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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내외와 나은이를 만난 날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25. 3. 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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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며느리가 손녀 나은이를 데리고 대구 어른댁을 찾았다. 지난 3월 8일 방문하기로 했다가 여의찮아서 엊저녁에 와서 하룻밤 자고 오늘 아침 안동으로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서 결국 오늘 점심을 4대가 어른댁에 모여서 함께 먹는 것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아들의 직업은 소방관이라서 명절에도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비상근무를 많이 해서 원하는 날짜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최근 며칠간 의성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서 밤낮없이 근무를 해야 해서 힘이 좀 들었단다.

오늘은 지난 설날 가족모임에 참여하지 못한 죄송함, 아쉬움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어른들을 찾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먼길을 달려온 아들 내외의 마음이 고마웠다. 소고기의 여러 부위를 정성껏 포장한 보자기 박스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두 내외가 어른들께 늦은 세배를 드렸다. 멋모르는 나은이도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한다. 박봉의 월급일 텐데 할아버지, 할머니께 용돈 봉투를 건네고 애비에게도 용돈을 챙겨주었다. '고마워. 잘 쓸게.'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 괜찮았다.

손녀 나은이는 할배를 자주 보지 못하다보니 아직도 낯을 가린다. '얼마쯤 더 기다려야 할배한테 안길 거야?' 물으면 얼굴은 아빠의 가슴에 파묻고 손가락 다섯 개를 모두 편다. 5분은 기다려야 할배한테 갈 거라는 뜻이란다. 녀석은 그 동안 날씬해 보일 정도로 키도 많이 컸고, 몸무게도 14킬로그램으로 늘었다.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말도 잘한다. 올 6월 10일이면 세 돌을 맞는데 며느리는 둘째 아이를 가진 상태라고 한다. 9월 말쯤 해산을 하는데, 태명을 축복이라고 지었단다.

 

아들이 사온 소고기(살치살이라 했던 것으로 기억함)를 구워서 맛있게 먹고 아파트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망우당공원 옆 카페(커피스미스)에 들러서 차를 한 잔씩 하면서 손녀의 꼬무락꼬무락,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유난히 핑크색을 좋아하는 손녀 나은이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귀엽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녀석을 보더니 인형 같이 생겼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녀석은 애비와 에미의 모습을 반반씩 닮아 있다.

 

증조할머니의 환한 웃음도 오늘따라 유난히 곱고 멋있다. 상주의 오리구이 식당에서 손부를 처음 만날 때부터 저렇게 좋아하시더니 세월이 잠시 흘러 증손녀를 보는 마음도 똑같이 좋기만 하다. 연세가 들어가면서 점점 멋이 있어 보이는 우리 어머니, 오래오래 사셔요.

 

아들 내외와 손녀를 안동으로 보내고 나는 열호재로 돌아왔다. 화단엔 수선화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눈에 아른거리는 손녀의 모습이 저 꽃 안에 아른거리는 느낌이다.

 

할미꽃도 꽃밭에 피었는데 이틀 전에 처음 봤을 때보다 키가 조금 더 컸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고와지는 우리 어머니의 얼굴 모습 같다고 표현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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