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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고 제자들과 만남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23. 10. 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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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이종민, 신호등, 손미경, 안문상

어제 저녁 구미의 모처에서 만나 술 한잔을 나누었던 다섯 명의 이름을 적어 본다. 1988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들이다. 담임교사였던 나는 서른 살의 젊은 교사였다. 문상이를 제외한 4명은 작년에 만난 적이 있긴 하지만 문상이는 35년만이다. 모 신문사 편집부장으로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데, 옛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 내려왔단다. 그 보고 싶었다는 마음이 고맙다. 옛날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서 더 반가웠다. 경희는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로, 종민이와 호동이는 사업가로, 미경이는 초등학교 교사로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나이를 따져보니 띠동갑의 제자들인데, 친구도 될 수 있을 만큼의 50대 중반이다. 같이 늙어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늦게나마 이렇게 만나서 사제간의 정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귀한 이름들을 마음놓고 부르면서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제자들이 들려주는 추억어린 당시의 이야기가 후포고 재직 시절의 에피소드와 오버랩 된다. 당시에 교직생활을 유난히도 힘들게 했던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장 선생님의 횡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랬다.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처진 교장의 요구와 간섭은 젊은 교사들의 교육열과 의욕을 싹뚝 꺾어놓곤 했으니까. 오죽하면 학교 자체의 평교사협의회까지 만들어 대항했을까? 어제 모임에 참여했던 이기호 선생님이 회장을 하고 내가 부회장을 맡아 일을 했었는데, 전체 회의를 열어 우리들의 요구 사항을 수렴해서 교장실로 찾아가 강력하게 요청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땡삐'가 별명이었던 교장 선생님의 울그락불그락 상기된 그때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 땡삐의 복수는 남모르게 오랫동안 진행되었으나 우리는 더욱 공고하게 버텨냈고 1989년 전국적인 교육민주화 바람을 타고 울진군 내의 18명의 동료들이 모여서 전교조 울진지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그 시절 각 시도 단위로 진행되던 전교조 지부, 지회의 탄생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참교육(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교육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고, 그 이후 교육계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에 일조했던 울진 후포고 근무 시절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그 감회가 남다르고 감개무량하다.
 
그 당시, 그러니까 1988년, 35년 전 이기호 선생님과 내가 후포고등학교 근무 시절에 찍었던 귀한 사진이 하나 있어서 아래에 공개해 본다. 
 

얼마나 젊어 보이는지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그렇다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이 최고의 인생 전성기인데 굳이 과거로 돌아가 젊음을 되찾고 싶지는 않다. 그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다. 사진 찍은 장소가 어디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둘이 같이 근무할 때인 것 만큼은 확실하다. 1987년 3월 1일부터 1990년 2월 28일까지 같은 학교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하면서 동고동락했으니까. 1978년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해서 인연이 된 이후 아직까지 만남은 줄곧 이어지고 있다. 우리 둘의 인연은 보통이 아니다. 고인이 된 그의 부인 이동선 여사와도 나는 포항의 극단 <형영>의 단원으로서 꽤 여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많은 연습을 같이 해 왔다. 이기호 선생은 친구로서 고 이동선 선생은 동료 언극배우로 인연의 끈이 연결되었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슬아와 민혁의 어린 시절과, 성장과정을 같이 지켜 본 인연도 있다. 아, 우리들의 인연, 누가 보더라도 참 보기에 좋았다고 평가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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