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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전지 첫날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25. 1. 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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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호재 주변에는 그래도 몇 그루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오래된 것은 10년도 넘었다. 감나무, 느티나무, 엄나무 등 내가 직접 심은 나무가 있고 아버지께서 이곳에 3,4년 정도 생활하실 때 심어 놓은 소나무들도 제법 자랐다. 특히 고향에서 개복숭아 씨를 갖고 와 마당가에 심어 자란 나무들이 이젠 키도 크고 제법 굵기를 자랑한다.
소나무는 햇빛을 좋아하는데 그 바로 옆에 자라고 있는 개복숭아 때문에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고민하다가 햇빛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개복숭아 일부를 잘라내기로 했다. 자르고 나니 보기에 시원하기는 한데 크게 부상당한 모습이라 보기에 좀 흉하다. 봄이 되면 밝고 화사한 꽃선물을 안겨주던 나무인데 오늘 몸의 반쪽을 베어내니 섭섭하다. 미안하다. 시선을 돌려 옆 소나무의 무성한 솔순을 잘라내기로 한다. 본격적인 소나무 전지 작업이다. 마당가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수는 11그루라서 모두 끝내려면 1주일 가량은 작업을 해야 하리라. 오늘이 그 첫날이다.
 

예쁘게 자라고 있는 주목 옆에 있는 나무도 마찬가지다 싶어 눈물을 머금고 베어버렸다. 
 

전지 작업을 끝내고 방안으로 들어와 쉬고 있는데, 윗집 김형네 강아지 토리(오른쪽)가 상태씨네 개(왼쪽, 이름은 모름)를 데리고 와서 우리 마당에 와서 놀고 있다. 불러도 오려 하지 않는다. 친구가 좋아 놀고 있는데 왜 방해하느냐는 듯한 반응이라 재미있다. 김형의 말에 의하면 자주 집에 놀러오는 상태씨네 개인데 토리의 사료를 툭하면 다 뺏어먹는다고 한다. 개들은 본능상 먹는 것 갖고 흔히들 으르렁대면서 뺏기지 않으려 하는데 토리는 친구의 식사 장면을 그냥 보고만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마음착한 김형을 꼭 닮았나 보다.  

 

날이 저물고 된장찌개 끓여서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 아내가 사온 아이스와인 한 병을 마시면서 늦게나마 신년교례회(?)를 시작했다.

"올해도 건강 관리 잘해서 아프지 말고 몸 다치지 않도록 해요."

아내가 내게 들려주는 말이다. 나 또한

"사랑해,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또 잘 보내자우."

이렇게 따스한 말이 오고 가는 푼푼한 저녁이다.
잠시 후 아내는 티비를 켜더니 넷플릭스의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시리즈를 보기 시작한다. 지난주에 이은 시청이다. 나도 덩달아 함께 보다 보니 계속 보게 된다. 재미있어서 연속 3회(6,7,8화)를 지금 현재까지 보고 있다. 20화까지 있으니 다 보려면 아직 멀었다. 내 나이 서른 살 때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그 당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친구와 이웃간에 오갈 수 있는 감정의 교류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어서 다시 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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