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 함창 시외버스터미널 가까이 '카페 버스정류장'이 있다.
지난 4월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오늘 따라 그 찻집을 찾고 싶은 생각에
옛날에 찍어 두었던 사진을 보면서 몇 자 더 적어 본다.**
대문은 없는 것보다는 좀 나아서 달았을 거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상징적 대문일 뿐
그나마 강렬한 노란색이 시선을 모은다.
명필 메뉴판, 전기주전자가 걸리더니 찻집 주소까지 달았다.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버스정류장 표지판만 세워져 있을 뿐,
팔각 판때기에 '화, 쉼'이라고 써 놓은 권리 주장도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 오른쪽을 보면, 턱을 괸 김수영 시인의 초상과 '풀'이란 시가 있다.
노란색 의자 위에 얹어놓은 노란 연탄재 하나, 안도현의 유명한 시 원문이 고스란히 쓰여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강은교 시인이 쓴 '카페 버스정류장'이란 시, 올해 <현대시학> 4월호에 발표된 시다.
'소도시 옆 좁고 비좁은 골목에 간판도 없이 서 있는' 이 카페에 들러
떠오른 시적 영감을 '저녁이 혼자 거기서 버스를 탄다'고 표현했다.
저녁 무렵 주인을 찾는 사람들의 일상을 다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조금 더 들어가 공중전화 박스같은 출입구를 통과하면 주인장께서 환하게 미소지으며 손님을 맞는
멋진 공간이 기다린다. 실내화로 갈아신고 낮은 문턱을 넘으면 손님들의 평화가 곳곳에 앉아있다.
벽 속 움푹 파인 곳에 들어가 고양이 그림과 친해지거나 시낭송 모임에 참여하는
너댓 명의 낭송가를 만나는 날이면 이곳을 찾은 최고의 시간이 가능해진다.^^
주인장이신 박선생님의 오지랖에 감동하다 보면 벌써 돌아갈 시간이 되어 놀라게 된다.
박선생님은 책을 두 권이나 낸 작가이기도 하다. '빈집에 깃들다'와 '카페 버스정류장'이 그것이다.
올해 2학기부터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자유학기제 선택프로그램인 연극지도를 맡아 주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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