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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호랑나비로 찾아온 고인의 넋

세상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09. 8. 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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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강 친구 중에 이쁜이(최석완)란 친구가 있어요.

하도 못생겨서 젊은 시절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는데,

불혹을 훌쩍 넘기고 지천명의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그 진하디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기는 친구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 거듭되는 집안의 불행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이 3분, 누님이 3분 계시는 막내인데,

연세 많은 어른이 별세하기 시작하면서

첫째, 둘째 형님이 1년 사이에 간암으로 돌아가시고

지난 월요일엔 올해 50이 된 바로 위의 형마저

세상을 떴습니다.

책 번역하는 일을 생계삼아 살아가는 기인이었는데,

(베스트셀러였던 틱낫한의 '화'라는 책을 번역했지요.

필명 '최수민'이란 분, 본명 '최석도')

지난 주 월요일 혼자 북한산의 암벽을 오르다 실족하여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그날 집에 연락이 없어 이틀 뒤 실종 신고를 했고,

금요일(27일) 오후 연세대 학생들이 우연히 발견

바위 사이에 끼어있는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답니다.

기막힌 사망 사고를 접했던 우리 친구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듯합니다.



벽제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고향 성주의 부모 묘소에 뿌려지게 되었는데,

호랑나비 한 마리 찾아와 맴돌더니,

미망인 형수의 손에서 그 재가 스르륵 뿌려지는 순간

소복 위에 살포시 날아와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입을 모아 고인의 영혼이 저렇게 나비되어 왔다면서

수군대기 시작했답니다. 실감나는 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 순간을 놓칠 수 있겠습니까? 디카로 찍었습니다.

기본 앨범에 올려 둘테니 한 번 보세요.

슬픔에 잠긴 우리 친구 얼굴도 한 번 보시구요.

녀석은 34살에 사법고시에 합격, 법조계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어느새 법원 앞에서는 인권 변호사로서

의리의 사나이로서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판사들도 최변호사가 변론할 때면 긴장을 한다고 하니,

가히 그 위세를 알 수 있지요.

그러나 녀석도 형들의 잇단 죽음을 접하면서

한층 겸손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5/30 논강

메모 : 200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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