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대장봉 정상에서 보는 일출 장면을 담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대장봉 등정을 포기할 수는 없고 늦게나마 막내동생과 함께 등정을 시작했다. 해발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효주와 어머니도 오르고 싶어 했으나 최소한의 등산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자제해야 했다.
해가 더 떠오르기 전에 선유도 망주봉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모습이라도 먼저 찍어 두어야 했다.
몇년 전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 묵었던 <그 섬에 가고 싶다> 펜션, 대장봉 초입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대장봉 정상, 해발 142미터다. 해풍을 온몸에 맞으면서 저렇게 자란 소나무가 대견스럽다.
아침 식사는 숙소 바로 아래 있는 할매바위 식당에서 바지락죽과 황태국을 각각 2인분씩 주문해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어머니는 바지락죽을 맛있게 드셨는데 보기 좋았다. 나는 황태국으로!
장자도는 또 호떡이 유명하단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누군가 그렇게 홍보를 잘 했던가 보다. 먹어 주는 게 예의다.^^
군산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공공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바로 곁의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카페의 분위기가 깔끔하고 좋아서 한참 머무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추억 사진도 많이 남겼다. 잠시 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들러서 과거로 가는 여행을 해 보려고 한다. 어머니는 그 옛날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많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마구마구 쏟아놓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또 처음 듣는 것처럼 귀를 세우고 들어줘야 한다. '어머니, 요즘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면서 겪게되는 주변의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셔요.'
'얘야, 나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 줘' 하시면서 아들한테 특별히 요구했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면서 옛날을 추억하셨음에 틀림없다.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최근의 이야기까지 수백 번을 이야기하고도 틈만 나면 또 얘기를 똑같이 하시는 우리 어머니, 그래도 곱게 늙으셨다.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워낙 깊으셔서 그런지 자식에 대한 고마움만 생각하시고 섭섭함은 좀처럼 얘기하지 않으신다. 지금껏 자식들을 힘들게 한 적도 거의 없으시다. 다만 고집이 세서 당신께서 믿고 있는 무격신앙만큼은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툭하면 무당을 찾아가서 묻기 바쁘고 무당이 권하는 것 만큼은 무조건 행동에 옮기다 보니......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도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다. 온갖 설득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얼마 전 막내아들이 용돈 쓰라고 준 돈 50만원도 또 그렇게 썼다고 고백하셨고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심하다 싶어서 설득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실패다. 수수께끼 같은 현실이라서 낭패감에 머리를 흔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군산에서 유명한 것이 짬뽕이라고 해서 근대역사문화박물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식당을 찾다 보니 첫눈에 들어온 곳이 있어서 해결하기로 했다. 짜장면 2인분, 짬뽕 2인분을 주문해서 각각 맛보았다.
감자만두도 하나 주문해서 먹었는데 식감이 아주 좋았다. 네 식구가 조금씩 나누어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 음식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충북 영동에 위치한 옥계폭포에 들르기로 했다. 개성 송악산 기슭에 있는 박연폭포를 연상시킬 정도로 박연 선생과 깊은 관련이 있고, 폭포의 외양도 그것과 거의 비슷해서 시인 묵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폭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나는 서너 번 찾아온 적이 있으나 어머니와 동생 둘은 처음이다. 가물어서 물의 양이 거의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1박 2일의 군산 선유도, 장자도 일대 여행을 마치고 오후 6시경 대구로 돌아왔다. 한결 아빠의 오피스텔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김서방도 불러서 함께 식사하고 술도 몇 잔 나누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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