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안동엔 여러 행사가 진행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든다.
오후 2시 20분에 시작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 땐 틀리다'에 맞춰
안동 관광의 시간을 조절했다. 맨먼저 찾은 곳은 안동댐 밑의 민속촌이었다.
못가에 앉아 한참 동안 하늘의 쾌청함을 즐기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에
소름이 돋는 듯하여 강변의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체온 조절을 했다.
일정 시간만 되면 '월영교(月映橋)'에 설치된 분수가 작동이 되나 보다. 처음보는 광경이다.
다리를 건너던 관광객들이 갑자기 뿜어나오는 분수에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보물 제 305호 안동 석빙고, 낙동강에서 많이 잡히는 은어를 국왕께 진상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4개의 홍예(紅霓-무지개)가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데, 나머지 3개는 보이지 않았다.
석빙고 쪽에서 밖으로 내다보이는 부분
단풍은 이렇게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가 보다.
점심은 아내가 좋아하는 메기매운탕으로 먹기로 하고 늘 찾는 (동악골) 별미가든으로 갔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시장을 반찬 삼아 아주 맛있게 식사를 했다.
근데 그집은 돌솥밥의 양이 너무 많아서 한 그릇을 다 먹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자, 이제 식사를 했으니 안동의 중앙시네마를 찾아야 한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나
안동보건소에 주차를 하고(2시간에 3,000원 정도) 약간 걸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관객은 거의 없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이 화면에서는 이렇게 표현되었다. '띄어쓰기 무시?'
영화에 대해서는 별달리 언급할 게 없다. 제6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선가
대상(황금표범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긴 했으나 특별한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독특한 영화의 기법 또는 배우들의 연기를 높이 평가받은 것 같으나 내 정서엔 와닿지 않아서다.
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만남과 헤어짐이 각 주인공의 기억 속에서는 다르게
남아있을 수 있음과 해석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역동성이 아쉬웠다.
병산서원 입구, 저 '복례문'을 지나면 만대루(晩對樓)가 훌륭한 자태를 보여주지만
오후 5시가 지난 시간이라 문이 닫혇다. 오늘 이곳을 찾은 것은 이곳에서부터 하회마을까지
'전통이 휘감아도는' 유교문화길을 걷기 위한 것이니, 별다른 미련은 없다.
약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의 모습
4킬로미터의 유교문화길을 다 걸었을 때는 이미 어둠이 하회마을에 깔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불꽃놀이을 시작하기에 앞서 멋쟁이 소리꾼들의 공연이 먼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내가 찍는 사진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플래시를 터뜨려 봐도 신통찮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느 전문가님의 사진을 옮겨와서 보완하고자 한다.
이렇게 찍은 분의 사진 실력에 탄복하면서 이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줄불놀이는 올해로써 세 번째 감상이다. 2001년 맨 처음 보았을 때의 감격을
글로 표현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그 장면묘사와 느낌의 일부를 이곳에 그대로 옮겨 본다.
(전략) '천천히 일렁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저 하늘의 별빛보다 더 은은한 빛의
움직임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미 관중들 머리 위로, 강물 위로 그것은 천천히 계속되고 있었다.
빛의 큰 줄기는 위로 위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쇠줄 벼리에 매달려 있는 숯가루는 어둠을 태우면서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빛의 조화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고스란히 살아 흥겨운
불놀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불빛이 주는 매력은 강변에 모인 관중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금방 확 타버리는 불이 아니라 서서히 지속적으로 탈 수 있는 은근함과 끈끈함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조상의 기질을 그대로 닮은 불꽃이 되어 저 부용대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위를 향해 올라가는 수많은 불은 그 하나하나가 끈질긴 생명력이요, 지칠 줄 모르는 우리 민중들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비록 장작불처럼 강렬하지 않아도 저 은은한 힘으로 하나하나 쌓여서,
우리의 팍팍한 삶도 저 불꽃처럼 지속적으로 피어올라 언젠가는 저 높은 하늘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면
좋겠다. 뭔가를 이루어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삶의 여유를 찾을 때를 기대해 본다.(중략)
부용대 꼭대기에선 큰 불덩이가 어둠을 가르며 벼랑을 타고 떨어지기 시작한다.
낙화(落火)의 장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간헐적으로 여러 차례 계속되었는데, 강가의 관중들은
'낙화야---'를 외쳐대니 위의 불놀이 진행자는 더 큰 불덩이를 부용대 위에서 또 다시 던져내린다.
활활 타오르는 그 불덩이를 관중들의 요구대로 밤하늘에 힘껏 내려놓는 것이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저 높은 곳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부용대의 낙화는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줄불놀이의 매력은 은근함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낙화같은 강렬함도 있었고, 강물 위에서 계란불 같은 희망과 소원의 유장함도 있었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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