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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서울 나들이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4. 2. 2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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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사는 동생 효주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10시에 친구 병국이랑 만나기로 한 서울역으로 향했다. 구로역까지는 동생이 태워주었고, 거기서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내렸다. 시간이 다 되어 친구에게 전화를 거니 조금 뒤에 도착할 것이라는 것과 놀랄만한 일이 역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잘 살펴보라고 했다. 놀랄만한 일? ‘아무것도 없는데.....’ 잠시 뒤에 안 사실이지만 동기인 희륜씨가 내 옆에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해 줄 것이라는 것임을 알았다. 친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두 친구의 계획이 실패로 끝났지만 대학시절 같은 과 친구인 병국, 희륜, 나는 그렇게 만났다. 예기치 않게 희륜씨까지 옆에 와 있으니 그저 반갑고 좋았다. 서울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서 금상첨화다.
 

경복궁 안, 눈 위를 걷는 즐거움이 크다. 날씨는 약간 쌀쌀한 정도다. 희륜씨는 경복궁 옆에 있는 테라로싸 카페로 가자고 한다. 강릉의 유명한 카페인 테라로싸, 그 분점이라 볼 수 있는데 분위기가 아주 좋으니 그리로 가자고 했다.
 

테라로싸 카페 내부, 그 넓음과 특이한 인테리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희륜씨가 또 앞장을 선다. 이제 식사를 하러 가잔다. 경복궁 주변에 있는 맛집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만정'이라는 곳!
 

식당 주인이 찍어 준 사진인데, 참으로 멋지다. 우리 세 명의 모습도 보기 좋지만 창너머 나무에 달라붙은 눈도 참 정겹다.
 

청와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병국이가 미리 예약을 해 놓아서 적당한 시간에 입장하면 되었다. 현 정부가 이곳을 팽개치고 용산으로 가버린 뒤,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나 뭔가 찜찜한 마음이다.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였던 이 청와대는 최고의 보안 검색으로 안전지대 그 자체였을 텐데, 왜 이곳을 버리고 용산을 고집했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신통방통하다는 천*의 코치를 받아서 그랬다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권력자의 어리석음을 느껴야 하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민심과 동떨어진 판단으로 일방적으로 국민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던 그 뻔뻔함을 무엇으로 징치하랴. 
 

사진작가인 희륜씨는 틈틈이 사진을 찍는다. 같은 사물이라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 사진인지라 나는 희륜씨의 사진 세계에 호기심이 많다. 나 또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을 부정하지 못한다. 
 

경복궁의 북문 신무문이다. 경복궁에서 신무문을 지나면 곧 청와대 정문으로 연결된다.
 

희륜씨는 박노해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카페로 또 안내해 줘서 한참동안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다. 희륜씨는 서울에 위친한 문화공간을 다 섭렵하지 않았을까 싶다. 곳곳의 유명 장소를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시골 사는 나도 안복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 고마워유, 희륜씨.
 

희륜씨는 이곳으로 들어서기 전, 광화문역 부근에서 헤어졌다. 막걸리를 한 잔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학 시절 경북대 친구들 하숙집 주변을 오가면서 함께 술 마시던 장면이 떠올라 희죽 웃었다.
 

병국이와 나, 서촌의 어느 골목집 식당에서 불콰하게 취했다. 병국이는 내일 아침 일찍 세 가족 부부끼리 충남 안면, 보령 쪽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시골에서 올라온 친구를 위해서 10시간 이상 함께하면서 옛 우정을 나눴다. 그와 나는 대학 재학 시절, 야학 교사로서 동고동락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었지만 잘 견뎌냈고 서로 도우면서 특별한 인연을 유지해 왔던 친구 사이다. 경북의 시골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다가 가정사정 상 경기도교육청으로 도간 교류가 되어 경기도와 인연을 맺은 뒤, 언제부턴가 교육전문직에 몸 담게 되면서 우리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 하나만큼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용인의 K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친구는 요즘도 교육컨설턴트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한두 명이 아님을 증명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서울에서 보낸 마지막 날, 오전에 동생 효주와 함께 강서구 마곡동로 161에 위치한 서울 식물원을 찾았다. 세계 12도시 식물과 식물문화를 소개하고 도시의 생태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에 남은 마지막 개발지 마곡에 조성되었다. 면적은 축구장 70개의 크기에 달하고 식물원은 열린 숲과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 4가지 공간으로 나뉜다고 한다. 시간 관계상 일부만 둘러보고 돌아올 수밖에 없던 아쉬움이 남는다.
 

"오빠, 추어탕 좋아해?"
"응, 좋아하지."
"그러면 내가 잘 가는 추어탕집으로 가자."
"좋아.^^ "
경기도 부천에 있는 유명한 '추오정 남원추어탕' 식당이란다. 부천 땅을 밟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긴 하지만 허기를 채워준 동생 효주의  배려가 고마웠고 여행의 폭을 조금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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