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빠리 여행 여덟째 날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3. 8. 13. 15:37

본문

귀국하는 날이다. 일찍 잠이 깨었다. 일어나 앉아 그간 스마트 폰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그간의 여정을 정리해 보았다. 7일 동안 빠리와 그 근교에 머물면서 보았던 것이 시간적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어서 좋다. 제법 괜찮은 사진들이 많이 있어서 흐뭇하다. 그러나 사진이 너무 많아 산만하기는 하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피사체가 주변에 너무 많이 있으니 많이 찍을 수밖에.
 
엊저녁 잠들기 전에 짐은 다 싸 놓았기 때문에 아내가 기상하면 간단히 씻고 곧장 숙소를 나가면 된다. 아침 식사는 빵집에 들러서 바케트와 크로아상을 사 먹고 커피를 내려서 마실 예정이다.
7일간 정들었던 호텔 방을 정리하고 호텔 카운터에 앉은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숙소를 나섰다. 7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아내는 빵을 사러 갔고, 아내의 짐까지 챙겨서 버스정류장까지 천천히 걸었다. 숙소를 나와 공항으로 가기 위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오페라 가르니에 옆에 위치한 루하시 버스 전용 정류장으로 가야 하는데 걷기에는 조금 멀어서 버스를 이용해서 가기로 했다.

위의 번호는 구역의 번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1구역과 2구역의 경계선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구역부터 20구역까지 시계방향으로 구역이 점차 정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빠리의 주요 볼거리는 센강을 따라 가면서 좌우 500미터 이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우리들이 자주 오간 거리를 사진에 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형태, 가로등, 횡단보도, 인도와 차도 등 우리 나라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진일 것 같아서 좋다.
 

오페라 가르니에 옆, 루하시 버스 전용 정류장이다. 공항으로 가기 위한 줄이 제법 길다. 그러나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버스 기사는 손님들 한분 한분을  챙기느라 몹시 바빴는데, 모두는 그분의 친절함과 성실함을 기억할 것이다.
 

샤골 드골 공항을 떠나 인천 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의 이륙 순간을 포착했다.  
 

금방 하늘로 오르더니 건물과 도로들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빠리 시내를 한 바퀴 돌다가 고도를 높여서 날기 시작한다.
 

13시간 정도의 비행 시간 동안 기내식은 두 번 제공된다. 첫 기내식은 풍성하다. 와인도 원하는 대로 마실 수 있다. 마지막 기내식은 도착하기 1시간 전에 간단한 음식으로 제공된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비행기의 꼬리 부근 제일 끝이다. 둘이만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일부러 선택해서 앉았는데, 사정상 승무원이 내 옆 자리에 앉게 돼서 아내와는 떨어져 앉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예쁜 승무원으로부터 많은 친절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 예쁜 승무원은 누구? 한 달 전에 프랑스 항공사 통역직원으로 채용되었는데, 얼마나 싹싹하고 친절한지 그저 흐뭇했다. 내가 궁금해서 묻는 말에 기대 이상의 답을 해 줘서 좋았다. 수시로 자리를 비우고 객석 사이를 오가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나는 비교적 널찍한 공간을 사용한 셈이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아내와 대화도 할 수 있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카스피해 위를 지나가기 직전의 지형 모습,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여객기 내부의 모습을 잠시 찍어 보았다.
 

구름 위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서 비행기를 탄 김에 여러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저 위를 거닐어 볼 수 있는 기술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곧 저 구름아래로 착륙하게 될 공항에서 보게 되는 지금 이 시각의 하늘을 어떨까?

인천공항에 내려 구미로 내려가는 리무진 버스를 예약했다. 구내식당에 들러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도 버스 출발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공항 한 켠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관광 성수기도 이제 끝나가는지 공항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듯하다. 아니면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다수 국민들의 팍팍한 현실 반영은 아닐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을 보면서 지낸 일주일의 여행을 몇 줄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사실, 빠리가 관광객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잠시 가서 둘러보면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을 가도 또 볼 게 있어서 자꾸만 가게 되고 자꾸 가다 보니까 애착이 생기고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빠리는 그런 매력을 가진 도시라고 보면 될까? 내 아내가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아내는 일곱 번째 빠리를 갔는데도 아직 한 번은 더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 정도로 그간 빠리 여행만을 고집하고 심취되어 있었다. 센강 주변의 볼거리와 그 강을 중심으로 한 역사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고, 빠리를 거쳐간 예술인들의 예술적 업적을 잘 관리하고 보관하고 있어서 봐도 봐도 또 볼 게 있어서 자꾸만 가고 싶단다. 힐링의 장소로서도 빠리만한 곳이 없다는 아내의 생각을 나는 존중해 왔다.
나는 차라리 두세 번 같은 곳을 가기보다는 미지의 새로운 곳 여행을 더 좋아한다. 그간 아내와 틈나는 대로 국내 국외 여행을 함께 많이 다녔던 터라 언제부터인가 부부만의 여행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아내는 아내대로의 여행을 나는 나대로의 여행을 다니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부부라도 다름을 인정해야 하니까.
이번의 빠리 여행은 부부가 모처럼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록 거금을 소매치기 당한 아픔이 있지만 그것도 부부라는 인연의 끈을 더욱 단단히 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설프게 넋놓고 있다가 당하게 되는 고통을 다시 받지 않으려면 정신차림이 우리에겐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빠리가 그리워질 때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분간 나만의 공간 열호재에서 그간의 지친 다리를 쉬게 하리라. 그간 돌보지 않은 열호재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정신적 휴식도 필요할 테니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또 누군가 어딘가 떠나자고 유혹한다면 며칠간 고민해 보다가 함께 떠날 가능성이 많다. 나의 역마살을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산의 선유도, 장자도 일대 여행 1  (0) 2024.06.18
친구들과 서울 나들이  (0) 2024.02.22
빠리 여행 여섯째 날  (0) 2023.08.12
빠리 여행 넷째날  (0) 2023.08.10
빠리 여행 셋째날  (0) 2023.08.0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