 말쯤 다시 한번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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