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중항쟁 38주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모처럼 광주를 방문하기로 했다.
아내가 2년 전부터 카페를 운영하면서부터 1박 2일 여행이 그다지 쉽지는 않다.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고 일정 조절을 하는 등,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88고속도로는 편도 1차선에서 2차선으로 확장공사가 이뤄진 뒤로는 처음으로 달려보는 거다.
시속 80킬로미터의 제한속도가 100킬로미터로 빨라졌으니 영호남 거리도 가까워졌다.
전라남도청은 일제강점기에 건립되어
100여 년 동안 전라남도의 행정, 정치, 시민생활의 중심지였다.
그 긴 역사 속에 5.18 민주화운동의 마지막 항쟁지로서 한국의 민주화 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화 발전의 이론적 토대가 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다.
6.17(일)까지 현장을 안내하고, 리모델링 이후 현재 모습을 그대로 공개하기로 했단다.
이곳 상무관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주검을 임시로 안치했던 곳이다.
집단 발포와 무자비한 진압에 희생된 주검이 이곳에 안치되자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계엄군의 행위에 분노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광주시민들은 줄지어 분향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민주화 의지를 더욱 불태웠을 것이다.
계엄군의 무력 진압 직후, 5월 29일 상무관에 모셔져 있던 시신은
청소차에 실려 망월동 시립묘지로 옮겨져 묻힌 바 있다.
1980년 5월 16일(5.18 서막을 알리는 집회),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횃불성회 장면
1960년대 후반에 완공되어 2007년까지 전남지방경찰청 본관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리모델링해서
5.18 민주평화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직 수평 노출 철골 프레임 구조를 사용하여
당시의 건축 양식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 같다.
전남지방경찰청 민원실에 조성된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해방 광주의 모습을 형상화해 놓았다.
도청 앞 광장에서는 가수 안치환 선생이 초청되어 열창을 하고 있다. <님을 위한 행진곡>
안치환 선생은 언제부턴가 암투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감동적인 가수다.
스티커에 담긴 시민들의 자발적인 응원메시지가 당시의 5.18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는 당시의 처참했던 기록 사진을 포함해서 관련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도청 별관 3층에서 내려다 본 분수대, 사진 가운데 보이는 10층 건물이 전일빌딩이다.
전일빌딩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에 의한 계엄군의 사격 탄흔이 남아있는 곳이다.
계엄군은 광주관광호텔 등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하여 시민들을 향해 조준 사격하기도 했다.
2016년 12월 13일 건물 외벽에서 30여 발의 탄흔과 10층에서 헬기 사격에 의한
총탄 흔적이 많이 발견됨으로써 당시의 계엄군 진압이 얼마나 무자비했는가를 보여준다.
무엇이든 함께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고, 함께할 때 우리들의 바램도 성취될 수 있음을 믿는다.
오월의 노래가 전국 산하에 울려퍼지면 우리의 소망과 꿈도 한층 가까와지리라 믿어 본다.
5.18광장 분수대 옆 금남로에서는 제38주년 5.18민중항쟁 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민중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일부 장면을 담아보았다.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숙명적인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 갈등의 간극이 조금이나마 좁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노동자들의 저 불끈 쥔 주먹을 바라보는 마음들이 다들 어떨까?
전교조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저들의 구호에 응원을 보낸다.
금남로의 어느 한 골목을 들어가니 '예술의 거리'가 이어지고 있다.
매주 토요일만 되면 이 거리는 예술가의 거리임을 실감할 수 있단다.
예술의 거리에서 본, 색소폰동호회 회원들의 발표 모습
색소폰 사랑이 지극한, 친구 순균이가 생각난다.
그도 동호회원들끼리 간혹 이런 모습으로 발표하니까.
나는 어느새 양림동 펭귄마을에 서 있었다.
아내가 전라도 광주에 가면 꼭 한번 같이 가 보자고 했던 곳이다.
최근 티비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소개되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젊은 층보다 노인층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로 어르신들의 걸음걸이가
펭귄같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펭귄마을이라 불렸단다.
