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의 박선영 선생이 오늘 시집을 갔다. 오전 11시 30분, 대구 중앙컨벤션센터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알뜰하고 생활력이 강한 딸이고 효녀이기도 하다며 자랑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신랑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가까워지게 된 동료이고 딸보다 두 살이 더 많은, 목사님의 아들이란다. 다소 늦은 결혼이긴 하지만 더욱 행복하게 살리라 믿는다. 병만아, 축하해!
부산의 모 교회 목사님께서 결혼식 주례를 맡아 주셨다.
딸의 손을 잡고 행진하는 친구의 모습이 이젠 할아버지에 가깝다. 백발이 성성하니 더욱 그렇다. 이렇게 나이들어 가는 것이겠지만 달아나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다. 늙음을 탄식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37년 전 최여사와 결혼식을 올릴 때만 해도 지금의 딸보다 10년은 젊었을 때인데..... 내가 결혼식 사회를 맡아서 진행을 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고 두 남매(선영, 성현)의 귀여운 모습을 가끔씩 보면서 지냈었는데 벌써.....
딸은 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 특수교사가 되어 포항의 모학교에 근무해 왔고, 거기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 박은재 선생님을 만나 사귀다가 드디어 오늘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시집 보내는 우리 친구 부부의 마음은 어떠할지? 아들만 둔 나로서는 딸을 둔 친구들이 늘 부럽기만 하다. 오늘은 더욱 그렇다.
앞에 앉아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는 박춘호 박사는 다음 주 토요일(12월 2일) 며느리를 맞이한다. 오늘은 친구 딸의 혼인을 축하해 주기 위한 하객으로 참여했지만 일주일 뒤에는 혼주가 된다. 그러고 보니 춘호, 만교, 병만, 나, 이렇게 넷이는 1980년대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 대구시 남구 대명10동 골안에 살면서 자주 만났고, 그때마다 막걸리 마시기, 바둑 두기, 기타치며 노래부르기, 밤새도록 이야기하기 등을 즐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혼한 뒤에도 상당 기간 동안 우리 넷은 1년에 두 번은 꼭 만났던 것이다. 추석이나 설 명절 하루이틀 전 저녁에, 영락없이 만나서 술 한잔씩은 꼭 해야만 되는, 운명의 사나이들이었다. 간혹 의견 차이가 있어 토다토닥 다투기도 했지만 칼로 물베기였을 뿐이다. 요즘이야 대전, 천안, 대구, 구미 등으로 흩어져 살고 있어서 만나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끔씩은 날잡아서 만나고 있으니 그 인연은 참으로 깊다고 하겠다.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많다.^^
신랑의 선한 눈매가 참 보기 좋다. 아빠와 엄마를 반반씩 닮은 선영이는 오늘 하루 종일 미소를 잃지 않고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했다. 선영아, 행복하게 잘 살아라. 부모님의 선함과 따뜻함이 두고두고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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