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국어과 총동창회, 많은 선후배님들과 조우,
세 분 교수님(이주형, 이상태, 서종문)의 정년퇴임을 축하하고
이 교육감의 취임을 환영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주로 교장, 교감이나 전문직에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나는 그것 별로 의식하지 않고 동기회장의 자격으로 참여했는데
평교사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 동기들만 하더라도 9명 가운데,
평교사는 저뿐이었습니다. 벌써 세월이.....
후배들도 많이 만나 참 반가웠는데,
특히 야학 후배인 서상호 선생과의 만남은
귀가할 때까지, 아니 그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구미에 돌아와서 집근처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생탁 두 병을 먼저 하고, 다시 네 병의 막걸리를 사서
우리집으로 돌아와 새벽 두 시까지 마셨지요.
후배의 텁텁함이 마냥 좋아서 오랜만의 이야기는
아무리 길어져도 즐거웠고, 강물처럼 계속 이어졌습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저녁식사는 밥이 아니라 막걸리였다고 할 때
한동안 벌어진 입은 쉽게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후배님의 술 사랑은 수주 변영로 선생 이상이지요?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는 이 시대의 기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양말도 신지 않고 늘 고무신이요, 문명의 이기를 거부합니다.
휴대폰과 자가용을 끝내 거부하는 삶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얼굴 한번 제대로 보려면 그의 단골술집을 찾아가거나
버섯 채취를 하러 산에 가는 길에 동행해야 하지요.
어느새 산사람이 되어있는, 교사 서상호!!!!
아내는 예약해 둔 기차 시간에 맞춰
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새벽 1시 반 경에야 돌아왔는데,
차를 많이 타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더군요.
동행했던 대학시절의 절친 손선생님과 함께 귀가했는데,
30분 정도 함께 이야기하다가 여인네들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우리 남정네들도 못다한 이야기 나누며 잠시 더 있다가
다음날을 생각해서, 여인들을 배려해서 잠을 청했습니다.
손선생님은 서선생님과 함께 상주의 모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고,
우리 친구 정선생님(점촌고, 역사)의 아내입니다.
다음 날 아침, 두 상주사람들을 전송하고
아내와 나는 예정대로 대관령 삼양목장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북단양까지, 거기에서 영월, 정선,
정선에서 오대천을 따라 다시 진부라는 곳까지 이어지는
59번 국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가 아닌가 합니다.
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달려본 코스지만 다시 찾고 싶었는데,
올해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하니 그저 좋기만 합니다.
작년엔 35년지기인 친구 유선생과 함께한 답사길이었는데,
너무 맘에 들어서 똑같은 코스를 아내와 함께 또 오게 된 겁니다.
아내는 작년 내 얘기를 듣고 그 좋은 코스에 왜 데려가지 않았냐며
투정을 부렸던 바, 올해는 수업이 없는 이틀간의 시간을 이용,
이렇게 잠시 짬을 낼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횡계면소재지에서 늦은 점심(15:30)을 막국수로 해결,
삼양목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경쯤 되었습니다.
농장 안의 주차장엔 차들이 빼꼭할 정도로 방문객이 많더군요.
입장료 7,000원씩을 주고 아내와 나는 잠시 걸어가서
대기 중인 셔틀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친구와 연인들 또는 가족들이 짝을 이루어
다들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연인은 남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듯,
서로 더듬고 입맞추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렇게 좋은가?'
'장성한 우리 자식들도 애인을 만나면 저렇게 할까?'
셔틀버스는 광장에서 동해전망대(1142미터)까지
4길로미터를 논스톱으로 20분간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네 군데의 정류장에 하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망대에서 다시 광장까지 걸어내려오면 약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는데
내리막길이고 해서 그 정도 쯤이야 남녀노소 누구든 어렵지 않을 듯 합니다.
목장측에서 배포한 팜플렛을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목책로 1구간 '바람의 언덕' 거리 550미터, 소요시간 7분
끝없이 펼쳐진 초지 위를 바람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근심과 시름은 어느새 맑은 하늘이 되어 버립니다.
하늘 아래 첫길을 따라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세요.
목책로 2구간 '숲속의 여유' 거리 930미터, 소요시간 18분
울창한 나무, 야생화, 산새들과 풀벌레의 지저귐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대자연의 하모니를 감상하세요.
자연과 하나되는 감동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목책로 3구간 '사랑의 기억' 거리 650미터, 소요시간 10분
연애소설, 베토벤 바이러스 등 수많은 장면의 연출이 여러분에게 이어집니다.
소중한 분들과의 기억을 여러분 마음 속에 담아가세요.
목책로 4구간 '초원의 산책' 거리 1,470미터, 소요시간 28분
드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양떼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목가적인 풍경의 풀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목책로 5구간 '마음의 휴식' 거리 900미터, 소요시간 17분
수 백년 된 노송과 주목, 희귀한 야생화 등을 감상하시며 평온한 휴식을 취하세요.
일상 생활속으로의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우리 내외는 목책로 1구간부터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무려 52개나 곳곳에 세워져 있어서
대관령을 타고 넘는 바람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났습니다.
자연 속의 인공물이라 보기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푸른 초원 위에 우뚝 솟은 날개달린 하얀 발전기는 장관이었습니다.
남는 것은 사진이라는 생각에 틈나는 대로
아내의 모습이나 자연풍광을 사진기에 주로 담았습니다.
길가의 야생화도 놓치지 않고 사진기를 들이댔습니다.
물봉선, 마타리꽃, 고들빼기, 개망초, 노루오줌, 개미취, 쑥부쟁이
여뀌, 산오리풀, 질경이, 자작나무, 박달나무, 신갈나무 등
못생긴 나의 모습은 사진을 찍어도 영 폼이 안 나더군요.
자연풍광, 꽃, 나무 등은 찍고 또 찍어도 보기 좋습니다.
5코스까지 내려오는데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시간이 걸린 만큼 마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굽이 있는 신을 신은 탓인지,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거의 내려왔을 때는 고통을 호소하면서 눈물까지 보였으니까요.
그 눈물 속엔 나에 대한 섭섭함도 묻어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내가 짜증을 냈다거나,
분위기 좋은 곳에서조차 나의 급한 성질을 숨기지 못했으니까요.
목장을 빠져나와 오대산 입구 서울식당에서
황태구이 정식을 시켜서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를 찾았습니다.
캘리포니아 모텔 307호, 마침 인터넷 시설이 되어 있어서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까지 가 볼 작정입니다.
월정사 입구의 그 전나무 숲길을 다시 걷고 싶다던
아내의 소원을 풀어주고 나도 절집의 분위기에 함초롬히 취해 보렵니다.
방한암 선사의 발자취를 상원사에서 또 한번 새겨보고
수행자로 산다는 것을 화두로 삼아,
내 삶을 조명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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