좁은 골목마다 시나 그림, 독특하면서도 소박한 장식물로 꾸며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지나는 관광객들의 혼을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낡은 생활용품들을 재활용해 골목골목을 꾸민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고,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벽 곳곳에 이 마을을 상징하는 귀여운 펭귄 그림들이 가득하다.
어느 덧 날이 저물고 있었다. '상추 튀김'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광주에 가면 상추튀김을 꼭 먹어보라고 했던 말이 생각 나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젊은 총각들이 음식솜씨를 발휘하고 있는 가게였다. 일단 상추튀김(소) 주문을 했다.
오징어 튀김을 능숙하게 만들어내더니, 싱싱한 상추와 함께 건네 준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으니, 소스에 찍은 튀김을 상추로 싸서 잡숴보란다.
음, 과연..... 처음 먹는 맛이 주는 감동과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만족감이 버무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입맛 돋구는 간식일 뿐, 저녁 식사로는 뭔가 부족했다.
일단 요기를 했으니 양림동역사마을 골목을 산책삼아 더 돌아다니면 딱이다.
이장우 가옥, 최춘호 가옥 등이 있는 양림동 골목을 누비고 다니면서
경상도 지역과는 느낌이 다른 문화적 향기에 젖을 수 있었다.
산재해 있는 개인 갤러리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화도시답다고나 할까?
어둑해진 뒤에 찾은 식당의 아주머니께서 제공했던 특유의 푸짐함과 손맛이 감동이었고
경상도에서 늘 먹어보는 청국장과 김치찌개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광주천 가까이에 있는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가 일찍 잠을 깬 나는 아침 산책을 나섰다.
광주천 주변의 풍경을 완상하면서 무뎌진 감각을 되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다.
금계국이 한창 피어나는 때인가 보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이 있던 시절의 의미있는 장소마다 설치해 놓은 기념비가 보인다.
구. 광주적십자병원 앞에도 이렇게 설치되어 있다. 항쟁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헌신적으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인근
유응업소 종업원들도 헌혈에 참여하는 등 시민들의 공동체 정신이 빛났던 곳이다.
양림미술관에서는 5.18민중항쟁 38주년기념 오월전 '바람의 길'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온다. 삶에 대한 따스한 변화의 바람, 불면의 시간을 보내며 소망해 온
만인의 염원을 담은 바람이 불고 있다. 압제적이고 권위적이며 소통불가를 외치던
일방통행식 권력구조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꺼내기조차 힘들었던 여러 사회 의제들이
수면 위로 상승하여 거리 곳곳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되고 있다.......
518 민중항쟁 38주년을 맞는 오늘, 오월의 밝은 햇살이 머무는 양림동에서
1988년이후 30년 동안 쉼없는 행진을 하여왔던 오월전의 문을 연다.
30주년 오월 전은 우리사회와 개인의 삶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과 소망을 담아
광주민미협 회원들 각자의 시각으로 펼쳐 보이려 한다.' (팜플릿 인용)
'조준 사격'이란 제목이 붙어있는 작품, 민주화를 부르짖는
시민을 향해 쏜 독재자의 잔인함을 형상화 한 것이 아닐까?
금남로에 모여든 당시의 성난 시민들을 흑백으로 표현했고,
누구인지는 몰라도 의미있는 인물 하나를 부각시켜 놓았다.
호랑가시나무
400년이 넘은 호랑가시나무
자, 이젠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다. 망월동 5.18 묘역과
국립 5.18 민주묘지에 들러서 민주화를 부르짖던 영령들께 참배하고
귀갓길에 오르면 된다. 영화감독 이창동 형이 '시'란 영화 제작 이후,
8년만에 만든 '버닝'이란 영화을 봐야만 한다. 오후 4시 20분 시작이다.
그 시간에 맞춰 보려면 부지런히 달려가야 한다.^^ 졸음운전이 걱정되지만....
창동 형도 설경구 주연의 '박하사탕'이란 영화를 만들 때, 5.18에 대한
당시의 무심함을 깊이 반성하면서 메가폰을 잡았다고 고백했었지......
망월동 묘역에 잠들어 있는 민족민주열사의 영정 앞에 고개숙여 참배했다.
그리고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부활케 해 주오. 기어이 우리를 부활케 해주오.'
5월 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는 이 땅에 다시는 불의와
독재가 발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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