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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선유도, 장자도 일대 여행 1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4. 6.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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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모시고 3남매가 함께하는 여행하는 첫날이다. 아버지께서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네 명은 여행의 목적지인 군산 선유도, 장자도 일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작년 언젠가 계획했던 여행, 실행 며칠을 앞두고 어머니께서 넘어져 입원을 하시게 되고 몇 달간 치료를 받으셔야만 해서 무기한 연기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여행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1년 정도 지났지만 그간 부모님께서는 몸의 변화가 많았다. 아버지는 호흡곤란 증세로 급히 병원 응급실에 가서 심장 수술을 받았고, 어머니는 낙상으로 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면서 약 석 달간의 치료를 받으셨고 치매 5급 판정까지 받았다. 두 분 모두 기력이 많이 약해지신 게 틀림없다. 매년 다르고 매달 매일이 다른 것 같다.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기가 다가오는 느낌이어서 자식들로서는 안타까움이 더해 간다. 더 늦기 전에 효도 여행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공통된 생각이 작용되었고 두 딸을 중심으로 여행이 추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일로 바쁜 두 형제는 함께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겠지만 자제해야 했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나를 포함한 3남매가 나선 것이다.
 

대장도에 소재한 펜션에 며칠 전에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도착, 여장을 풀면 되는 것이다. 점심은 젓갈 산지로 유명한 논산 강경읍에 들러서 해결하기로 했다. 몇 번 들른 바 있던 젓갈정식 식당(달봉가든)이 20년만에 문을 닫았다고 해서 또 다른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법원 옆에 위치한 만나식당이란 곳을 찾아 젓갈정식 4인분을 주문했다. 
 

어머니는 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아무 생각이 없다면서 음식을 거의 들지 않으셨다. 정확하게 말하면 맛도 냄새도 잘 모르셔서 음식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 같았다. 식구들 입에 딱 맞는 음식을 맘껏 만드시던 어머니였는데 이젠 어떻게 만드는지조차 잘 모를 정도가 되어 버렸다며 씁쓸하게 웃으시곤 한다. 안타깝기만 하다. 먹성 좋은 효주는 젓갈정식을 맛있게 들었고 금주는 익숙지 않은 맛에 공기밥 한 그릇을 겨우 비웠다. 나는? 워낙 군침을 삼켰던 나였기에 두 그릇 반이 넘는 공기밥을 먹어 치웠다. '젓갈은 밥도둑' 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만 맛있게 먹었나 보네. 동생들, 미안해. 저녁 때 맛있는 것 먹자.'

 

졸음이 와서 운전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대장도 펜션 숙소에 도착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저 좋기만 하다. 아래 사진은 그 반대쪽 풍경이다. 장자도와 대장도가 짧은 다리 하나로 연결되었고, 선유도와 장자도는 우람한 두 개의 교각을 세운 현수교로 튼튼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펜션의 숙소 내부, 복층까지 있어서 아주 널찍하고 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식구들 모두가 좋다면서 요를 깔더니 피곤한 몸을 눕히기 바쁘다. 1시간 정도 쉬다가 외출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냈다.
 

갈매기 두 마리,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기를 들이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인간들에게 잘 길들여진 결과일 것이다. 뒤로 보이는 다리는 선유도와 장자도를 연결하는 스카이워크인데, 사람들만이 도보로 또는 자전거를 타고 오갈 수 있다. 큰 다리가 놓이면서 차량 통행이 원활해 졌지만 그 전에는 두 섬을 쉽게 연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것 같다.

 

펜션의 2층이 우리가 예약한 숙소인데, 다락방(사다리로 연결된 복층)을 두고 있어서 아주 쾌적했다. 세 여인들은 2층에서, 나는 다락방(3층)에서 하룻밤 쉬고 가는 것으로 했다.

 

6월 오후의 작열하는 따가운 햇살이 다소 거슬렸지만 주변의 멋진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우리 네 식구는 숙소를 나와서 산책을 시작했다.
 

고군산열도, 선유도 주변의 섬 위치를 눈여겨 볼만하다. 많은 섬과 섬들이 튼튼한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신시도까지는 방조제가 구축되어 있어서 섬이었지만 이젠 더이상 섬이 아닌 것이다.

 

선유도 망주산(해발 152미터)을 배경으로 효주가 포즈를 취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이 좋은 자연환경을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에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고백을 한다. 이효주 권사는 날로 신앙심이 깊어지면서 갖게 되는 기쁨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수시로 표현하고 있다. 

 

두 자매가 갯벌 위를 걷고 있다. 서울과 대구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늘 가까이 지내고 있다.

 

저녁 식사는 회정식 코스 요리로 했다. 펜션 주인의 추천을 받아 찾는 식당이었는데 그 음식의 다양함과 맛에 취해 그만 다들 과식을 하고 말았다. 
 

식당 맞은 편에 우람하게 앉아있는 대장도,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돌임을 알겠다. 제일 높은 곳이 대장봉(해발 142미터)인데 내일 아침 그곳에 올라가 일출 장면과 주변의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 볼 계획이다.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저녁식사를 한 식당이다. 입구에 '주인장이 직접 잡은 자연산'이란 글씨가 보인다. 
 

두 딸의 대화를 들으면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일몰 시간 20여분 전이다. 일몰 장면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겨 가야 한다.
 

방파제 너머로 보이는 것이 선유도의 망주산이다. 당겨서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멀리 보이는 그대로 찍은 것이다.
 

두 딸들이 일몰 장면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습으로 보아 어머니의 호기심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겠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머니는 눈이 어두워서 주변의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면서 답답해 했는데 병원에 가서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되면서 너무 잘 보인다고 했다. 바늘귀를 꿸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외할머니를 닮아 눈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병원에 갈 생각은 전혀 않고 자포자기했던 어머니, 자식들이라도 제대로 알고 백내장 수술을 일찍 해 드렸다면 그런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제대로 안 보이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90의 연세를 앞둔 어머니, 치매 증세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지만 아직 얼굴은 참 고우시다. 보는 분들마다 '어른 참 얼굴이 고우시네요.'라는 찬사를 자주 던지는 것으로 보아도 알 만하다. 사실, 우리 어머니에 대한 찬사는 그 보이는 얼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착하디착한 우리 어머니, 인정 넘치고 남을 너무너무 잘 배려하는 천사의 마음을 가진 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몰 장면에 취해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어둑해질 때까지 대장도 주변을 산책하다가 숙소에 들어갔는데, 어머니는 피곤하셨는지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지셨다. 3남매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몇 시간 동안 계속 되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주무셨을 정도였으니까. 우리 3남매의 이야기는 11시가 넘게까지 계속되다가 다음 날의 일정을 위해 잠을 청해야 했다. 일주일 전에는 3형제가 선산의 열호재에 모여서 새벽 3시까지 음주가무를 즐겼던 데 비해 오늘은 술 한잔 안하고 이야기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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